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아웃"... 동네마트는 왜 '보이콧' 나섰나 [시경pick]
상태바
"롯데카드 아웃"... 동네마트는 왜 '보이콧' 나섰나 [시경pick]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4.03.28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매각 준비 롯데카드... 수수료 분쟁에 '난감'
마트협회 "대기업보다 중소마트 수수료 높아"
카드업계 "금융위 정한 수수료 따를 수밖에 없어"
정부 '상생금융' 역린 건드릴까... 카드사들 '노심초사'
사진=유경표 기자
한국마트협회가 26일 서울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유경표 기자

롯데카드(대표이사 사장 조좌진)가 카드수수료를 놓고 (사)한국마트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카드사들이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있다. 한국마트협회는 집단행동을 통해 유리한 수수료율을 가져가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마트협회 측은 "롯데카드가 동네 중소형마트에 대한 카드 수수료를 대기업보다 높게 받고 있다"며 "향후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반면, 롯데카드 측은 "어디까지나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의 산정 기준에 따라 정해진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롯데카드가 현 수수료율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해도 최근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를 생각하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롯데카드는 재매각을 위한 수익성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카드 수수료 인하가 이뤄질 경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시 말해, ‘진퇴양난(進退兩難)’인 셈이다. 

 

한국마트협회 "고율 수수료 지나쳐"... 롯데카드 '보이콧' 선언

우선, 한국마트협회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핵심은 간단하다. 연매출 30억원 이상의 중소기업형 일반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규점포의 경우, 현행 최고수수료율인 2.3%를 적용받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 계열 가맹점의 1%대 실질 수수료율과 비교해도 한참 높은 수준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26일 한국마트협회는 서울 종로구 롯데카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롯데카드 가맹점 해지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에 소속된 중소형마트 수는 6000여곳에 달한다. 이 중 절반 가량인 3000여곳에서 롯데카드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여신금융업법 제19조 1항에는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롯데카드 가맹점에서 탈퇴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해당 카드사에서 발급하는 카드를 취급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마트협회로서도 ‘강수’다. 소매영업 현장에서 소비자가 카드로 결제하는 비율은 90%를 웃돈다. 중소형마트가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BC카드) 중 한 곳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다면, 소비자들은 대기업 마트로 발걸음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동네 중소형 마트는 매출이 감소하고, 소비자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한국마트협회가 롯데카드 ‘보이콧’에 나선 배경은 연매출 30억원 이상을 올리는 동네 마트들이 카드 수수료율 산정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행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기준으로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은 0.5% ▲3억원 초과~5억원 이하 가맹점은 1.1%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가맹점은 1.25%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1.5%를 적용받는다. 현재 전체 가맹점의 95.8%가 이 같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연매출 30억원 이상의 일반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2%대로 ‘껑충’ 뛴다. 한국마트협회가 올해 3월 소속 중소마트 500곳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롯데카드의 수수료는 2.13%로 BC카드(2.1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하나카드(2.09%) ▲우리카드(2.08%) ▲삼성카드(2.07%) ▲KB국민카드(2.06%) ▲현대카드(2.04%) ▲신한카드(2.04%) ▲농협카드(1.98%) 순이었다. 
 

롯데카드 광화문 사옥 전경. 사진=롯데카드 제공
롯데카드 광화문 사옥 전경. 사진=롯데카드 제공

 

"수수료 수익 계속 줄어드는데..." 속앓이 하는 카드사

한국마트협회 측은 30억원 이상 가맹점의 경우, 개별협상에 따른 수수료 산정이 이뤄져야 함에도 각 카드사들이 고율의 수수료를 ‘일방통보’ 하고 있다며 주장한다. 그러면서 대기업 가맹점들은 ‘협상력’을 앞세워 되레 중소형마트보다 유리한 수수료율을 가져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동네 중소형마트의 순이익 규모가 매우 낮다는 것도 이들에겐 부담이다. 한국마트협회측은 각각의 개별차는 있지만 중소형마트의 순이익을 2~4%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유통업 특성상 고정비용의 지출이 큰 탓이다. 고정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매입비용으로 전체 매출 대비 최대 79%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물가 상승 영향으로 인건비와 임대료 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연히 매출 규모가 커질수록 내야 하는 수수료 규모도 늘어난다. 임대료보다 카드 수수료가 더 높다는 넋두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우대수수료를 적용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대기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해달라는 것”이라며 “대형마트는 협상을 통해 카드사와 수수료를 조율하는데, 중소형마트들은 현실적으로 협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18년경 각 중소형마트들이 개별적으로 수수료 조정을 신청하기 위해 카드사에 연락을 한 적이 있는데, 하나 같이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롯데카드를 비롯한 카드사들이 연매출 30억원 이상 일반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수수료 수익에 있어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여서다. 

실제로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카드 수수료는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4년 연속 인하됐다. 그 결과, 2007년 4.5% 수준이었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54% ▲2019년 29.68% ▲2020년 26.15% ▲2021년 26.65% ▲2022년 24.24%로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연매출 30억원 이상의 가맹점들에 대해선 수수료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카드사들은 경영 여건에 대비해 현재의 수수료율 수준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수수료적격비용 산정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1%대로 인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8년 여신협회가 국회에 제출한 비공개 자료에서는 연매출 30억원 이상 가맹점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 비중이 약 60%에 이른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이는 카드사가 해당 가맹점들의 카드수수료를 섣불리 인하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 시장경제신문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 시장경제신문DB

 

정부 '상생금융'에 카드사들도 '눈치'... "수수료율 체계 개선해야"

올해 새로운 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롯데카드가 중소형마트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 가맹점과 비교해 고율의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는 사실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롯데카드는 매각을 위해 ‘몸값’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2019년 5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를 1조381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2022년 8월 롯데카드를 인수가보다 두 배가량 높은 3조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러한 와중에 불거진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카드수수료’ 논란은 롯데카드에게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이슈임은 분명하다. ‘상생금융’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7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그동안 카드사들이 카드회원에 대한 혜택 제공 등에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가맹점에 대한 지원은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상생금융이 연체예방 등을 통한 금융권의 건전성 제고와 지속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권에 대한 ‘작심비판’ 발언도 재조명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 카드업계에선 카드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산정은 금융위가 정한 산식에 따라, 책정을 하는 것”이라며 “카드사들은 금융위에서 정한 수수료 체계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과의 수수료 분쟁은 특정 카드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카드 업계 전반의 숙제”라며 “결국 금융위 수수료 체계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먼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