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삼성·LG단가 압박용?... 애플 '디스플레이 자급'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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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삼성·LG단가 압박용?... 애플 '디스플레이 자급' 진실은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3.0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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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워치용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테스트"
국내 매체 재인용... 한때 삼성·LG 디플 주가 하락
'양산' 아닌 '제품 테스트'... 국내 영향 사실상 없어
글로벌 선두 삼성 디플, XR용 파일럿라인 운용
애플, 양산 능력 없어... 한국, 대만 등 공급 의존
전문가들 "공급단가 낮추기 위한 협상용 언플"
애플워치 울트라. 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쳐
애플워치 울트라. 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쳐

국내 일부 매체가 차기 애플워치 스팩을 전망하는 기사를 통해 애플이 마이크로 LED 기반 디스플레이를 자체 개발, 새 제품에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 진위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 사정에 밝은 복수의 전문가들은 "애플의 디스플레이 내재화 시도는 '개발'이 아닌 '공정(工程)'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OLED보다 공정 난이도가 높다. 더구나 애플은 상용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운용 경험이 없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상용화는 충분한 양산 수율 확보를 전제로 하며, 무엇보다 고도의 공정 기술과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용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독자 개발 디스플레이를 차기 애플워치에 탑재한다는 계획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되레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사가 확산되는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애플워치 차기작 생산을 앞두고 디스플레이 업계에 공급 단가 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언론플레이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 애플워치용 OLED 디스플레이 공급은 삼성·LG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전담해 왔다. 때문에 애플 측이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시제품 개발 사실을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 디스플레이 시제품 테스트... '양산'과는 거리 멀어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말까지 애플워치에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예정이다. 기사에서 웨이 첸(Wei Chen) 애플 하드웨어기술사업부 디렉터는 '애플 워치 울트라'(Apple Watch Ultra)에 자체 개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적용을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애플이 부품 내재화를 위해 전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언론이 위 내용을 인용 보도하면서 애플의 마이크로 LED 개발 이슈는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위 기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한 팩트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애플이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제작, 성능을 평가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사 차원에서 핵심 부품 내재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위 기사에는 마이크로 LED '양산'과 이것을 가능하게끔 하는 '공정'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다. 시제품 성능을 테스트했다는 사실과 양산을 위한 준비가 완료됐다는 말은 그 의미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LED는 제조 단가가 높아 판매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공급을 중국·대만 기업에 맡기면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미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 중국 견제 정책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산 소재·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채택한 제품의 수입 및 판매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는 양산하기 어려운 기술로 가격도 비싸다"며 기사 내용에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애플은 자체 생산라인이 없어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공정은 외주화해야 한다"며 "결국 삼성, LG가 아니면 대만이나 중국 기업에 기대야만 한다"고 말다.

업계 사정에 밝은 A는 "아직까지 애플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워치용 마이크로 LED 양산을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애플은 제품 품질에 민감한 기업이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기 위해 차선책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위 기사에 자체 집계한 삼성·LG디스플레이 실적 데이터를 포함했다. 그러면서 LG디스플레이 매출의 36%,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의 약 6.6%를 애플이 차지하고 있다고 곁들였다. 애플워치 차기작에 자체 개발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경우 두 기업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기사를 계기로 두 기업의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VR, XR기기용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양산에 앞서 파일럿라인을 이미 구축했다. VR, XR용 디스플레이는 워치용보다 크기가 작다. 

[편집자주] 

☞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LED는 LCD TV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미니 LED TV와는 전혀 다른 기술이다. 미니 LED TV는 빛을 내는 광원(백라이트)을 필요로 한다. 다만 그 광원 역할을 하는 LED를 100-2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로 대폭 줄여, 기존 LCD TV 대비 휘도(밝기)와 색선명도가 상당히 우수하다. 백라이트를 필요로 하고, 화소(픽셀)마다 빛을 내는 자발광 기능이 없다는 점에서 OLED나 마이크로 LED와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마이크로 LED는 픽셀마다 초소형 LED를 촘촘하게 박아 원하는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각각의 LED가 화소 역할을 하고, 스스로 빛을 낸다는 점에서 OLED와 같은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분류된다. 무기물 소재를 이용해 유기물 기반 OLED의 단점인 번인현상이 발생치 않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사용되는 LED의 크기는 5~100㎛ 수준으로 매우 작다.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만큼 작은 크기의 LED 단위로 색상을 조절할 수 있어 색재현력이 100%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벽한 자발광 디스플레이 혹은 디스플레이의 미래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OLED를 넘어서는 색재현력과 선명도, 뛰어난 내구성을 갖췄지만 문제는 가격과 기술이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의 성패는 '실장(實裝·Packaging)' 기술이 좌우한다. 실장은 PCB(인쇄회로기판)에 소재와 부품을 장착하는 공정을 말한다. 

삼성이 중소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비결로, 독보적인 반도체 실장 기술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성은 글로벌 유일의 종합반도체기업(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으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 실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의 관건은 초소형 LED를 얼마나 균일하게 장착할 수 있느냐에 있다. 반도체 사업을 통해 확보한 삼성 특유의 정밀 실장 기술은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품질경쟁력과 상용화를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높은 판매가도 상용화를 가로막는 난제 중 하나이다. 최근 삼성이 공개한 110인지 마이크로 LED TV 판매가는 1억7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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