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K-방호로 일상 속 '방사선 피해'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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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K-방호로 일상 속 '방사선 피해' 막겠다"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9.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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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앤빈' 민경령 대표 인터뷰
"지상과 우주 아우르는 방호 플랫폼 구축"
기존 방호 소재 단점 보완한 신소재 개발
차폐력 우수하면서도 가볍고 인체에 무해
각종 산업현장에 맞춤형으로 적용 가능
산모용·의료용 방호담요, 방호복 제작 계획
스페이스앤빈 민경령 대표. 사진= 시장경제DB
스페이스앤빈 민경령 대표. 사진= 시장경제DB

"방사선이나 전자파는 각종 전자기기 뿐 아니라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다. 기존 방호 소재들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을 개발, K-방호시스템의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

지난해 6월 스페이스앤빈을 창업한 민경령 대표는 사명에 지상의 작은 콩(빈)이 우주(스페이스)까지 자라도록 지상과 우주를 아우르는 방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산업이 첨단화 될수록 원자로, 원전 폐기물, 의료기기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인공 방사능이나 각종 장비에서 나오는 전자파로부터 인체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커진다. 방호 수단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이유다.

스페이스앤빈은 그간 사용됐던 방호 소재들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납은 차폐효과가 우수한 반면 인체에 해롭고 무겁다. 황산바륨은 인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스페이스앤빈은 철과 붕소를 기본 원료로 차폐력이 우수하면서도 가볍고 인체에 무해한 신소재를 제품화했다.

민 대표는 10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며 수익창출과 이미지 제고에 힘써왔지만, 기업문화 폐해에 지쳐 퇴사를 결심했다. 이후 그는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축적된 경험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발견하는 흥미와 열정이 사업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경제>는 스페이스앤빈 민경령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방호시스템의 중요성과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민 대표와의 일문일답.

스페이스앤빈 민경령 대표 이력

(전) 한국전파진흥협회 근무
(전) EMP 기술 표준화 위원(IEC, EMP 안전성 평가 등)
(현) 軍 EMP시설 구축 자문위원
(현) 정부기관 EMP시설 구축 자문위원
(현) ICT폴리텍대학교 EMP 산업현장 교수
(현) 법무부 법무보호 위원
(현) 스페이스앤빈 대표이사

스페이스앤빈 민경령 대표. 사진=시장경제 DB
스페이스앤빈 민경령 대표. 사진=시장경제 DB

-꽤 오랜 기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다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고 들었다. 그 중에서도 방사선, 전자파가 관련된 생소한 분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

"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파) 업무를 10년 정도 맡아온 경험이 있다. 관련 제도부터 인증, 컨설팅 등을 진행했다. 그런 과정에서 좀 더 창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방사선 분야가 우리에겐 생소한 분야이긴 하지만, 관련 기준이 정형화된 것들이 많았다. EMP 역시 군사적인 기술로만 알고 있지만 민간이나 공공에서도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란 판단이 들었고, 제한된 기준들이 많아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기존 사업들이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산업이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준에 맞춰 발전하면서 기존의 기술방식은 저물어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이런 방호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이용한 사업이 가능한 방안들이 여러가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스페이스앤빈 홈페이지를 보면 제품의 방사선 차폐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 방사선 차폐가 필요한가?

"방사선은 우리 인체에 여러 영향을 끼친다. 방사선은 우주에만 있는게 아니다. 지상에도 존재하고 인공방사선 등 원인도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2013년 우리나라는 우주 방사선 피폭 관리와 관련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생소한 법이다보니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도 시행되지도 않은게 사실이다. 2018년 전직 항공사 승무원이 비행 중 우주 방사선 노출로 인해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며 산재를 신청한 사실이 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항공사마다 피폭량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20년 넘게 항공사에서 근무하던 승무원이 백혈구 수치 이상으로 '골수 형성이상 증후군'을 진단받았고, 근로복지공단은 질병과 방사선 노출과의 인과성을 인정했다. 사람 뿐만이 아니다. 미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 컴퓨터는 소량의 방사선에도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방호 수단이 중요한 이유다."

-스페이스앤빈이 개발한 방호 소재가 그간의 장비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면?

"경량화된 차폐 기술을 일정 수준 검증을 했고, 그것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우선 강조하고 싶다. 기존 소재들은 무게나 인체 유해성, 가격 등이 문제가 됐는데, 우리 제품들은 그런 것들을 해결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창업을 하기전 우주 방사선으로 인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스페이스앤빈이 개발한 제품이 방사선으로 인한 영향성을 어느 정도 차감시킬 수 있는지 사전 시험을 했는데 상당한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다. 우주 개발에 따른 니즈들이 과학계나 산업계 쪽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사실 방사선에 대한 대비는 기존 장비를 활용, 대체하는 상황이다. 기존 차폐 기술은 시설이나 장비로만 만들어졌는데 스페이스앤빈 제품은 여러가지로 활용이 가능하다. 아직 먼 길이기는 하지만 계속 도전을 하고 있고, 방사선 차폐에 있어 기존 장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사진=시장경제 DB

-차폐 기술의 경량화를 통해 일상생활에 적용가능하다 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차폐는 특수한 보호가 돼야 하는 중요 정보통신 장비들에 집중돼 있다. 스페이스앤빈이 포커스를 맞추는 부분은 고출력의 전자파나 우주 방사선에 대한 개념이다. 우선 우주 방사선을 예로 들어보자. WHO나 국내 보건복지부가 규정하는 1년의 피폭량이 정해져있지만, 항공기를 이용하거나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는 지역을 가게 된다면 그 기준 이상의 방사능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부분 광물을 활용하거나 시설을 이용하는 차폐 방식을 택하는데, 이는 환경적인 오염, 무게, 비용 등의 문제가 있다. 그런 면에서 경량 차폐는 이런 것들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여기에 더해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스페이스앤빈의 신소재가 다양한 환경,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인가?

"스페이스앤빈이 개발한 제품은 적층형 소재로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경량화된 A4 용지 두께보다 얇은 소재는 방사선이나 전자파를 막기 위해 다양한 환경에서 조성이 가능하다. 스페이스앤빈 제품은 저주파부터 고주파까지, 그리고 방사선 배형까지 현장이나 산업계에서 각각 필요로 하는 분야에 맞춤형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페이스앤빈은 그런 시스템들을 개발하고 그 시스템들을 통해 포괄적 기준으로 만들어 내려 한다. 우선 소재같은 경우 필름 형태로 만들어낼 수 도 있고 벽지 형태로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존 철이나 광물을 활용했을 때 제한됐던 방식에서 벗어난 형태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이동형 장비나 이동형 부품들에도 적용할 수 있어 소재에 대한 적합성들이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앤빈 민경령 대표(우)와 이지선 이사(좌)가 자사의 신소재를 들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스페이스앤빈 민경령 대표(우)와 이지선 이사(좌)가 자사의 신소재를 들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현재 스페이스앤빈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이 있다면?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스타트업이 밟아야 하는 과제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5월부터 집중적으로 기술에 대한 홍보를 하고 있다. 그 성과로 최근 국내 대기업과 시설이나 장비에 스페이스앤빈의 차폐 소재를 적용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또 군사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 장비들이 시설 단위에 대한 EMP 방호에 맞춰져 있어 관련 사업들은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특성에 더해 방호 시스템이 다소 생소한 분야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늦은 나이에 사업을 괜히 시작했나'라는 후회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스페이스앤빈의 기술과 성장성을 조금씩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에는 국내 벤처캐피탈인 가이아벤처파트너스로부터 기업 가치 60억 원으로 인정받으며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사업 특성상 함께 일하는 업체들을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의 능력이나 성과를 알리는데 어려움이 있다. 추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생소한 분야라 심사 과정에서 접근성이 상당히 제한된다. 방호라는 기술 자체가 대부분 정보 보안이나 기밀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보다 이해를 시키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스페이스앤빈의 사업 방향과 향후 계획은?

"생소한 분야이지만 우주 방사선부터 지상 방사선, 전자파의 영향까지 전체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이를 위해 산모들이 항공기를 타고 이동할 때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나오는 전자파를 막을 수 있는 담요를 제작하려 한다. 아무래도 산모 배속에 있는 태아에게는 방사선이나 전자파가 더욱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의료용 차폐복 제작도 구상 중이다. 병원에서는 의료용 기기로부터 나오는 방사선을 막기 위해 납복을 착용하는데, 무게가 무겁고 활동성이 떨어지는데다 가격이 비싸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페이스앤빈 소재를 이용하면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페이스앤빈의 꿈은 K-방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진=시장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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