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프랜차이즈 인증' 도입 논란.. 업종별 이해관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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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프랜차이즈 인증' 도입 논란.. 업종별 이해관계 달라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6.1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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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평가 매뉴얼까지 만들어"
박원순 서울 시장은 올해 2월 '경제민주화 특별시, 서울 선언식'에서 '공정 거래' 프랜차이즈 인증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내년 상반기 중 '공정 거래' 프랜차이즈 인증제도를 도입키로 했으나, 업종별로 표준화가 어려워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랜차이즈 인증제도'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인 '경제민주화' 정책의 일환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고, 공정 거래를 맺고 있는 곳을 장려(인증)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관련 부서도 정비를 시작했고, 연구용역까지 마친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수 천 개에 달하고, 업종과 경영 방식 등이 매우 상이한 상태에서 이를 수치화 해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부와 지자체들이 이미 수 십 가지의 인증제도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인증제를 만드는 것은 '인증제 난립'으로 소비자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인증제만 50~60개...난립으로 혼란 가중 우려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인증제도를 추진하면서 '인증제 난립'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프랜차이즈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중소기업청과 안전보건공단 2곳이다.

중기청의 인증 제도는 경영 우수 인증제다. 계약 방식, 운영시스템 등 경영 전반을 평가해 등급을 나눈다. 안전보건공단은 안전에 관련된 사안만 자체 검증 시스템을 통해 인증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자발적으로 신청한 업체에 한 해 인증제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의 인증 제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중기청이 '우수 인증제', 안전보건공단이 '안전 인증제'라면 서울시는 '공정 거래'를 인증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공정성, 수익성, 안정성 등을 종합 평가하고 협약 이행여부 점검 등을 통해 재평가 하거나 등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연구용역을 마치고, 조직개편까지 추진 중이다.

여기에 한국표준협회와 일반 기업들의 인증제, 그리고 음식 관련 인증제까지 더하면 인증제는 수 십 개로 늘어난다.

서울 도봉구의 한 음식점은 '모범음식점', '도봉맛집', '음식점 위생등급제', '건강식단제공음식점', '저염실천음식점' 등 10여개의 인증제를 취득했다. 전국에 약 100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최근 서울 광진구가 선정하는 '지역 맛집'으로 인증을 받았다.

음식점 인증제는 2014년도 기준으로 전국에 57개가 운영되고 있다. 중기청, 안전보건공단, 서울시까지 합하면 현재 공식 인증제만 60개다. 소비자 입장에선‘인증’을 '인증'으로 여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인증제가 너무 많다보니 감시와 사후 처리도 엉망이다. 모범음식점으로 인증을 받은 종로의 한 업체는 최근 중국인 손님에게 엉터리 음식을 비싸게 받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엉터리 인증제, 중복 인증제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와 25개 구청이 음식점 인증제에 투입한 예산은 8억 원을 넘었다. 서울시가 3개, 25개 구청이 10개의 인증제를 운영하는 비용이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인증제'까지 더하면 집행된 예산은 1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보면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예산이 집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모범지정업소 인증제나 맛집 관련 느낌의 인증제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이 공정 거래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인증제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공정 거래 평가' 실질적으로 가능할까?

서울시의 '프랜차이즈 인증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는 또 있다. '공정 거래'를 평가하는 기준의 객관성 담보 여부다.

시는 이번 인증제 도입 명분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간의 불공정거래 차단과 공정 거래 장려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의 프랜차이즈 기업은 대략 5,000여곳, 업종과 업태가 다르고, 회사 규모와 운영방식도 상이하다. 가맹비와 물류비에서 차이가 크고 소비자 불만 대응 방법도 제각각이다. 심지어 나무젓가락 비용부터 비닐 봉지 원가까지 천차만별이다.

'공정 거래'에 대한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고, 가맹본부간, 가맹점간에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다양성을 점수로 환산해 등급을 매긴다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인증 기관의 부재, 인증 제도 분쟁 발생시 법적인 책임 소재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서울시의 인증제도를 통해 프랜차이즈 산업이 발전되고, 공정해지는 것은 찬성하지만 인증의 객관성은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며 "인증제도로 인해 업체들이 피해를 보면 안되므로 최대한 공정하게 만들어지길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아무나 따는 '인증제' 될 가능성 높아

'공정 거래'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게 어렵다보니 인증제 취득 수준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현재 프랜차이즈 인증 제도를 담당할 부서는 개편 중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6급 공무원 1명, 계약직 공무원 6급 1명, 7급 2명 총 4명의 공무원이 한 부서다.

업무는 프랜차이즈 인증제 운영, 가맹사업 불공정 실태 조사, 문화예술 불공정피해 실태 조사, 하도급 불공정 피해 실태 조사까지 4개다. 사실상 공무원 1명이 '프랜차이즈 인증제도'를 총괄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관리 미흡 등으로 이유로 하향 평준화된 인증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제 연구용역을 끝내고, 평가 매뉴얼 정도를 만든 상태다.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조만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과 간담을 할 계획이고, 이 인증제를 통해 영업도 잘되고, 이미지도 좋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설명에도 불구, 현장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서울시 보다 전문적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공정 거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준계약서 같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만든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제도도 아닌 단순한 '인증제'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하향평준화돼 운영될 수 밖에 없다는 한계성을 갖고 있다"며 "너도 나도 따는 인증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3년째 프랜차이즈 음식점 사업을 하고 있는 김영철 사장(53)은 "많은 인증제도가 운영 중인데, 어느 것 하나 정책적으로 우대 받는 것이 없고, 돈만 들어간다. 업체들은 홍보용으로만 취득하기 때문에 사후 관리도 안 된다"며 "공정 거래 인증을 받은 업체에 대해서는 뭔가 다른 혜택이 줘야지만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할 것"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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