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칼 뽑나... 카카오·키움증권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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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칼 뽑나... 카카오·키움증권 '정조준'
  • 유명환 기자
  • 승인 2023.11.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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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보유 목적 단순투자→일반투자로
잇따른 경영자·임직원 관리 부실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카카오에 이어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불거진 투자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응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향후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모습은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와 연이은 주가 조각 사태 등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키움증권, BNK금융지주, CJ대한통운, 현대로템에 대한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는 점에서 단순투자와 비슷하지만 이사선임 반대, 배당확대 요구,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청구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사실상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의무)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문제가 발견된 기업들의 투자 목적을 상향한 배경을 놓고 '주주 권익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상장사들의 연이은 주가 조작 사태 발생으로 국민연금의 손실금이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4월 키움증권은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으로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손실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주가조작에 연루된 영풍제지의 하한가 사태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하는 등 부실한 리스크 관리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영풍제지 하한가 기록으로 키움증권이 떠안게 될 미수금 손실은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상향한 BNK금융지주 역시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9월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경남은행 횡령 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횡령 규모는 2988억원에 달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1일 카카오와 카카오페이의 법 위반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 목적을 높여둔 상태다. 지난달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법정 구속됐고, 카카오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다.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창업자 역시 사법 처리될 위기에 놓여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 부풀리기 논란으로 3000억 원대 분식회계 의혹에 휩싸여 금감원의 감리를 받고 있다.

증권사들도 내부임직원들의 상장사 시세 조종과 부당 대출 등으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민연금은 CJ대한통운과 현대로템에 대해서도 2대 주주로서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투자 목적을 상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CJ대한통운 지분을 8.97%에서 9.33%로 0.36%포인트 늘렸다. 국내 물류 기업 중 유일하게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실적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자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현대로템에 대해서도 올 상반기 말 기준 현대자동차(33.77%)에 이은 2대 주주로 지분 6.97%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내년 열리는 주주총회 이전에 각사들에게 주주권 행사를 단계별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상 문제점이나 수사 사실 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 및 개선안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해당 안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개 중점 관리 기업으로 선정해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에 반대하거나 공개서한을 발송해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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