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줄이자' 삼우, 전 직원에 태블릿… "시기상조"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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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줄이자' 삼우, 전 직원에 태블릿… "시기상조" 의견도
  • 김호정 기자
  • 승인 2023.11.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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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설계 1위 삼우, 종이도면 줄이기 추진
전 직원 태블릿PC 제공하며 ‘Paperless’ 독려
태블릿 제공 당일에만 종이도면 수백 장 출력
"종이도면 중심 업무 환경, 한 번에 바꿀 수 없어"
경영진 ESG 취지 공감 불구 일부 회의적 반응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CI   사진=홈페이지 캡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CI 사진=홈페이지 캡처

 

'페이퍼리스(Paperless)'를 선언한 건축설계업계 매출 1위 기업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회사 내 모든 직원에게 태블릿PC를 제공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긍정과 부정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태블릿PC 지급은 이 회사 대표이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업무 환경 개선 프로그램이이다. 

14일 건축‧설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우는 전 직원에게 시가 120만원 상당의 '삼성 갤럭시탭' 제품을 지급했다. 설계 업무 특성상 도면, 회의자료 등 과도하게 출력되는 종이 사용량을 줄이자는 취지이다. 즉각적인 도면 수정이나 3D 모델링 등 태블릿PC가 가진 장점도 고려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삼우 대표이사는 전 직원에게 보낸 장문의 이메일에서 '탄소 중립'과 '경계 없는 도전'을 강조하면서 '페이퍼리스'의 가치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경영진 바람과 달리, 회사 내부에선 태블릿PC가 지급된 당일에만 수백 장의 종이도면이 출력된 사실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건축‧설계 업무에선 동시에 수십 장의 도면을 놓고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때문에 기존 작업 환경을 태블릿PC 하나로 대체하자는 발상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우가 탄소 중립을 외치며 지급한 태블릿PC 수량은 2022년 마감 회계 기준 임직원 수를 고려할 때 약 760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시중 판매가(약 120만원)를 감안하면 전체 구매액 규모는 9억6000만원~1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페이퍼리스(Paperless)'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종이에서 태블릿PC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회사 측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전자기기 활용에 능숙한 만큼, 충분한 적응기간을 부여한다면 '종이도면 줄이기'는 불가능한 미션이 아니라는 것. 

업계 관계자 A는 "(도면 출력은) 관행과 습관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파일 형태로 도면을 공유하면 확대해 보거나 수정이 필요할 때 즉시 수정이 가능해 오히려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젊은 세대는 책자 형태의 도면을 거의 보지 않아 현장에서도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하는 추세"라고 부연했다.

삼우 측은 "태블릿PC 지급은 ESG 경영 일환으로 종이 없는 근로 문화, 업무의 디지털 전환 등 좋은 취지에서 시행됐다"며 "실제 취지보다 태블릿PC 지급에만 초점이 맞춰진 점이 아쉽다"고 입장을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환경을 위한 캠페인으로 작업환경 자체를 바꾸고자 하는 계획은 아니"라며 "대다수 직원은 태블릿PC를 회의시 적극 사용하하는 등 긍정적 분위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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