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배민·쓱닷컴을 정녕 죽일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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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쿠팡·배민·쓱닷컴을 정녕 죽일셈인가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4.02.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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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강행... C-커머스 먹잇감 전락 우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국내 이커머스는 중국의 C-커머스 공세로 벼랑 끝에 서있는 형국이다. 네이버, 쿠팡, SSG닷컴 등 국내 토종 이커머스 기업들은 서로 경쟁하기보다 어떻게 알리바바나 테무 등과 맞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한 이커머스 기업 관계자는 "지금 타 경쟁사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국내 기업들의 최대 적은 중국 알리바바"라며 "거대 자본과 극초저가로 무장한 이들에게 고객을 뺏기지 않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커머스가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더 나은 상품과 가격, 물류 경쟁력, 다양한 혜택 등 수많은 방법을 강구한다. C-커머스의 극초저가에 맞서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동원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벼랑 끝에 선 이커머스의 등을 떠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이를 놓고 업계와 국회의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지난달 21일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준표 대표는 본인 트위터에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혁신적인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 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 테크 지형에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쿠팡, 배달의 민족 등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온플법은 회사들이 어느 정도 커지면 더 제한을 받아야 한다. 이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배민·네이버·카카오가 되기는 더더욱 힘들고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해외 사업자의 연매출 산정 문제로 인해 국내 플랫폼 사업자만 역차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구글, 애플, 알리바바 등은 한국 내 매출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매출이 공개되는 국내 기업들은 제재의 대상이 되지만 외국 기업들은 아무런 제약이 없어지는 셈이다.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쿠팡과 네이버 등은 더 이상 자사 PB를 내세우거나 추가 혜택을 제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나라도 지배적 사업자를 법 제정을 통해 사전 규제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시대를 역행한 공정위의 독단임을 보여준다. 공정위가 법 제정 배경으로 설명한 자사우대·끼워팔기 등 반칙행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조항으로 충분히 제재가 가능하다. 이를 의식한 공정위는 '사전 지정, 사후 규제'라는 말로 항변하지만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플랫폼법이 제정되면 국내 기업들은 규제 대상에 들지 않기 위해 규모를 키우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즉,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몰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성장이 멈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중국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한 것을 굳이 독소조항과 역차별이 우려되는 법안 제정을 통해 대형 플랫폼을 가두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정말 국내 산업 생태계가 우려된다면 규제에 힘쓰기보다 성장과 혁신을 돕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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