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동태탕 한그릇에 피자는 덤... '퍼주기'가 장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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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동태탕 한그릇에 피자는 덤... '퍼주기'가 장사전략"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3.25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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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아동 '동태한그릇'의 정정훈 대표 인터뷰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우리동네 - 서울 미아동 동태한그릇] 한국외식업중앙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음식점을 차리면 5년 이내에 망할 확률이 80%에 가깝다고 한다. 손님들의 입맛이 오뉴월 팥죽과 같고 경쟁 또한 치열하기 때문에 생존율이 낮다는 분석이다. 그래서일까? 서울 미아동 ‘동태한그릇’의 정정훈 대표는 망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한다.

동태한그릇을 찾는 손님들에게 덤으로 제공한다는 '고르곤졸라 피자' @시장경제

동태탕에 곁들여 피자를 먹는다는 일은 전혀 어울릴 수 없는 맛이다. 단지 소비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고르곤졸라 피자를 덤으로 제공하게 됐다는 정대표. 동태한그릇을 찾는 손님들의 절반 이상이 덤으로 주는 피자를 먹기 위해 찾는다. 특별한 맛집으로 소문날 정도의 대단한 맛을 갖추지 못 한 식당이라면 서비스라도 남달라야 했다. 피자한판을 무료로 제공하는 특이한 서비스 때문에 한두번 찾았던 손님들이 이제는 동태탕의 맛에 중독돼 단골이 된다.

서울 미아동 ‘동태한그릇’의 대표 메뉴인 동태탕 @시장경제

동태한그릇을 찾는 손님들의 60%가 단골손님이다. 동태탕의 맛도 맛이지만 양도 엄청나다. 3명이 와서 2인분을 시켜 먹고도 배가 부르다. 동태한그릇은 ‘1인당 1인분’의 원칙을 깬다. 4명이 오면 의례껏 3인분만 시키는 것을 권한다. 게다가 라면사리는 무한제공이다. 운동선수를 비롯한 대식가들에게는 반가운 곳이다. 가게의 매출보다는 손님들의 주머니걱정이 먼저인 정대표의 영업노하우다. 그렇게 팔아서 뭐가 남을까 싶지만 박리다매의 영업형태이기 때문에 먹고는 살만 하다는 대답이다. 박리다매를 하게 되면 몸이 고될 수밖에 없지만 운동이라 생각하면 이보다 좋은 운동도 없을 듯 싶다. 이것저것 따지다 손님 없어 파리 날리느니 작게 남더라도 무조건 퍼주고 보자는 심산이다.

개업초에서 6개월여가 지나도록 자리를 못 잡아 어려웠는데 공중파방송에 특색있는 식당으로 한 차례 소개되면서부터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 30~40대 가정주부들이 식당을 찾는 주고객층이라 술을 찾는 손님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동태한그릇' 내부 주방 모습. 4명은 3인분으로 주문하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시장경제

동태한그릇을 개업한지 4년이 지났고 월매출액도 밥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나오기 때문에 큰 욕심도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매출액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한다. 현재는 연 매출액이 5억원 미만이라 신용카드 수수료를 우대받고 있지만 5억원을 넘어서면 카드 수수료가 2배 이상 뛰게 된다. 식당의 월 임차료(160만원)보다 카드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이 더 걱정이다.

동태한그릇을 시작하기 전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일을 20여년간 했었다는 정대표는 매일 숫자와 씨름하며 두통에 시달리던 월급쟁이 시절에 비해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자랑한다. 프로그래머 시절에는 주말이면 머리가 깨지도록 아팠다. 워크홀릭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엔 월요일에 대한 부담 때문에 두통이 심각했다. 머리 안 쓰고 몸을 쓰는 일을 하면 두통이 없어지리라 기대해서 시작한 일이 식당이 됐다. 정대표는 요리하는 실력은 크게 없지만 정해진 레시피가 있고 주방일은 누나가 맡아서 하기 때문에 음식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손님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까하는 고민뿐이다.

서울 미아동 ‘동태한그릇’ 정정훈 대표 @시장경제

머리 쓰는 직업을 하다가 몸을 쓰는 일을 하다 보니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월급쟁이 시절에는 거의 매일 보고와 기획안 등 컴퓨터에 매달려 살다시피 했다. 식당에서 16칸짜리 계단을 하루 평균 100회 오르락거리다 보니 자연스레 운동이 되고 두통도 없어질 뿐더러 자신이 건강해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꼈다. 몸은 피곤해도 머리가 안아프니 살 것 같았다. 매출걱정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매출액이 안 나오면 때려치우면 되고 매출액 올리기 위한 고민은 월급쟁이 스트레스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라고 말한다.

정대표는 "식당운영을 해보니 정해진 플랫폼대로 짜여진 틀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며 "많은 식당 주인들이 미쳤다고 욕할지 모르지만 식당일이 가장 쉬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서울 미아동에 위치한 동태한그릇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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