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 친정체제 구축...디지털로 스며든다 [줌人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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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금융 친정체제 구축...디지털로 스며든다 [줌人CEO]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4.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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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메시지로 '상생과 공존' 내놓은 양 회장
2030년까지 ESG 상품·투자·대출 50조 추진
AI·디지털 부문, 양 회장이 각별한 관심 쏟아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도 본격 추진

<편집자註>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그룹 내 핵심 전략·재무통으로 유명하다. 업계에선 매우 꼼꼼한 업무 스타일과 함께, 한번 정하면 과감히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겸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략과 재무에 능한 사람은 일견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냉철한 인사로 보여지기 쉽지만 양 회장은 오히려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중히 여기는 ‘소통파’이다. 

최근 그는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친정체제 구축을 알렸다. 9년 만에 수장이 바뀐 KB금융이 비로소 양 회장만의 색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여기서 엿보이는 양 회장의 경영 청사진은 글로벌, 디지털·AI, ESG(환경·사회·지배구조)였다.

미국발(發) 고금리 기조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 시장은 올해에도 혹독한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대내외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이에 대응해야 하는 KB금융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 같은 위기극복을 위해 양 회장이 내놓은 해법은 무엇인지 <시장경제>가 들여다봤다. 

2024 범금융 신년인사회 참석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2024 범금융 신년인사회 참석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상생'에 힘 싣는 KB금융... 지속가능한 성장에 주목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양 회장이 이달 2일 신년사를 통해 밝힌 메시지다.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선언했던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이윤 추구의 성장보다는 금융의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 실천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양 회장의 올해 경영방침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각각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KB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줄 수 있는 회사 ▲주주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이 그것이다. 

일례로 양 회장은 기존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금융 비즈니스와 ESG를 융합해 ‘지속가능한 상생모델’을 구체화 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이 지난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해 동안 친환경 에너지, 사회기여 및 포용적 금융, 주주가치 제고 등으로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약 3조 5485억원에 달한다. 같은 해 기준 ESG 상품·투자 대출 잔액은 약 32조 2000억원, ESG 채권 발행 금액은 약 13조 8000억원이다. 우수기업 대출 잔액도 755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부터는 소상공인, 서민 등 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금융·비금융모델을 구축, 실천키로 했다. 전임 윤종규 회장으로부터 이어받은 ‘KB 그린 웨이브 2030(Green Wave 2030)’ 전략을 바탕으로 오는 2030년까지 ESG 상품·투자·대출 규모에서 5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양 회장의 ESG 강화 의지에 힘입어 KB금융의 올해 사회적 가치 창출액은 전년 대비 한층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KB금융그룹 제공
KB금융그룹 본사 전경. 사진=KB금융그룹 제공

 

'디지털·AI' 전략 본격 시동... 임베디드 금융 구현에 '박차'

양 회장이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어젠다 중 하나로 ‘임베디드 금융’을 빼놓을 수 없다. 자사 플랫폼에 핀테크 기능을 내장해 고객의 일상 속 금융 서비스가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을 앞세워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전통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던 금융사들과의 경쟁구도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KB금융도 ‘디지털 전환(DT)’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 같은 KB금융의 기조는 조직개편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디지털 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DT 본부와 AI본부를 각각 두도록 했다. 특히, 디지털·AI 분야의 경우, 지주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강화됐다. 양 회장이 직접 해당 현안을 챙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양 회장은 과거 윤종규 회장 시절 KB금융에서 디지털부문장과 IT(정보기술)부문장을 역임하며 그룹의 디지털 전략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디지털 전환‘에 관한 양 회장이 보유한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 회장의 ‘디지털 전환’ 핵심에는 단연 ‘슈퍼앱’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슈퍼앱은 각각의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통합해 이용 편의성과 효율을 높인 플랫폼이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에 증권과 보험 등 주요 계열사의 70여개 서비스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 앱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162만명의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AI 기술도 KB금융의 업무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AI 상담 콜봇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상담시간의 제약 없이 음성상담으로 금융업무를 볼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이러한 AI콜봇 서비스는 모바일 이용률이 낮은 고령층과 장애인 고객층에게도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 각 영업점에 순차적으로 도입 중인 키오스크 형태의 ‘AI 금융 비서’도 눈길을 끈다. 실시간 음성명령을 통한 금융상품 안내, 영업점 업무 및 시설안내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편, 양 회장은 올해 계열사별 성장전략을 재정비하고,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투자운용과 WM, 보험, 글로벌 등 4대 영역에서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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