한화생명 중징계 위기... 금감원과 건건이 마찰, '괘씸죄'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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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중징계 위기... 금감원과 건건이 마찰, '괘씸죄' 걸리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7.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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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검사 첫 제재심, 대주주 부당지원 여부 관건
한화63시티 저렴하게 임대차 계약
한화갤러리아 대신 인테리어 공사까지
업계 "괘씸죄 적용해 철퇴 내릴수도"
사진=한화생명 제공
사진=한화생명 제공

한화생명이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종합검사에서 발견된 한화생명 면세점과 63시티 사옥의 수수료 문제가 핵심이다.

한화생명 측은 최대한 징계수위를 낮추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정상 '기관경고' 수준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향후 한화생명의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은 전날 제7차 제재심을 10시간에 걸쳐 진행했음에도 제재 안건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다음달 초 다시 제재심을 열고 징계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화생명은 금감원이 지난해 4년여 만에 실시한 종합검사의 첫 검사 대상 보험사로 선정돼 5월부터 7월까지 검사를 받았다. 앞서 한화생명은 약관에 없거나 불명확한 근거로 덜 지급한 즉시연금을 지급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거부했다. 일각에서 이번 종합검사가 일종의 '본보기' 성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말 한화생명에 경영유의사항 4건과 개선사항 6건 등의 종합검사 관련 결과를 통보했다.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은 금융회사의 주의나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대주주 및 계열사와 총 2조5,878억 원 규모의 거래를 했으며 거래금액은 매년 증가했다.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본사인 63빌딩에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을 입주시키면서 공사비를 받지 않고 내부 인테리어를 해줬다. 금융당국은 사옥관리 회사인 한화63시티에 건물 지하 미술관 운영에 따른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주변 건물의 임차료 대비 낮은 수준으로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것에 대해서도 법률 위반 우려가 있다고 봤다. 한화생명의 자산은 고객의 보험료로 조성됐으므로 고객이 아닌 계열사의 이익을 위해 쓰여진 것은 보험업법 위반일 수 있다는 취지다.

보험업법(제111조)은 보험사가 보험회사의 이익에 반해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대주주에게 부동산 등 유·무형의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정상가격에 비해 뚜렷하게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매매·교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 금융위원회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가능하다.

이에 한화생명 측은 세입자 입주 시 인테리어를 해주는 것은 부동산 거래 관행이며 갤러리아 면세점에 대한 특혜는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최근 흥국화재가 금융당국이 부과한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낸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사례를 적극 인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금융위원회는 흥국화재가 태광그룹의 정보기술(IT) 회사 티시스와 정보시스템 운영 용역 계약을 체결하며 단가적용률을 두 차례 인상한 것을 대주주 부당지원으로 보고 22억8,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흥국화재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올해 3월 "전산 용역계약을 '자산의 매매'로 보는 것은 보험사에 불리한 해석"이라며 3억6,300만 원을 초과한 과징금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컴퓨터·네트워크 등 자산의 이전 없이 순수하게 사내 전산 시스템의 유지·보수를 위한 용역 거래는 보험업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화생명은 이번 제재심에서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가 확정될 경우 1년간 신규 인허가 또는 대주주 변경승인을 받을 수 없다. 3차례 이상 기관경고가 누적될 경우 영업정지 조치도 가능한데 한화생명은 지난 2017년 '자살보험금' 사태로 한 차례 기관경고를 받은 전적이 있다. 한화생명으로선 이번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분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이 외에도 최근 4~5년간 여러 차례 금융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왔다.

금감원 검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 12월 한화생명은 사내 전산망 보안을 위한 약 33억 원 규모의 '망분리 정보기술(IT)' 용역을 계열사에 몰아줬다. 당시 프로젝트 경험이 부족했던 한화에스앤씨가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입찰 조건을 완화하고 기술평가 배점에서 과거 프로젝트 경험 항목을 삭제했다. 

이 외에도 한화생명은 2015년 장교빌딩 개·보수와 2016년 연수원 신축 공사 입찰에서 한화건설에 유리하도록 업체 선정기준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장교빌딩 공사 당시 회사채 'A-' 등급 이상의 업체선정 조건이 있었다. 그러나 한화건설이 신용등급 'BBB+'로 하락한 뒤 연수원 신축공사에선 업체 선정기준에서 신용등급 항목을 삭제했다. 한화건설은 한화생명 주식 25.0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생명은 보험상품 개발·판매와 보험금 지급과정에서도 금융당국과 수 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금융당국은 2014년 한화생명의 저축보험 상품과 관련해 실무협의회를 통해 이율을 낮추거나 판매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한화생명은 이듬해 수만건의 상품을 판매한 바 있다. 

2018년 8월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과소 지급한 금액을 지급하라는 금감원 조정위원회의 결정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제재심에서 한화생명이 그간 금융당국의 권고와 지침에 따르지 않았던 데 대한 '괘씸죄'로 강도 높은 징계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2017년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 당시 금감원은 한화생명에 대해 기관경고와 3억9,500만원의 과징금, 관련 임직원 6명에 대한 감봉·경고 조치를 내렸다. 한화생명은 당시 주계약·특약을 통해 피보험자가 자살할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에도 불구하고 이후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다 금융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23일 금융업계 관계자는 "심의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건 한화생명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은 사실"이라고 평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아직 심의가 진행중인 사안이므로 어떤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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