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협과 로톡, 과거 잊고 '상생' 관계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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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변협과 로톡, 과거 잊고 '상생' 관계 구축해야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10.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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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징계심의위 의결로 갈등 일단락
'리걸테크 활성화' 위해선 변협 역할 중요
국내외 법제 및 정책 연구 등 과제 산적
변협, 현실적으로 불복 어려워... 출구 전략 고심할 때
정재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이 20일 오후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징계 변호사 이의신청 관련 심의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재기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이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징계 변호사 이의신청 관련 심의가 열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입장을 밝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6승 1무 0패. 법률 플랫폼 로톡이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를 상대로 치른 방어전의 결과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양측의 법적 다툼은 로톡의 승리로 기울었다. 변협의 패착은 분명했다. 로톡은 작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에 불과하지만 '변화'와 '도전'을 선택했고, 변협은 시대 흐름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2014년 2월 설립 후, 싹을 제대로 피워보기도 전에 변협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사실, ‘갈등’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변협 측의 일방적 공세가 8년간 지속됐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법률시장 선진국에서는 이미 리걸테크 산업이 꽃을 피우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 변호사 단체들과 리걸테크 업체들이 협력을 통해 ‘상생’의 길을 개척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변협과 로톡이 소모적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리걸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변협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법조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윗' 로톡, '골리앗' 변협... 로톡의 '연전연승'

양측간 오랜 갈등의 시발점을 따지자면,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변협이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5년 3월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듬해인 2016년 9월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동일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넣었고, 2020년 11월에는 직역수호변호사단도 경찰에 로앤컴퍼니를 고발하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서울변회와 변협이 낸 고발 건에 대해 각각 2015년 4월과 2017년 1월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어 경찰도 2021년 12월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변협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3건 모두 로톡이 승점을 챙긴 셈이다. 

변협은 2021년 5월 온라인 법률 플랫폼 이용 금지에 초점을 맞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하 광고규정)’을 개정하기에 이른다. 로앤컴퍼니는 즉각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변협의 '변호사 로톡 가입 금지 규정'에 일부 ‘위헌’ 판단을 내렸다.  

변협 측은 헌재가 일부 광고규정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에 대해선 그 효력을 인정했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했지만, 법조계 내부에서조차 ‘아전인수’식 해석이란 비판이 나왔다.   

변협은 2021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로앤컴퍼니를 전자상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것. 공정위의 판단은 앞선 검찰과 경찰의 그것과 같은 '무혐의'였다. 

되레 공정위는 올해 2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구성사업자인 소속 변호사들의 광고를 제한한 것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원 부과를 의결했다. 로톡이 변호사법에서 허용하는 '광고형 플랫폼'인 만큼, 변협의 로톡 이용금지 방침과 소속 변호사 징계는 위법하다는 논리이다.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결정에 당혹스런 변협... 갈등 끝내고 상생 나서야

경찰과 검찰, 공정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강경 기조를 굽히지 않던 변협은 최근 법무부의 변호사 징계 취소 의결에 다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로톡 이용 변호사 123명에 대한 변협의 징계 의결을 취소했다.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을 저지하기 위한 변협의 전방위 압박은 법무부 의결을 계기로 사실상 무력화됐다.

변협은 즉각 입장문을 통해 유감의 뜻을 내비쳤지만, 불복은 쉽지 않다. 법무부의 징계 취소 의결에 대해 변협은 그 불복을 구할 당사자적격이 없다. 

법무부 징계심의위가 징계 취소의 근거 중 하나로 기본 법무부의 유권해석(로톡 광고는 위법이 아니라는 취지)을 인용한 사실에 비춰볼 때, 변협이 다른 이유나 규정에 터잡아 재의결을 시도하더라도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   

로톡 관계자는 “법무부 결정이 난 직후, 가장 먼저 한 것은 변협에 연락을 취한 것”이라며 “변협과 어떤 형태로라도 대화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은 없다”고 했다. 

리걸테크 산업에 있어 변협은 분명한 역할이 있다. 혹시 모를 부작용을 억제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이 그것이다.

양패구상(兩敗俱傷)이란 옛말이 있다. 서로 싸우다 모두 패해서 상처만 입는다는 뜻이다. 법률시장의 발전과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 변협과 로톡이 ‘상생’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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