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제빵은 학문, 배울수록 무궁무진" 제과명장 홍종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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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제빵은 학문, 배울수록 무궁무진" 제과명장 홍종흔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4.2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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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9호 명장의 빵집 '홍종흔 베이커리'를 가다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우리동네 - 경기도 오산 홍종흔 베이커리] 빵집 하나가 문을 열면 인근의 빵집들이 모두 문을 닫게 하는 빵집이 있다. 파리바게트나 뚜레주르처럼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아니다. 문제의 빵집이 문을 열면 골목길 빵집뿐 아니라 파리바게트나 뚜레주르 등 대기업 빵집들도 모두 문을 닫는다. 프렌차이즈 빵집들이 새롭게 지점을 개장하기 위해 상권을 분석할 때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이 있다. 근방에 제과명장이 운영하는 제과점의 유무이다. 제과명장의 제과점 근방에 새롭게 지점을 개장한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도 오산 외삼미동에 자리잡은 ‘홍종흔 베이커리’ 또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들을 움추려 들게 하는 대한민국에 13명뿐인 제과명장의 빵집이다.

빵만 잘 만든다고 명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명장’의 명성에 걸맞는 품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제 아무리 기술이 좋다 해도 ‘명장’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 한다.

경기도 오산 외삼미동의 ‘홍종흔 베이커리’는 대한민국 9번째 제과명장인 홍종흔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홍대표는 빵집을 새로 개점하려면 인근 상권 내에 다른 빵집이 영업을 하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펴본다고 한다. 본인이 빵집을 열면 상권내의 다른 빵집은 경쟁력을 잃고 1년 이내에 망해서 나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홍대표가 처음 제과 일을 시작한 것은 1980년 3월이다. 충청도 진천의 산골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다니다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서울에 둘째 형이 공장장으로 있는 빵공장에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홍대표를 제과업계로 이끌었던 둘째 형은 그 당시 대학졸업자의 초봉보다 많은 월급을 받았으며 지금도 여전히 서초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다.

홍대표가 제과명장의 반열에 오른 것은 2012년으로 제과업계에 투신한 지 32년째 되는 해였다. 제과일을 시작한지 11년째 되던 해인 1991년 10월에 서초동에서 처음 본인의 제과점을 시작했던 홍대표는 지난 30여년간 제과기술의 계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짬 나는 대로 제과선진국인 독일, 일본, 프랑스 등을 다니며 제과 기술을 배워왔다. 본인의 가게를 시작하고 나서 유명한 악법인 상가임대차법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2006년에 운영하던 빵집이 잘 되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4배나 인상해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비워주기도 했다. 지금의 ‘홍종흔 베이커리’라는 상호는 ‘명장’에 선정된 이후인 2015년부터이다.

오산의 ‘홍종흔 베이커리’ 외에도 ‘홍종흔 베이커리’는 전국에 모두 8곳이 있다. 빵 좀 만든다고 프랜차이즈 가맹점 체제를 운영해서 돈 벌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는 사람들도 있지만 ‘홍종흔 베이커리’는 가맹점 체제가 전혀 아니다. 홍대표의 빵집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홍대표의 제자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개장할 때 소요되는 비용의 절반은 홍대표가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개장하는 지점의 대표가 될 제자가 부담한다. 그리고 영업이 잘 되면 소요된 비용을 돌려주고 혹 안 돼서 망하게 되면 그냥 준 돈이 되어 버린다.

요즘 국회 앞에서는 소상공인들이 생계형 적합업종의 법제화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일부 대기업 프랜차이즈 측에서는 제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서 홍대표와 같은 명장들이 프랜차이즈 영역을 넓혔다며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홍종흔 베이커리’와 같은 프랜차이즈라면 대한민국 모든 제과점들이 프랜차이즈를 한다 해도 누구 하나 비난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홍대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홍종흔 베이커리’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동네 빵집 망하라고 빵집을 차리고 ‘홍종흔 베이커리’는 그것을 피하는 것이 가장 다른 점”이라고 말한다. 맛이나 모양 등 빵의 품질에 대해서는 웃으면서 "소비자들이 평가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홍대표는 성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부지런함을 꼽는다. 제과업계에 투신하고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벽 5시면 일어나 빵을 만든다고 한다. 가끔 술을 많이 먹거나 몸이 피곤해서 일어나기 힘들 때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술 아니라 독약을 먹어도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명장’이라고 빵집을 차리면 모두 성공하지는 못 한다고 한다. 명장일수록 고집이 세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기보다 본인의 취향에 소비자들이 맞추기를 원하는 명장들이 많은 편이라고. “빵 만드는 기술과 돈 버는 기술은 다른 것 같다”는 것이 홍대표의 지론이다. 

홍대표에게 빵에 대해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고 부탁했다. “빵은 과학이고 학문입니다”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빵은 배울수록 무궁무진해서 많이 노력과 공부를 해도 새로운 빵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습니다. 깊이 들어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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