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증권, 헤리티지 100% 보상안 수용할까... 법조계 "과한 측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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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증권, 헤리티지 100% 보상안 수용할까... 법조계 "과한 측면 있다"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2.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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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까지 당국 권고 수용여부 결정해야
헤리티지 3907억원 판매... 부담 불가피
법조계, "계약취소로 확신할 근거 부족"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 DB

금융당국이 권고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 100% 보상안의 수용기한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신한투자증권의 수용 여부에 금융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 투자자 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판매사에게만 모든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판매사들의 보상안 수용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독일 헤리티지 펀드 전액 반환결정과 관련해 판매사들은 19일까지 수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3,907억원을 팔아 특히 고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분쟁 조정을 진행한 6개 판매사중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한 5개사는 아직 금감원에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환매중단 3년 만인 지난 11월 29일 독일 헤리티지펀드 6건의 분쟁 조정안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들어 판매사들에게 투자자들의 투자금 전액을 배상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는 지난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 사이 독일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한 '기념물보존등재건물'을 독일 현지 시행사가 매입한 뒤 개발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낮은 원금 손실 가능성과 연 7%의 이자를 내세워 총 4,8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2019년 7월 만기가 돌아왔지만 돌연 환매가 중단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알고보니 현지 시행사는 지난 2015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부실 회사였고 펀드 운용을 위한 기초 자산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투자 피해자들은 "헤리티지는 애초부터 수익 발생 가능성이 없었던 상품인데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됐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펀드로 인한 총 피해금액은 5,000억원이 넘는다. 현재까지 독일헤리티지펀드 피해자들은 판매사들과 3년 넘게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작년 4월 직접 사기 계약을 입증하기 위해 자료를 취합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수사가 1년 넘게 답보상태라고 전했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검찰이 제때 수사결과를 내놨다면 착오가 아니라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로 결론났을 것"이라면서 "신한투자증권이 보상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 "판매사 100% 보상은 과해"

법조계 일각에서 전액 반환을 결정할 만큼의 불법성이 명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며, 판매사에게만 책임을 지운 것은 무리한 결정이라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시행사의 헤리티지 사업 이력과 신용도 관련 허위·과장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구조 △이면계약에 따른 높은 수수료 지급 구조 △시행사가 헤리티지 부동산 개발 인허가 신청조차 하지도 않은 점 등을 계약취소의 근거로 들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헤리티지펀드는 현재 밝혀진 내용만 봐서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요건이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펀드 운용에 있어 사후적으로 부실이 난 것인지 사전에 계약 자체를 취소해야할 만한 사기나 불법성이 있었는지 좀 더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금감원은 현지 시행사와 자회사가 2014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음을 근거로 헤리티지의 투자금 상환 계획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는데, 펀드 판매 시점이 2017년이므로 해당 연도의 재무제표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이 2018년 10월 어린이집 펀드라고 불리는 ‘라움시퀀스 앱솔루트 1호’의 부실 위험을 인지하고도 판매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전경. 사진=연합뉴스

다른 법조인은 "전 정부하에서 운용사의 과실이나 사기로 인한 피해라 할지라도 일단 돈을 가진 판매사가 보상하고 추후 알아서 운용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라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돼버렸다"면서 "판매사에 일부 사후관리 책임이 있다해도 투자자 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100% 보상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신한투자증권이 당국의 권고안을 수용할 경우 우선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투자증권은 먼저 충당부채로 쌓아둔 2,200억원 외에 추가로 1,5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증권가의 불황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헤리티지 외에도 라임펀드 3,248억원을 판매해 충당금 리스크가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상안을 수용할 경우 추후 주주들이 한번쯤 법리를 다퉈봤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할 수도 있고,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피해자들의 원성은 물론이고 당국과 관계가 불편해지는데서 오는 유무형의 손해가 커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한투자증권 외에 헤리티지를 판매한 금융사는 NH투자증권(243억원), 하나은행(233억원), 우리은행(223억원), 현대차증권(124억원), SK증권(105억원) 등으로 그 판매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상안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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