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연매출 500억, 리사이클링PC 노다지 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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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연매출 500억, 리사이클링PC 노다지 캡니다"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10.31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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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와이드메모리' 최병진 대표 인터뷰
컴퓨터 리사이클링 브랜드 '리뉴올PC' 성공기
리사이클링PC... 단순 중고PC와 개념 달라
일부 새 부품 교체... 제품 성능·품질 균등화
자체 브랜드 '리뉴올PC' 출시... 업계서 '돌풍'
품질 관리 차별화... 소비자 신뢰 확보 '성공'
1인 기업서 출발... 탄탄한 '강소기업' 진화
PC 기증 통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 나서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통해 남과는 다른 중고컴퓨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컴퓨터 리사이클링’을 브랜드에 접목시킨 사례는 우리 ‘월드와이드메모리’가 유일합니다.”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는 중고PC 시장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2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소재 월드와이드메모리 본사에서 만난 최 대표는 확신에 찬 말투로 리사이클링PC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풀어냈다.  

그는 리사이클링PC 브랜드 ‘리뉴올PC’를 만들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고PC를 사양산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중고PC의 재활용 재사용을 통해 환경적 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레드오션’ 속에서 ‘블루오션’의 새로운 기회를 찾아낸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리사이클링’은 최근 글로벌 산업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화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폐자원의 효율적 재활용은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같은 흐름은 PC를 포함한 전자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지난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전자 폐기물은 약 5360만톤에 이른다. 5년 전 대비 21% 늘어난 것으로, 2030년이 되면 7470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버려지는 컴퓨터와 관련 부품은 ‘도시광산’으로 불릴 만큼,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최 대표는 바로 이 점에 착안, 기존 중고PC와는 차별화된 ‘리뉴올PC’를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리뉴올PC는 2019년과 2020년 한국소비자만족지수 1위에 오르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3년 AS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았다. 중고PC 제품으로는 최초로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기록도 남겼다. 현재 월드와이드메모리는 연매출 약 500억원 대 중견 벤처기업으로 견고한 입지를 다졌다.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우직하게 걸어온 한 길... 1인 기업이 매출 500억 강소기업으로

최 대표가 오늘날 월드와이드메모리를 일궈낼 수 있었던 핵심 덕목을 꼽으라면 단연 ‘인내’다. 인터뷰에서 그는 “꾸준히 할 일을 하는 것이 경영원칙”이라며 “무엇이든 한 방에 하려는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한 길만 바라보고 차근차근 성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어린 시절, 최 대표는 조부모 아래에서 성장한 ‘소년가장’이었다. 당시 상당한 고가의 제품인 컴퓨터는 어린 그에게 별나라 같은 이야기였다. 가정용 데스크 컴퓨터가 보편화된 시점은 1990년 대 초중반이었다. 고교생으로 성장한 최 대표는 친구의 집에서 그토록 꿈에 그리던 ‘컴퓨터’를 만나게 된다. 친구들끼리 순서를 돌아가며 겨우 만져본 컴퓨터는 최 대표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 대표가 고교를 졸업한 1999년, 첫 직장으로 전자기기 유통의 산실인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문을 두드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가 작은 규모의 부품 유통회사에 입사한 후 처음 맡은 업무는 컴퓨터용 메모리를 소매업체 등에 공급하는 일이었다. 매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납품과 수금을 반복하는 고된 일상이 이어졌다. 그렇게 손에 쥔 월급은 40만원. 그 중에서 30만원을 떼서 착실히 모아 나갔다.  

불과 2년만에 능력을 인정받아 배달사원에서 딜러로 업무가 바뀐 최 대표였지만, 2003년 돌연 사직서를 내고 컴퓨터 부품 유통사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자본금은 그동안 모은 500만원 가량이 전부였다.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어렵사리 마련한 첫 사무실은 책상 하나 놓으면 발 디딜 공간이 없을 정도로 협소했다. 문과 문 사이 자투리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진 책상은 ‘사무실’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여름엔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겨울에는 야속한 외풍이 여지없이 들이쳤다. 

시간에 쫓기고 몸은 힘든 나날이 자양분이라도 된 듯, 회사는 순조롭게 커 가고 있었다. 최 대표는 지금의 월드와이드메모리 본사로 옮기기까지 이사만 15번을 다녔다고 했다. 직원이 늘면서 해가 바뀌면 사무실이 좁아졌기 때문이었다.   

월드와이드메모리 직원 수는 90여명을 웃돈다. 6만대의 PC를 쌓아 놓을 수 있는 물류창고도 보유했다. 회사가 관공서 등에서 매입하는 PC 물량만 한해 40~50만대에 이른다. 전국 각 지역 가맹점도 8개로 늘었다. 향후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고PC 매입도 가맹점들을 통해 전국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중고PC를 대규모 매입할 수 있는 제반여건이 갖춰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인 중고PC 시장에서 회사가 다른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된 비결이다. 

월드와이드메모리는 2014년부터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Re-Windows(리윈도우)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 파트너십은 리사이클링PC에 MS의 정품 윈도우 운영체제를 탑재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 대표는 “리사이클링PC의 주 수요층은 일반 기업도 있지만, 특히 30~40대 남성들의 구매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라며 “새제품은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지만 가격이 200~400만원대를 호가하는 반면, 리뉴올PC는 합리적인 성능으로 게임 등이 요구하는 사양을 충족시킬뿐더러 가격도 저렴해 인기가 높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회사의 물품보관 창고. 사진=월드와이드메모리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회사의 물품보관 창고. 사진=월드와이드메모리

 

한발 빠른 ERP 도입으로 '경영 효율화' 성공  

리사이클링PC는 중고부품을 대부분 재활용하고 일부는 새부품으로 교체해 만들어진다. 제품별 균일한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선 부품 재고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수한 품질의 부품을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가격으로 사전 매입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메니지먼트 시스템이 요구됐다. 

과거에는 들어오고 나가는 컴퓨터 부품을 사람이 수기로 작성했다. 해가 갈수록 커지는 회사 규모에 비례해 관리해야 할 부품도 급증했다. 작업속도는 느려졌고 재무관리 등 곳곳에서 ‘휴먼 에러’가 발생했다. 최 대표는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2011년 월드와이드메모리는 업계에서 매우 드물게 ‘전사적 자원 관리 프로그램’(ERP)를 도입했다. 인사 및 재무, 재고관리가 모두 ERP를 통해 이뤄진다. 최 대표는 “효율적 관리를 위해 변화와 혁신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실무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초기에는 ERP에 입력한 수치가 실제와 틀린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데이터가 통째로 없어져 다시 처음부터 입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원들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내부에선 ERP 도입을 백지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 사진=시장경제DB
최병진 월드와이드메모리 대표. 사진=시장경제DB

그럼에도 ‘혁신’에 대한 최 대표의 믿음은 확고했다. 1년여간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입력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재구축했다. 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직원들의 업무는 효율적으로 개선됐다. 예를 들어, 판매한 리뉴올PC에 불량이 발생해 소비자로부터 AS 요청이 접수되면 바코드 확인만으로 공정상 문제를 바로 찾아낼 수 있다. 

ERP가 월드와이드메모리에 선물한 것은 한 가지 더 있다. 2021년부터 대형 온라인 컴퓨터·전자제품 쇼핑몰과 협업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월드와이드메모리의 ERP는 이 쇼핑몰의 전산 시스템과 ‘찰떡궁합’이었다. 쇼핑몰을 통해 들어온 주문은 ERP를 거쳐 빠르게 판매로 이어졌다. 판매 규모가 크게 확장된 것은 물론이고 채널이 다변화되는 효과까지 얻었다. 최근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최 대표는 “ERP 3차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는데, 리뉴올PC를 단기간 대규모로 사용해야 하는 고객에게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ERP을 통해 전산상으로 단단히 엮인 판매 채널은 경쟁업체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월드와이드메모리는 ESG 경영기조에 입각해 사회공헌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청소년그루터기재단과 손잡고 분기별로 온라인 학습기기가 갖춰지지 않은 청소년 양육시설에 컴퓨터를 기증하는 활동이 대표적이다. 청소년들의 학습 불균형 해소를 위해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기증해 안정적인 온라인 학습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최 대표는 “저도 어렸을 때 컴퓨터가 없어서 한이었는데, 이 때문인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학습용 컴퓨터를 기증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최근에는 한국IT복지진흥원이 추진하는 글로벌 인재육성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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