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쪼개기 펀드' 과징금 패소... 동병상련 은행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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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쪼개기 펀드' 과징금 패소... 동병상련 은행도 비상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1.3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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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증선위 '쪼개기' 소송 각 1승
1심 승소에 소송나선 기업銀 등 은행권 긴장
법조계, "시리즈와 쪼개기 구분 애매"
기업은행, "법원 뜻 확인 차원, 불복 취지 아냐"
"'쪼개기' 과징금 이미 납부, 주주달래기용 소송"
서초동 법원. 사진=시장경제신문DB
서초동 법원.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모펀드 '쪼개기'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법원이 자산운용사와 증선위의 손을 각각 한번씩 들어주면서, 향후 3심 법원의 판단에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지난 1심에서 자산운용사가 승소한 이후 은행권도 잇따라 당국을 상대로 과징금 취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시리즈펀드와 불법 '쪼개기' 펀드의 경계가 아직은 애매해 상급 법원의 판단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0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29일 서울고등법원 행정4-1부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전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증선위의 손을 들어줬다. 

'시리즈 펀드'는 49명 이하의 개별 사모펀드들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같은 종류의 증권으로 봐야 하며, 투자자가 50명이므로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펀드 모집 관련 규정을 준수했어야 했다는 취지다. 

이른바 '시리즈 펀드'는 6개월 이내 다수 사모펀드를 설정해 사실상 동일한 증권을 발행하는 것을 지칭한다. 하나의 회사채를 투자자산으로 편입하거나 다수 투자대상자산들을 같은 비중으로 편입하는 식이다. 단일 사모펀드는 현행법상 49인 이하의 투자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지만 시리즈 펀드로 쪼개면 더 많은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거대한 공모펀드를 여러 개의 사모펀드로 눈가림해 각종 공시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며 규제를 강화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리즈 펀드를 취급한 금융사들이 과징금 철퇴를 맞은 바 있다.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앞서 2017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현대중공업 △금호석유화학 △대한항공 등이 같은 날 발행한 회사채에 50명 미만의 사모펀드 여러 개를 만들어 투자했다. 증선위는 이를 '사모펀드 쪼개기'로 판단하고 2020년 7월 운용사 대표에게 과징금 1,46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운용사 대표는 같은 해 9월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각 펀드별로 회사채 매입 시기가 달랐고, 운용보수와 이익 분배 방식 등이 다르므로 별개의 펀드상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에 1심 법원은 운용사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각 사모펀드들의 선취판매 수수료나 신탁보수가 달랐지만 그 차이가 0.01%~0.02%p에 그쳐 별개 펀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운용사와 증선위의 손을 각각 한번씩 들어주면서 향후 대법원의 결론이 초유의 관심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IBK기업은행. 사진=시장경제DB
IBK기업은행. 사진=시장경제DB

 

기업은행, "불복 소송은 주주 달래기 차원"

IBK기업은행 역시 지난 4일 '쪼개기' 과징금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7월 금융위원회는 디스커버리를 사실상 공모펀드로 보고, 기업은행에 총 18억7,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정상적인 시리즈 펀드와 불법 쪼개기 펀드의 경계가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 A씨는 "같은 기초자산이라도 매입한 시기나 정보 유무에 따라 그 가치나 예상 수익률이 다를 수 있고, 자산배분을 어떤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리스크도 (펀드별로) 천차만별일 수 있다"면서 "펀드의 수익구조나 설정 외에도 판매사가 고의적으로 쪼개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고객 니즈가 있어 자연스럽게 시리즈로 나눈 것인지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2018년에 한층 강화된 시리즈펀드 관련 규제의 잣대로 이전에 판매된 펀드를 재단하는 것을 두고 불편한 기류도 감지된다. 문제가 된 디스커버리 펀드는 2017년 4월 경 판매된 상품이다.

한편 29일 2심 법원이 증선위의 손을 들어줬다는 소식에 불복소송을 진행중인 기업은행 외에도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긴장하는 모양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승소하면 모르지만 은행들은 패소할 경우 과징금 부담은 물론이고 덤으로 금융위의 '괘씸죄'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증선위가 최종 승소할 경우 향후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관련 규제와 단속이 강화될 공산이 크다. 문제가 된 펀드들이 공모펀드에 준해 보다 투명하게 운용됐다면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 당국의 기본적 입장"이라고 전했다.

30일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미 과징금은 완납했고, 이번 소송 역시 불복의 취지가 아니다"라면서 "다른 금융사가 일부 승소한 사례도 있으므로 향후 내부통제 개선 차원에서 법원의 뜻을 한번 확인하자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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