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中 금융 전당포 수준"... 날 세웠다가 3조 과징금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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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中 금융 전당포 수준"... 날 세웠다가 3조 과징금 '철퇴'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4.1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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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 금액... '마윈 응징' 반독점법 급조
中, 앤트 상장중단 마윈 재산 30억불 '증발'
석달 잠적 '실종설'... "쓴소리 댓가 지불한 것"
사진=2021. 1. 6 MBC뉴스 캡쳐
사진=2021. 1. 6 MBC뉴스 캡쳐

중국 정부가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 '알리바바'에 3조원 대의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했다. 올해 2월 '반독점 금지법' 시행 이후 최고액이다. 내세운 명분은 '자유로운 경쟁'이지만 최근 마윈이 중국 금융당국의 후진성을 비판한 것에 대한 '괘씸죄'라는 후문이다.

11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이 알리바바에 2019년 중국내 매출액의 4%에 해당하는 182억2,800만위안(한화 약 3조1,124억원)을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가 2015년부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타오바오' 등 자사 쇼핑플랫폼에 입점한 상인들을 대상으로 다른 경쟁 플랫폼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양자택일'을 강요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당국 관계자는 "이 같은 알리바바의 행위가 온라인 소매 플랫폼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상품서비스와 자원의 자유로운 유통을 방해했다"면서 "알리바바가 부당한 경쟁상의 우위를 얻었다는 게 당국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해당 위법행위의 성격·정도·지속기간 등을 고려해 이러한 금액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련법규에 따르면 전년도 매출액의 1% 이상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돼있다.

당국이 알리바바에 부과한 과징금은 역대 최고액으로 2015년 퀄컴에 부과한 기존 최고 과징금 9억7,500만 달러(약 1조1,000억원)의 약 3배에 이른다. 과징금 부과와 함께 알리바바 측에 위법행위 중단을 명령하고 플랫폼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행정지도를 병행했다.

이에 대해 알리바바 측은 즉각 "법에 따른 경영을 강화하고 혁신발전에 입각해 사회적 책임을 더욱 잘 이행할 것"이라며 성실한 이행을 약속했다고 중국 매체는 덧붙였다.

 

"마윈 中 당국에 쓴 소리한 것이 화근"

표면적으로 알리바바에 대한 천문학적 과징금은 '반독점', '자유경쟁' 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마윈 전 회장이 중국 금융당국에 쓴 소리를 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10월 24일 마윈 전 회장은 상하이의 '와이탄 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위험 방지'를 명분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감독 정책을 취한다며 날을 세웠다. 이날 마윈 전 회장은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할 수는 없다"면서 "미래의 시합은 (기업가들의) 혁신 시합이어야지 감독 당국의 (규제) 경연시합이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마윈 전 회장은 "(현재 중국의) 은행은 담보와 보증을 요구하며 여전히 전당포식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 금융의 이런 전당포 마인드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당시 마윈 전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있던 장소에는 왕치산 국가 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 중국의 국가급 지도자와 금융 최고위 당국자들이 배석했다. 이를 두고 마윈 전 회장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당국에 쓴 소리를 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약 일주일 후인 작년 11월 2일 마윈 전 회장을 '예약 면담' 형식으로 소환해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올해 1월 20일까지 마윈 전 회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이 실종설이 파다했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 그룹의 주력 사업인 소액대출사업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새 법안을 입법 예고하고 앤트그룹의 예정된 기업공개(IPO)도 중단시켰다.

당시 앤트그룹은 기업공개로 세계 주식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345억달러(한화 약 39조1,500억원)를 조달할 예정이었다. 중국 금융 당국이 앤트그룹 상장을 중단시킨다는 소식에 모회사인 알리바바 주가는 하루 만에 750억달러(한화 약 86조원)가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알리바바 주식 4.2%를 보유한 마윈 전 회장의 개인 재산 30억달러 가량이 증발한 것으로 보고있다.

중국 당국의 '역린'을 건드린 '괘씸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마윈의 금융 규제정책 공개 비판 직후 플랫폼 경제에 대한 법적 규제근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반독점위원회는 올해 2월 초 △양자택일 △묶어 팔기 △가격 임의조정 △독점적 계약 체결 금지 등을 골자로 한 '플랫폼 경제 분야 반독점 금지법 지침'을 확정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한화 3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과징금은 이 법에 의한 것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실상 알리바바를 응징하기 위해 급조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1일 중국에 정통한 한 재계인사는 "중국은 세계적인 자유무역 시장과 1당 독재가 병존하는 기형적 형태의 국가"라면서 "이번에 만들어진 반독점 금지법은 앞으로 당과 좋은 '관계'에 있는 여타 기업들에는 적용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학계 관계자는 마윈과 당국이 막후에서 비판발언에 대한 '가격'을 흥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당국과 시장 사이 광범위한 부패가 존재하지만 사안마다 '단가'와 룰이 정해져 있어 예측 가능한 측면이 있다"면서 "한국처럼 조변석개(朝變夕改)식 규제로 기업들이 우왕좌왕하는 일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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