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변론 딜레마'... "성남FC 무죄라 하자니 이재명 돕는 격" [시경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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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변론 딜레마'... "성남FC 무죄라 하자니 이재명 돕는 격" [시경pick]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7.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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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네이버-성남FC, 3자 뇌물죄 인정될까
김상헌·김진희 前 대표, 뇌물공여 혐의 기소
'부정한 청탁' 대법 전원합의체 판례 주목
'국정농단 사건' 계기로 기존 대법 판례 변경
"부정한 청탁에 대한 인식, 미필적으로도 충분"
"처벌범위 무제한 확장"... 일부 대법관 반대
판례 당부 떠나, 검찰 유리한 고지 선점 분석도
'무죄' 혹은 '양형 항변'... 與野 사이 정치적 부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 성남시장 재임 시절, 시민축구단 후원 형식을 빌려 뇌물 4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 네이버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전직 대표이사 등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사건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네이버는 대화형 인공지능 플랫폼 '하이퍼클로바X' 출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현재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는 회사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공판에서 일부라도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시가 나온다면, 회사의 포트폴리오 개편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 사건은 이른바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한 갈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를 맡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올해 3월 22일 이재명 대표 등을 특경법 위반(배임), 특가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성남FC 제3자 뇌물수수 의혹 사건’ 공소사실 요지를 언론에 공개했다.

위 두 사건은 이재명 대표를 범죄 수익의 최종 수혜자로 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나 사건의 기초사실과 적용 법조는 상이하다. 무엇보다 성남FC 사건은 단순 뇌물수수가 아닌 '제3자 뇌물죄'의 법리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네이버로부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제2사옥 인허가 편의를 봐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부도위기에 놓인 성남FC에 40억원을 기부토록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 등은 특가법상 뇌물 수뢰 혐의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와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이사 등은 같은 법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우리 형법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30조).

이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수수(收受)·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법정형량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같은 법 제2조 1항 1호).

김 전 대표 등은 성남FC 거액 후원을 은폐할 목적으로,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이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희망살림을 경유해 자금을 출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네이버가 신사옥 건설 허가 등의 민원 해결을 목적으로, 성남FC에 거액을 출자한 사실을 제3자 뇌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네이버의 신사옥 건축허가와 성남FC 후원은 별개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검찰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전직 검찰 간부 등 이 사건 수사과정을 지켜 본 복수 관계자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팀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기준으로 할 때, 충분히 유죄 선고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측이 비영리단체를 통해 거액을 후원한 사실도 이같은 검찰의 판단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이다.

검찰의 자신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언급에서도 드러난다. 한 장관은 올해 2월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 측으로부터 현안 해결을 대가로 거액을 요구받고, 성남FC에 돈을 지급할 시기와 액수를 노골적으로 흥정하는 상황이 그대로 기재된 성남시·기업체의 각종 보고 문건, 회의록과 이메일이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지역 관할이 다른 두 재판부에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사건을 분리 기소했다.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 사건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에 각각 배당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1사옥 '그랜팩토리'와 2사옥 '1784'. 사진=시장경제DB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1사옥 '그랜팩토리'와 2사옥 '1784'. 사진=시장경제DB

 

네이버와 성남FC, '후원'인가 '뇌물'인가 

이 대표 측은 이 사건에서 ‘무죄’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5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제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은 “성남FC는 시 조례에 의해 설립된 산하기관으로 성남시에서 운영비를 책임진다”며 “시장 직에서 물러나면 구단주 지위에서도 물러나기에 사유화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 대표가 무죄를 주장하면서, 공은 네이버 측으로 넘어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가 심리 중인 사건에서 변호인은 아직까지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이 대표처럼 무죄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본다면, 네이버의 무죄 항변은 이 대표를 도와주는 결과가 된다. 네이버 측 의사와 관계없이 이 대표를 지원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뉴스 검색 및 배치 알고리즘 적절성 논란으로 여권의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고민은 그만큼 깊어질 수 있다.    

네이버가 일부 혐의를 인정하되 양형을 다투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 경우, 네이버가 성남FC에 건넨 후원금을 ‘뇌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되므로 이 대표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검찰은 김상헌 전 대표로부터 “성남FC 후원은 뇌물이 될 수 있어 반대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판례와 법리에 밝다. 성남FC 후원이 자칫 '뇌물 스캔들'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언론매체 보도를 보면,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은 ”(이재명 시장) 임기 내에만 성남FC에 후원을 하면 된다“며 ”잔여임기 3년 동안 연 40억원씩 총 120억원을 후원하거나, 최소 연 20억원씩 총 60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네이버에 전달했다고 한다. 

네이버는 연 40억원씩 후원키로 하고, 그 대가로 제2사옥 신축 인허가 절차상 편의 제공, 근린생활시설 지정, 최대용적률 상향 등의 특혜를 받았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대법원 전경. 사진= 이기륭 기자
대법원 전경. 사진= 이기륭 기자

 

대법, 국정농단 사건 계기로 '제3자 뇌물' 판례 변경

네이버 관계자는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성남FC에 후원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제2사옥 건축허가와 성남FC 후원은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 공판은 이제 변론준비단계를 시작했다. 심리 초반으로 재판부 심증 형성을 위해서는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제3자 뇌물죄에 대한 두 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살피면 이 사건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2021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에서, 제3자 뇌물죄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 인정 범위를 이렇게 정의했다.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

위 판시는 2019년 8월 29일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 판결을 인용했다. 

2019년 대법원은 ‘최순실(최서원) 모녀에 대한 대기업들의 특혜 제공을 제3자 뇌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구성해 기존 판례를 변경, 피고인석에 앉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한 조건으로 다음의 5가지를 제시했다. 

“①당사자 사이에 ②청탁의 대상이 되는 공무원 직무집행과 ③공여자가 제3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이 ④직무집행의 ‘대가’라는 점에 대한 ⑤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해야 한다.”

제3자 뇌물죄는 단순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을 범죄구성요건으로 명시했다. 즉 ‘부정한 청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제3자 뇌물죄는 성립할 수 없다.

주의할 점은 위 5가지 사항이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2019년 사건에서 변호인단은 “기업총수들은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없다”며 청탁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변호인단은 사건 본질을 ‘제왕적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기업총수들의 수동적 금품 제공’으로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정경유착’으로 봤다.

사건 성격을 ‘대통령의 겁박(혹은 강요)에 의한 수동적(요구형) 뇌물공여’로 보면, 기업총수는 ‘겁박의 상대방인 피해자’이며 그가 제공한 금품은 ‘청탁 없는 요구형 뇌물’이 된다. 반면 후자 관점에서 사건을 다룬다면, 기업총수들은 대통령의 권한에 기대 개인적 이익을 취한 적극적 뇌물공여자가 된다.

여기서 검찰이 전개한 법리가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부정한 청탁’이다.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청탁이 없었어도 부정한 청탁에 대한 ‘미필적 인식’, ‘직무행위와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특정’만 된다면 제3자 뇌물죄는 성립한다는 것이다.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검찰의 법리를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도 없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며, 부정한 청탁에 대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다.”
 

'제3자 뇌물', 처벌범위 무제한 확대... 네이버 前 대표 '선택'은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3인의 반대의견이 존재한다. 3인의 대법관은 “다수의견이 제시한 법리를 적용하면, 제3자 뇌물죄 처벌범위는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된다”고 비판했다. 반대의견을 정리하면 이렇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대통령의 직무는 포괄적이므로 부정한 청탁의 내용인 대통령의 직무가 특정될 필요도 없게 되고, 대부분의 경우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게 돼 쉽사리 제3자 뇌물수수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공소사실 중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아예 특정될 필요가 없다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제3자 뇌물수수죄에서 요구하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구성요건을 형해화했다.

(중략) 이런 결론은 제3자 뇌물수수죄에 관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명백히 반할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 피고인들의 재판을 받을 권리, 불고불리(不告不理)의 원칙 등에도 위배되므로, 다수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

2019년 사건을 계기로 제3자 뇌물죄의 처벌범위는 매우 넒어졌다. 다시 성남FC 사건으로 돌아오면, 검찰이 한결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정한 청탁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는 정황 정도만 입증해도 유죄를 받아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변호인이 '압박에 의한 수동적 금품 제공' 항변을 선택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변론 전략의 초점을 '양형'에 맞춘다면 인허가권자인 시장의 권한을 의식해, 부득이하게 후원에 나섰다는 항변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물론 정치적 위험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국회 의석수가 167석에 달하는 거대 야당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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