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부등급법' 정부 승인, JB금융만 올해 못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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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부등급법' 정부 승인, JB금융만 올해 못받는다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5.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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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회장, '내부등급법 연내 도입' 과제 지목
전문가들 "JB, 내부등급법 도입 준비 부족"
DGB, 8월 최종심사 예정... 승인 유력 전망
BNK, 심사 준비된 외관·소매 법인부터 연내 승인 추진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JB금융그룹 제공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JB금융그룹 제공

JB금융지주의 연내 내부등급법 승인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당초 계획이 2021년 12월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건전성 지표들이 하락한 JB금융은 내부등급법으로 반등을 노렸지만 당분간 고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DGB금융은 8월 최종 승인을 기대하고 있으며 BNK금융은 연내 산하 두개의 법인을 우선 승인받을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체 리스크 관리 모형을 구축·운용하기까지 크고 작은 시행착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지방 금융지주들은 바젤 위원회의 표준방법에 근거해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출하고 있다. RWA가 높을수록 자기자본비율(BIS)은 낮아지는데 이는 은행의 대외적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표준방법은 각 은행의 특수성이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여건들이 반영되기 어려워 BIS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산출된다.

따라서 금융지주들은 RWA산출시 유리한 내부등급법을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기 위해 출범 초부터 노력해왔다. 자체적으로 설계한 내부등급법을 따를 경우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상향되고 출자여력이 강화돼 사업 다각화에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불황으로 JB금융을 제외한 지방 금융지주들의 지난해 대비 건전성 지표들은 대체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JB금융 역시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2019년 대비 0.41%p 상향됐지만 BIS비율은 0.08%p 올라가는데 그쳤다. 최근 지방 금융지주들이 더욱 내부등급법 승인을 서두르는 배경이다. 

사진=양일국 기자
사진=양일국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불황으로 지역 소상공인·중소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이 절실해졌다. 금융당국이 지방 금융지주들의 내부등급법 승인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은행들의 BIS가 상향될 경우 지역 경제에 그만큼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JB금융지주 김기홍 회장은 지난해 7월 9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내부등급법 도입을 중요 과제로 지목한 바 있다. 이후 금융권은 JB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 목표 시점을 빠르면 2020년 연내, 늦어도 2021년 하반기로 전망했다. JB금융 관계자도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연내 내부등급법 승인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등급법을 승인받기 위해 금융사는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파악하고 관리할 충분한 역량이 있음을 금융당국에게 검증받아야 한다. 

특히 금융사의 여러 위험 요인들을 측정할 수 있는 자체 모형(model)을 구축하고 이 모형이 지속적으로 타당한 측정값을 내놓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독자적 리스크 관리모형을 만들고 검증하기 위해 은행 내 최고의 '브레인'들이 투입되며 외부 전문 컨설턴트와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취재진은 25일 BNK·DGB·JB 등 금융지주들과 업무 제휴를 맺고 있는 컨설턴트 업체 관계자에게 현재 내부등급법 승인과 관련한 진행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컨설턴트 관계자는 "공식적인 답변을 할 위치에 있지 않지만 DGB금융은 연내 승인이 유력하고 JB금융은 쉽지않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으려면 전체적인 은행의 위기관리 체계가 명확하게 갖춰져야 한다. 짧은 시간에 해내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업권 관계자는 "JB측이 연내 승인을 목표로 했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JB금융지주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현재 2021년 12월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름 전 JB금융 측이 금년 내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연내 승인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산하에 은행이 하나인 DGB금융과 달리 두 개 은행을 두고 있는 JB나 BNK금융은 자체 모형개발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각 은행이 소재한 지역적 특성,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합할 모형을 개발하는 과정이 훨씬 더 길고 복잡하다"고 했다.

JB금융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 말에 두 은행의 소매신용평가 모형에 대한 개선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등급 승인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은 이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발언을 두고 금융업계에선 사실상 JB금융 측이 올해 안에 승인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모형 개선작업이 끝나면 금융당국의 검증을 받게 되는데 올해 연말 관련 작업이 끝난다면 내년 상반기가 돼야 승인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DGB·BNK 금융지주는 연내 승인을 목표로 분주한 모양새다. DGB금융의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기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거의 마쳤다. 8월에 모형 구축이 마무리되면 바로 승인심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모형 검증에서 어떤 하자가 나올지 알 수 없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BNK금융지주는 올해 요건이 갖춰진 법인들부터 순차적으로 승인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BNK금융 관계자는 "연내 1차로 소매법인과 외관법인의 내부등급법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나머지 법인들도 2021년 8월 정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내 승인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에게는 "금융당국이 판단할 문제지만,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은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부등급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향후 코로나19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내부등급법 승인이 늦어질수록 건전성 지표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부등급법 승인과 관련해 "추후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답변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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