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의 biNGO] 사법입원제 도입이 절실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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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biNGO] 사법입원제 도입이 절실한 3가지 이유
  • 배종찬 NGO저널 편집위원
  • 승인 2023.08.2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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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저널 편집위원 전문 칼럼 '빙고(biNGO)!'
'묻지마 범죄' 발생 때마다 논의됐지만 매번 좌초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이미 도입, 국제사회 표준에 부응할 필요
배종찬 NGO저널 편집위원
배종찬 NGO저널 편집위원

‘묻지마 범죄’로 사회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공포 심리도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원한이나 치정에 의한 살인 범죄가 아니라 무차별이다. 사회 불만이나 정신적 이상 증세가 있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대상을 목표로 해서 저질러지는 범죄도 아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범죄를 일으켰던 가해자나 성남 분당구 서현역에서 흉기를 휘둘러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킨 범죄 역시 불특정 시민에 대한 살인 폭력이었다. 최근엔 관악구 등산로를 통해 학교로 출근하던 한 여교사에 대한 성폭력 살해까지 일삼는 지경이다.

무차별 흉기 난동에 대해 국민 여론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가상번호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3%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흉악 범죄가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를 물어보았다.

‘범죄자 개인의 타고난 성향’이라는 응답이 36%, ‘잘못된 사회 환경’이라는 의견이 55%로 나타났다. 탄생부터 좋은 성격인지 아니면 나쁜 성격인지 성선설과 성악설로 나눌 것은 아니지만 묻지마 범죄의 원인을 정신적 성향의 문제로 보는 답변이 결코 낮지 않은 비율이다. 실제로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벌어진 무차별 흉기 난동의 가해자 수사 관련 보도 내용을 보면 정신적 문제 역시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사법입원제의 적극적 검토가 결코 과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사법입원제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시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서 입원심사를 거쳐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2017년 비자의입원 요건을 대폭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제때 입원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의료계에서 줄곧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와 독일, 프랑스는 법원심사 모델로 실시되고 있으며 호주는 법원 대신 독립된 준사법기관인 정신건강심판원을 통해 입원치료가 결정된다. 살해 동기가 부족한 ‘묻지마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법입원제가 논의되어왔지만 여러 가지 난관이 있다. 우선 사법입원이 되는 기준을 무엇으로 정하느냐는 점이다. 자칫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을 치료보다는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붙일 우려가 있다.

사법 입원을 어디에서 결정할지도 문제다. 사법부가 할지 아니면 별도의 준사법적 의료 전문 기관에서 할지 여부다. 게다가 관련 법안이 여야 대결 구도 속에서 통과될지도 의문이다. 그렇지만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묻지마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사법입원제는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정신적으로 이상 증세가 있는 사람에 대해선 범죄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치료가 필요하므로 적극적으로 사법입원제도를 통해 치료받거나 보호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병력을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막기 어렵다. 둘째 이런 제도가 있어야 선량한 시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줄어든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묻지마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을지 여부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는지’ 물어본 결과 무려 10명 중 8명이 넘는 82%나 된다. 사법입원제와 같은 적극적인 제도 도입이 없다면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셋째 다른 외국 사례와의 균형이다.

미국이나 서구 선진국은 이미 ‘묻지마 범죄’ 등 사회적 유형의 흉악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사법입원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우리만 유야무야 뭉개고 있다면 국제 사회 표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이유들이 사법입원제가 적극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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