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이 살린 '포은로·열정도', 건물주가 죽인 '종로·이대·압구정' 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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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이 살린 '포은로·열정도', 건물주가 죽인 '종로·이대·압구정' 상권
  • 김새미 기자, 임현호 기자
  • 승인 2017.06.2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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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살리려면 건물주-상인 상생해야 한다는 공감대 필요
청년 상인들이 개척한 상권인 용산의 '열정도'(위)와 중심 번화가인데도 공실이 생긴 종로의 한 건물(아래). 사진=시장경제신문

서울 곳곳에는 소상공인들이 살려낸 틈새 상권이 있는가 하면 건물주들로 인해 죽어가는 상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들이 살리고 있는 상권은 최근 소위 '뜨고 있는' 포은로(망리단길), 열정도 등이 있다. 해당 지역들은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밀려난 소상공인들이 새롭게 개척한 상권이다.

반면 비싼 임대료로 인해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 곳으로는 압구정, 종로, 이대 등이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였던 지역들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대료를 못 견디고 빠져나간 상인들로 인해 공실률이 늘고 있다.

이대의 한 상인은 "세입자인 상인이 없으면 상권이 어떻게 유지되겠나"라며 "주변에 비어있는 가게들 때문에 우리 가게에도 손님들이 들어오려다 말고 지나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의 중심이자 번화가로 손꼽히는 종로조차 거리 곳곳에 빈 점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건물 전체가 아예 빈 곳도 포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층 대형 매장 기준 월 5000만원 이상인 임대료는 내릴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종로의 한 상인은 "솔직히 종로 임대료가 너무 높은 것 같다"며 "건물주들이 좀 조정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장사를 해도 남는 게 별로 없어 못 견디고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대표 상권이었던 압구정 로데오의 거리는 한산해진 지 오래다. 노른자위 상권인 1층이 비어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점포 80개 중 15곳 이상이 공실인 곳도 있었다.

월세를 1000만원 내리는 등 기존의 50% 이상 삭감한 곳도 생겼다. 월세를 1800만원에서 800만원 내린 건물주는 공실을 막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30여 명의 건물주와 상인, 강남구청 관계자가 모여 임대료를 약 30% 낮추는 데 합의하기도 했다. 상권을 살리기 위해선 건물주와 상인들이 상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값비싼 임대료 부담에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을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새로운 상권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의 '열정도'가 대표적 사례다. 재개발이 지연되면서 주상복합건물로 둘러싸인 채 방치된 삼각형 모양의 땅. 청년 상인들이 들어서면서 '열정도'라는 이름을 붙이고 2014년 11월 음식점 7곳을 한꺼번에 차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로운 손님들이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방치됐던 골목은 '핫'한 상권으로 거듭났다.

포은로도 마찬가지다. 홍대, 합정, 상수동 등 인근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난 소상인들이 포은로에 들어서자 '망리단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는 등 20·30대 사이에서 '힙'한 곳으로 알려졌다.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망원동 상가 임대료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4% 인상돼 합정동(8.2%)보다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망원동의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망원동으로) 온 건데 생각보다 임대료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며 "젠트리피케이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체감한다. 이대로 가면 상인들과 건물주가 공멸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명식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을 위한 지역 토지자산 공유방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현황은 상가 임차인들의 권리 향상과 건물주들의 자발적 협조를 위주로 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은 토지자산의 지역적 공유"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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