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장수 CEO 물갈이 확산... '내부통제 부실病'에 센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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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장수 CEO 물갈이 확산... '내부통제 부실病'에 센 처방
  • 유명환 기자
  • 승인 2023.11.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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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사건·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강화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 26년만에 퇴진
메리츠 장원재·한투 김성환, '장수 CEO' 바통 이어받아
발언하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발언하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국 자본시장을 주도한 국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연이어 일선에서 물러났다. 잇따른 사건·사고들로 업계 전반에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증권사들이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리더십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 가운데 지난달 26년 만에 수장을 바꾼 미래에셋증권을 필두로 잇따라 CEO 교체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창업 멤버인 최현만 회장이 퇴진하고 그 자리에 1968년생인 김미섭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다음 달 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김 대표와 동갑인 허선호 부회장과 전경남 사장 중 1명을 또 다른 각자 대표로 선임할 예정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그동안 한국투자증권을 이끌던 정일문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내년 1월 신임 사장이 될 김 내정자는 1969년생이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1994년 교보생명보험에 입사해 LG투자증권을 거쳐 2004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했다. 김 내정자는 자타공인이 인정하는 기업금융(IB) 전문가로 2019년부터는 개인고객그룹장까지 맡으며 동학 개미 시대에 리테일과 자산관리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해 54살인 김 내정자가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게 되면서 1964년생인 정일문 사장(59)은 증권 경영 일선에서는 한발 물러난다. 정 사장은 한국투자증권 ‘원클럽맨’으로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대표이사로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KB, NH투자, 메리츠, 미래에셋, 삼성, 신한투자, 키움, 하나, 한국투자 등 대형 증권사 9곳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5년여간 장애인 미고용으로 납부한 부담금 합계가 2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KB, NH투자, 메리츠, 미래에셋, 삼성, 신한투자, 키움, 하나, 한국투자 등 대형 증권사 9곳이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5년여간 장애인 미고용으로 납부한 부담금 합계가 25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시장경제신문DB

국내 주요 증권사를 이끌고 있는 다수의 CEO는 모두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80년대 초반 학번이다. 미래에셋의 경우 개국공신인 최현만 회장(1961년생)과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사장(1964년생)이 주도권을 쥐고 그룹을 키워왔고, 메리츠증권 역시 최희문 부회장(1964년생)이 성과 중심 문화를 앞세워 13년간 진두지휘해왔다. 조직을 성장시키고 키워 온 이들은 최근 모두 용퇴를 결정했다.

대신 1960년대 후반에 태어난 새 인물들이 지휘봉을 받았다. 미래에셋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김미섭 부회장(1969년생)이 대표이사직을, 메리츠증권은 장원재 신임 대표이사(1967년생)가 14년 만에 새로운 수장을 맡게 됐다.

앞으로 증권가는 세대교체 바람이 거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올해 말로 임기를 마치며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또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과 박봉권 교보증권 사장,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 곽봉석 DB금융투자 사장, 김신 SK증권 사장 등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세대교체가 새로운 동력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디.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난히 CEO 교체가 많은 상황은 시황악화와 사건·사고 등에 따른 조직 쇄신이 필요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전반으로 리더십 변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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