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전략... 프리미엄·중저가 '투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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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전략... 프리미엄·중저가 '투트랙'
  • 한정우 인턴기자
  • 승인 2023.05.3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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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시장 장악을 위해 본격적인 시동
업셀링 전략에 이어 프리미엄 제품 전환
1위 수성 비결은 A시리즈 등 '중저가폰'
차별화된 시스템, 자체 AP 칩셋 강화
“프리미엄 제품 50%를 폴더블폰으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S23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S23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수성을 위한 '투트랙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흥국에서는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중저가폰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한편, 선진국 시장에선 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앞세워 확고한 경쟁력을 가져간다는 복안이다. 그간 위협적인 공세를 폈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미중 갈등의 여파로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고객경험에 중점을 둔 '초연결' 시스템과 폴더블폰 비중 확대로 격차를 벌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전략은 올해 2월 노태문 삼성전자 MX 사장이 샌프란시스코에 열린 갤럭시언팩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자리에서 노 사장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이 1위에 오르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현지화 전략과 프리미엄 제품 라인으로 점유율 확대를 노리겠다"고 했다. 

UN인구기금(UN Population Fund)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평균 연령 27세, 인구의 47%가 25세 미만인 국가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인구 증가가 이뤄지고 있으며, 연 평균 약 7%의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도 우상향을 보이고 있어, 글로벌 IT 기업들이 절대 놓쳐서 안되는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약 21%로 집계했다. 2017년 4분기 샤오미에 선두를 내준 뒤 5년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업계에선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 등 반중 감정 악화로 중국산 제품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1위 탈환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갤럭시 A24 제품 사진.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A24 제품 사진. 사진=삼성전자

 

인도 시장에 힘 쏟는 삼성전자... 中업체 누르고 1위 접수

최근 인도 스마트폰 시장 수요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중저가폰에서 프리미엄폰으로 무게추가 옮겨지는 모습이다. 올해 2월 출시한 갤럭시S23의 경우, 현지 사전예약 첫날 14만 대가 판매되는 호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S22보다 2배 많은 수준으로, 한화로 약 2122억 원에 달한다.

인도 시장조사기관 넷스크라이브에 따르면 인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2021년 1억6070만 대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7.97%로, 2027년에는 약 2억5328만 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 변화에 맞춰 성능과 가격을 고루 갖춘 스마트폰을 출시해 업셀링 전략을 펼치고, 점차 프리미엄폰 라인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업셀링은 고객이 기존 사용한 제품의 상위 버전을 구매토록 하는 판매 전략을 말한다. 중저가폰에서 프리미엄폰으로 구매 수요가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닦는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는 지난달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우선적으로 출시된 갤럭시 A24 제품을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중저가 모델임에도,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후면카메라 손떨림방지(OIS), 손떨림보정(VDIS) 등이 탑재돼 성능면에서 프리미엄폰과 견줄만하다고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폰 전환 방침에 대해 “최근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스마트폰 제품군을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Z 폴더블폰 라인까지 확장했다”며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Z 플립5·폴드5 초도 물량도 인도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략은 동남아에서도 유효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동남아 5국(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 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p 감소한 수치지만 오포, 비보, 샤오미, 리얼미 등 중국 기업들을 누르고 1위를 달성했다.

갤럭시A12는 2021년 인도와 베트남에서 연간 5180만 대가 출하돼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모델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스마트폰 단일 모델이 연간 출하량 5000만 대를 돌파한 것은 이 제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갤럭시 S2를 선보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점유율 1위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약 21.7%, 경쟁사 애플(약 18.7%)에 비해 3%p 높았다. 장기간 선두 자리를 지킨 비결로는 갤럭시 A시리즈를 비롯해 M시리즈, J시리즈 등 다양한 보급형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이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합리적인 성능과 가격으로 인도,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결과다. 
 

갤럭시 Z 폴드4·플립4 사진.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4·플립4 사진. 사진=삼성전자

 

애플의 프리미엄폰 시장 견고... 차별화된 시스템으로 극복

삼성전자는 신흥국 시장에서의 기세를 몰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일대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폴더블폰을 위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삼성전자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기기 판매량에서 1위부터 10위 이내 순위에서 8개 단말기가 애플 제품이었다. 삼성전자는 4위, 10위에 A시리즈 제품이 자리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스마트폰 점유율 1위는 애플이 42.0%로 1위, 삼성전자는 18.3%로 2위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한 묘책으로 '초연결'을 꺼내들었다. 각각의 삼성 제품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자체 생태계를 구성하고, 제품 사용 만족도를 비약적으로 높여 충성고객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는 타사 제품과 달리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보이는 시스템을 마련해 디바이스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갤럭시 에코시스템으로 스마트폰, 탭, 워치, 버즈 등 각각 기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능을 연결해 소비자에게 유기적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에서 MX사업부 AP 솔루션개발팀을 신설해 자체 AP 칩셋 성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미국 반도체 제조회사 AMD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AMD의 초저전력·고성능 라데온(Radeon) 그래픽 설계자산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차세대 그래픽 솔루션을 엑시노스 라인업에 확대 적용키로 했다. 엑시노스의 GPU 성능을 콘솔 게임 수준의 고성능·고화질 게임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애플 등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지니고 있는 폴더블폰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시장 개척에 나설 방침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은 올해 초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삼성전자 갤럭시 브랜드의 프리미엄 제품 50%를 폴더블폰으로 채우는 것이 목표"라며 "지난해 나름대로 목표한 바에 근접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구글,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에서 약 15종의 폴더블폰이 출시 예정에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경우, 아직까지 품질 및 신뢰성 면에서 삼성전자에 밀리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당분간 시장을 삼성전자가 주도할 공산이 크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은 약 2100만 대로, 지난해 출하량(약 1천400만 대) 대비 50%p 이상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폴더블폰 시장은 매출 기준으로 향후 5년간 연평균 약 18%p 성장해 2027년에는 연간 약 55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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