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금리·연체율 상승에 수수료 규제까지 '三重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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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금리·연체율 상승에 수수료 규제까지 '三重苦'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4.02.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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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 영업환경 악화일로... 수익성↓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신용사면도 부담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상승곡선 이어져
수수료 인상 절실해도 '벙어리 냉가슴'
정부의 잇단 규제로 인해 카드사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카드업계에서는 "고용 창출을 국정 과제 1순위로 꼽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잇단 규제로 카드업계를 위축시켜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시장경제 DB
사진=시장경제 DB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경기침체 영향으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올해 실적 반등을 장담할 수 없는 카드사들은 각 금융지주사 내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카드사들은 이른바 ‘혜자카드(혜택이 많은 카드)’를 단종시키는 고육지책까지 꺼내들고 있지만, 수익성 하락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내달에는 정부가 대규모 ‘신용사면’도 예고하고 있어 카드사들의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의 실적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는 ▲연체율 상승 및 대손비용 증가 ▲금리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 ▲지나친 수수료율 규제 등 ‘3중고’가 꼽힌다. 세 요인 모두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될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카드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고금리에 자금조달비용 늘어... 연체율 상승도 '경고음'

한때 카드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소비심리가 커지면서 신용카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견인한 덕이다. 이후 온라인 쇼핑 대중화도 성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카드업계 ‘호경기’는 옛말이 됐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등 비우호적인 시장환경 양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카드사들의 수익성·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총액은 1조864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조387억원) 대비 8.6% 감소한 수치다. 고금리 지속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가 한몫한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늘어난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금융지주계열 4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대손충당금은 1조81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6%나 급증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연체액도 카드사 건전성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상환능력이 취약한 중·저신용 차주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연체액은 2조51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398억원) 대비 53%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연체율은 1.63%에 이른다. 카드 연체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4년 8개 전업 카드사 체제가 구축된 이후 최대 규모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금리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예금을 취급하는 ‘수신기능’의 부재가 크다. 여신전문금융회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회사채나 차입금, ABS 등 시장성수신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다시 말해,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 악재 등의 상황이 지속될 시에는 적잖은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닌다는 얘기다. 

고금리에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카드수수료 인상' 올해도 난항 예상... '신용사면'도 부담

국내 카드사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지난해 실적에 이어, 올해도 녹록지않은 경영환경과 마주하고 있다. 당장 3월부터 정부가 단행하는 ‘신용사면’도 적잖은 부담으로 꼽힌다. ‘상생금융’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자칫 카드 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관치금융’으로도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 6일 금융위원회는 2021년 9월 1일부터 2024년 1월 31일까지 발생한 2000만원 이하의 소액연체를 오는 5월 31일까지 전액 상환한 경우, 연체기록을 삭제해주는 ‘신용사면’ 방안을 발표했다. 혜택을 받게 되는 대상자는 최대 29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연체이력이 사라지면 신용점수가 회복되는 만큼, 신용카드 발급이나 신규 대출 등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카드사 입장에선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추가적 연체 발생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잠재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카드수수료 인상이 절실하지만 이 역시 요원하다. 가장 큰 ‘족쇄’로는 현행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출제도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하고, 3년마다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을 재산정토록 했다. 재산정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승인·정산비용 ▲마케팅비용 등의 항목을 고려해 산출한다. 

다만,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영세·중소 가맹점으로 분류돼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문제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이 전체의 95.8%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체 가맹점 316만곳 중 302만7000곳이 해당된다.  

카드수수료율은 영세소상공인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정책적으로 인상이 쉽지 않은 요인이 상존한다. 실제로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 이후 단 한번의 인상 없이 14년 연속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2007년 4.5% 수준이었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낮아졌다.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30.54% ▲2019년 29.68% ▲2020년 26.15% ▲2021년 26.65% ▲2022년 24.24%로 꾸준히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금융위는 2022년 2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으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답보상태에 머무는 실정이다. 

더욱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다, 현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 등을 감안하면 올해 카드 수수료율 인상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반면, 카드사들은 경영 여건에 대비해 현재의 수수료율 수준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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