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GS건설 '자이' 브랜드가 건설안전 대책보다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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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S건설 '자이' 브랜드가 건설안전 대책보다 중요한가
  •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 국장
  • 승인 2023.11.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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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안전 대책, LH개혁안 빠진 미봉책 보상안
안전사고 대책, '아파트 브랜드'와 바꿀 수 없어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 국장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 국장

지난 28일 지하 주차장 붕괴사고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인천 검단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에 대한 보상안이 발표되었다. 국토교통부·LH·GS건설과 입주예정자들이 28일 개최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AA13 입주예정자 현장간담회에서 합의문에 대해 각각 서명하면서 보상 문제가 일단락됐다. 지난 4월 붕괴사고 발생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주요 보상안에는 발주자인 LH와 시공사인 GS건설이 전용 84㎡기준 가구당 1억4,000만 원 무이자 대여, 입주 지연으로 인한 지체보상금 9,100만 원, 이사비 500만 원 지원 등이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아파트 브랜드를 LH의 브랜드인 ‘안단테’에서 GS건설의 ‘자이’로 변경하도록 하는 안도 있었다.

GS건설의 브랜드인 ‘자이’로 명칭을 변경해주는 이유는 브랜드가치를 높여주는 척 입주예정자들을 달래고, LH 발주 아파트임을 시민들의 뇌리에서 지우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하루라도 보상을 앞당기겠다는 원희룡 장관의 의지가 있어서인지 어떻게 보면 파격적인 안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이러한 보상에 가려져 정작 중요한 건설안전 대책과 LH 혁신안은 감감무소식이다.

LH는 2021년 임직원 땅투기 사태로 이미 해체 수준의 혁신을 약속했던 바 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LH가 발주한 아파트 건설에서 전관 특혜는 물론, 시공·설계·감리 전반에 걸친 소위 ‘총체적 부실사고’가 발생했다. 때문에 원희룡 장관은 강도 높은 LH 개혁안과 건설안전 대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점을 피력해왔지만 연말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토부와 LH는 별다른 개혁안도 없이 대형 건설사업인 3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과 복지에 주력해야 할 SH는 3기 신도시에 끼어 보려고 숟가락을 들고 다니고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이쯤 되면 정책 책임자들이 무엇이 중요하고 우선순위가 있는지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의심이 든다.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2022년 1월 발생했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발생했다.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지 않는 사이 앞으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는 8월 21일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시민제안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10+1’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부실과 반칙, 특혜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행 주체, 비용부담 주체, 인허가 및 공공발주 주체별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대안을 만들어 정부와 정치권, 건설업계에 제안을 한 것이다.

우선 수행 주체 즉, 설계·시공·감리사에 대해서는 모든 공사에 직접시공제 적용, 인허가시 설계 계약서류 및 대가지급 자료 제출 의무화, 외국인 불법고용 근절이라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비용을 부담하는 수분양자와 공공임차인을 위해서는 계약시 설계도면 및 공사비 내역서 등의 첨부, 감리보고서 등 공사수행관련 정보 수시 공개, 시공현장 정기적 출입권 보장이라는 3개의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 인허가 및 공공발주 주체에 대해서는 지역건축센터 설립 의무화와 미설립시 인허가권 박탈, 허가권자가 직접 감리계약 체결, 설계 및 감리대가 지출 내역 확인 및 공개, 전관 영입업체 출신 발주기관 입찰참가 원칙적 배제 등 4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전관특혜 근절을 위한 대통령 직속 전관특혜 근절 특별위원회 설립 및 상시적 운영을 제시했다. 이러한 대책들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고 돈도 들지 않는다.

1995년 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난지 30년 가까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물 붕괴 등의 안전사고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법과 제도를 만드는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안전은 어떠한 아파트 브랜드와도 바꿀 수 없는 원칙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자이가 아닌 자이 할아버지가 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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