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 놓고 코엑스몰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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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 놓고 코엑스몰 눈치보기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7.1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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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역대 최대 토목 건설 사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을 놓고 주변 상가 임대료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복합환승센터 지하 1~2층에 쇼핑시설을 설치키로 했는데, 주변 상가들의 임대료가 턱없이 비싸기 때문에 자칫 유령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공개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쇼핑시설 위치. 사진=서울시

◇ 서울시 “주변 임대료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

서울시는 지난 달 29일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코엑스부터 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는 대형 토목 사업이다.

지난 2014년4월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한 이후 3년3개월 만에 공개한 세부 계획이다.

이중 ‘상업시설’에 대한 내용은 다른 시설 계획에 비해 극히 일부분만 공개했다. 이권 다툼이 가장 치열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가 임대 등의 사안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시가 발표한 쇼핑시설 계획은 ‘지하 1~2층 위치한다’는 것과 ‘공공시설과 함께 배치된다’는 것이 전부다. 쇼핑시설의 규모, 입주 선정 계획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 발표 자료 내에서도 ‘쇼핑시설’에 대한 내용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 달 말 발표한 내용은 개발 계획이며 오는 2018년12월 기본설계 내용을 발표할 때 ▲쇼핑시설 규모 ▲상가 임대 각종 계획 ▲소상공인 입점 등 구체적인 것들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가 자체적으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주변 임대료 시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비싸다”며 “2023년에 시공하기 때문에 지금 어떤 계획을 공개하기에는 이른 상태”라고 덧붙였다.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주변 상가들의 임대료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평당 월세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2만원까지 책정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 서울시 보증금·임대료 과연 얼마 책정할까?

서울시가 개발하려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의 주변 상가 임대료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건물주인 서울시가 보증금과 임대료를 얼마로 책정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책정할 경우 수익 사업에 목을 매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고, 낮게 책정하면 시장경제체재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본지가 7월7일부터 10일까지 네이버 부동산 및 현장 취재를 가진 결과 매물로 나온 상가 점포의 평당 월세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2만원까지 책정되고 있었다.

봉은사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놓인 11층 건물의 1층 상가는 전용면적 124㎡(37.5평), 보증금 2억원, 월세 1,200만원이었고, 바로 옆에 위치한 상가는 187㎡에 보증금 1억2000만원, 임대료 810만원이었다.

코엑스 근처에 매물로 나온 커피숍은 면적이 13평에 불과했지만 보증금은 3,000만원에 임대료는 200만원에 달했다.

이 밖에도 현재 매물로 나온 상가들의 평당 월세는 최소 15만원을 넘기고 있었다.

점포 사장들은 복합환승센터로 임대료가 인상될까 걱정하고 있다.

코엑스 근처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경한(40) 씨는 “국제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좋은데, 임대료가 오를까봐 걱정된다. 최근 몇 년간 손님은 그대로인데, 임대료는 거의 120만원 이나 올랐다. 옆에 코엑스몰에는 장사가 안 돼 상인들이 떠나고 있는데도 임대료가 그대로다. 땅값이 분명 들썩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엑스 한 점포의 매출 추이. 사진=MBC 및 시장경제신문

전문가들은 시가 자칫 코엑스몰 상인들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변 공인중개사와 코엑스몰 상인들에 따르면 코엑스몰은 현재 비싼 임대료에 비해 유동 인구가 작아 상인들이 떠나고 있다. 지난해 말 신세계가 코엑스몰을 인수한 뒤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무려 3000억원을 들여서 리모델링을 했지만 매출은 과거에 비해 절반도 안 일어나고 있고, 임대료만 2~3배 가량 오른 상태다.

경기 남부권에 롯데월드몰, 현대백화점 판교점, 스타필드 하남 등 대형 쇼핑몰들이 잇달아 들어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코엑스몰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백화점과 애경그룹이 최종입찰에서 발을 뺀 이유도 코엑스몰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러한 악재를 겪고 있는 코엑스몰 바로 밑에 대형 쇼핑센터를 건설할 경우 시가 수익성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변 상인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코엑스몰 등 주변 상권과 충돌이 없도록 코엑스몰 상인들을 잘 살피고 있고, 주변 상가 시세도 파악 중”이라며 “상인들과 운영자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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