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이중근 회장 선행?... 뒷맛 씁쓸한 부영 출산지원 1억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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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이중근 회장 선행?... 뒷맛 씁쓸한 부영 출산지원 1억 [기자수첩]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4.03.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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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계열사 제외, 부영그룹 해명 석연치 않아
"적자기업 배제"→"현금보유로 결정" 해명 번복
"무리한 이중근 회장 띄우기" 비판 목소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출산 직원 현금 1억원 지원’ 방침을 둘러싸고 그룹 안팎에서 말이 많다. 특정 계열사들이 복지 대상에서 배제됐고, 그 과정도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부영그룹은 이달 6일 시무식에서, 2021년 이후 자녀를 출산한 그룹 직원들에게 '자녀 1인당 1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2021년 이후 출생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직접적인 경제지원이 이뤄지도록 출산장려금 1억원씩 총 70억원을 지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배경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이중근 회장 발언을 기준으로 하면, ‘출산장려금 1억원 지원’ 복지는 그룹사 소속이라면 모든 임직원이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특정 계열사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 관련기사 : [단독] 부영그룹, 계열사 차별?... 3곳은 출산장려 1억 안준다

부영 관계자는 “그룹 출산장려심의위원회에서 ‘복지 지급 기준’을 마련했고, 이 기준에 따라 계열사들이 스스로 지급 능력을 따져 (출산 직원 당) 1억원을 지급할지 말지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자를 낸 계열사가 빚을 내 출산장려금을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부영그룹 계열사의 2023년도 당기순익을 보면, 계열사 22곳 중 12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부영과 부영주택은 각각 800억원, 1148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룹 전체 적자액은 무려 2230억원(공정위 기준)이다.

회사는 '1억원 복지 혜택'을 받은 계열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 명단을 요청한 기자에게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중근 회장의 시무식 이벤트는 정부까지 나서 관심을 표명할만큼 큰 화제가 됐다. 그럼에도 지원 대상 계열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그룹 측 행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빛나는 성과의 구체적 내역을 숨기는 이유가 궁금했다. 공시자료를 볼 때, '빚을 내 복지를 하는 계열사'가 상당수에 이를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본지가 앞선 기사를 통해 계열사 적자 실태를 지적하자 부영은 복지 지급 기준에 대한 말을 바꿨다. 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의 ‘현금유보율’에 따라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고 답했다. 계열사들이 적자와 상관없이, 가용할 수 있는 현금보유고에 따라 제도 시행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적지 않은 적자를 낸 상황에서, '충분한 현금 보유'를 이유로 '출산 자녀 1인당 1억원'의 파격 복지를 결정한 계열사가 몇 곳이나 될지 의문이다. 

복지 대상에서 제외된 계열사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이들 사이에서는 “주력 계열사만 조용히 챙겨주면 될 것을 왜 이렇게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홍보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계열사 갈라치기나 다름이 없다”는 자조적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영의 ‘출산장려금 1억원 지급’ 제도는 ‘초저출생’이라는 사회 현안을 관통하는 복지로 주목받기 충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파격적인 규모의 출산장려금 등을 비롯해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어 정말 반갑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파격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다. 다만 제도 시행 과정서 일부 계열사가 제외된 점, 그 사유와 절차의 모호함, 그룹 측의 석연치 않은 해명 등은 뒷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그룹 오너를 '선행천사'로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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