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벤처업계 "우려가 현실로..."
상태바
서울시 벤처업계 "우려가 현실로..."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6.12.2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정경제과, 지역상권활력센터 신설
박원순 서울 시장이 지난 10월 열린 경제민주화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발의안 통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존립이 불투명한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경제 핵심 부서에서 '창조'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로봇과학관팀을 해체했다. 각종 포럼과 투자, 언론 보도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스타트·벤처·로봇업계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4년 민선6기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창조경제'를 4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경제진흥실을 창조경제진흥실로 격상시킨 바 있다. '창조경제' 즉, ICT를 서울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미래산업과’와 ‘디지털산업과’도 신설했다.

그런데 2년 만에 이를 개편키로 한 것. 경제진흥본부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시는 창조경제기획관에서 '창조'라는 단어를 빼고 경제기획관으로 개편한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를 바로 잡기 위해 ‘공정경제과’를 신설하고, 불공정거래 분쟁 조정·조사권을 기초 자치제에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어디까지 권한을 줄 것인지 주목된다.

한 교통어플 개발자는 "창조라는 단어는 현 시점에서 볼 때 스타트·벤처업계와 동일시되는 표현인데, 이를 삭제하면 스타트업계가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박 대통령의 탄핵안으로 인해 창조혁신센터가 없어지고 지원이 끊길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창조라는 단어가 있고, 없고에 따라 공무원들의 대응도 미온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민원이 날로 증가해 조직을 보강해야 한다"며 "'창조'라는 단어가 빠지긴 하지만 모든 업무를 빠짐없이 디지털 창업과에서 대체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은 추가되지 않아 업무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개편안을 보면 산업거점조성반에서 맡던 '신촌·홍대·합정 청년 창업 주거 및 네트워크공간 조성' 업무와 경제정책과에서 맡던 '동북권 첨단산업 생산형 창업보육 센터' 업무가 디지텅창업과로 이관된다. 수치적으로 보면 여러명이 맡아오던 대규모 사업을 이제 1명이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구상하고 있는 창동 아레나의 조감도. 시는 이곳에 380억원을 들여 로봇과학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로봇과학관팀도 해체시켰다. 개편안에 따르면 시는 로봇과학관팀을 해체하고, 인력을 과학기술팀으로 흡수시킨다. 현재 로봇과학관팀의 가장 큰 사업은 오는 2021년까지 서울 도봉구 창동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3000㎡)의 로봇과학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만 38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주요 로봇 전시실, 로봇 역사관, 로봇 제작·체험공간 등으로 꾸며지고, ‘휴보(HUBO)’와 ‘아시모(ASIMO)’ 등 국내외 인간형 로봇도 전시하는 서울의 로봇과학 관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팀의 해체로 건립이 중단될 수 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일 로봇과학관 건립 타당성조사 기술용역 준공기한을 연기하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로봇관련 관련 업무량이 적은데 반해 인원이 2명으로 많아 다른 팀으로 옮기게 됐다”며 “팀은 해체되더라도 로봇과학관 건립과 다른 업무들도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구청에 ‘불공정거래 분쟁 조정·조사권 부여’ 실효성은?

서울시는 이번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거래를 해결하기 위해 분쟁 조정과 조사권을 구청에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동 단위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구청이 모으고, 이를 다시 서울시로 이첩해 조정하는 것 보다 광역 지자체에서 바로 조사·조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지속적으로 광역 지자체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혀 왔다.

서울시 권정순 민생경제 자문관은 지난 9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2016년도 경제민주화 포럼'에서 "중앙정부 위주 직권규제 방식의 법 집행은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공정위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면 기업활동 위축 등을 이유로 반발이 예상된다"며 "선택과 집중 하에 사안의 경중을 가려 지자체에 위임·위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검토안이 통과되면 광역 지자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규정한 불공정거래행위, 하도급법, 소비자 관련 법률, 대규모 유통업법, 가맹사업법 위반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받는다. 시 관계자는 “조직과 인력을 확대 개편해 불편없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의 이같은 계획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주민센터나 구청에 대형마트들의 문제를 지적하더라도 서울시에 물어봐야 한다며 문제를 미루고, 서울시는 또 다시 정부에 질의해야 한다고 미룬다”며 “구청 단위에서 뭔가 해줄려는 노력은 좋은데, 실효성은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청과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사실상 말단 공무원들인데, 이마트나 파리바케트 같은 대기업하고 분쟁이 발생되면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진짜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