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삼성 폴더블폰 척추, '물방울 힌지'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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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삼성 폴더블폰 척추, '물방울 힌지'에 숨겨진 비밀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8.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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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폰 대세 '물방울 힌지'... '완성도' 관건
美·中 '물방울 힌지'... 완성도 열악, 시장 외면
삼성전자 '플렉스 힌지', 30만회 폴딩 내구성 확보
물방울 힌지 적용하면서도 방수 8등급... 삼성폰 유일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Z폴드·플립5. 사진=시장경제DB
올해 삼성 언팩 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Z폴드5·플립5. 사진=시장경제DB

삼성전자가 ‘물방울 힌지’를 적용한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5·플립5’를 공개하면서 '힌지' 관련 기술 경쟁력이 향후 스마트폰 시장 흐름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힌지 기술력은 폴더블폰의 구조적 완성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이다. 특히 플렉시블 OLED 패널 내구성의 바로미터로 평가받으면서 그 중요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힌지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구조에서 ‘척추’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불편함 없는 작동성은 필수이다. 1세대 갤럭시Z폴드부터 힌지 기술력을 축적해 온 삼성전자는 20만회에서 최대 30만회 접었다 펴도 기능에 이상이 없는 견고한 힌지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5·플립5에 적용된 ‘물방울 힌지’에 ‘플렉스 힌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전의 물방울형 힌지와는 결을 달리한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기존 U자형 힌지는 좌우 혹은 상하 본체가 종이처럼 반듯하게 접힌다. 접히는 부분에 가해지는 압력과 인장력이 매우 강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주름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삼성은 이같은 문제를 인식, 폴더5와 플립5에 물방울 힌지를 적용했다. 힌지의 접히는 '곡률'이 완만해지면서 디스플레이에 전해지는 외부 압력과 인장력은 크게 줄었다.  

☞'곡률'과 '곡률반경'

'곡률'은 원이 휘어지는 정도를 뜻한다. 원의 중심에서 곡면까지의 길이를 원의 반지름이라 하며, 이를 곡률반경이라고 부른다.

원이 작을수록 곡률은 더 크고, 원이 커질수록 곡률은 감소한다.

반대로 곡률반경은 원의 크기에 비례한다. 원이 커지면 곡률반경도 커지고, 원이 작아지면 곡률반경도 줄어든다.

정리하면 곡률은 원의 크기에 반비례하고, 곡률반경은 원의 크기에 비례한다. 

물방울 힌지와 기존 U자형 힌지의 차이점은 폴더블폰을 접었을때 뚜렷하게 드러난다. 물방울 한지는 접히는 부분에 둥근 원통형 공간을 만들어낸다. U자형과 비교할 때 '휘는 정도'(곡률)가 한결 완만하고 부드럽다. 접히는 부분의 디스플레이 패널과 UTG(초박막유리)가 받는 압력이 크게 줄면서, 주름 현상도 개선된다.

이전 세대 폴더블폰 ‘숙제’였던 주름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플렉스 힌지. 사진=삼성전자 언팩 영상 캡쳐
플렉스 힌지. 사진=삼성전자 언팩 영상 캡처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 확보한 '삼성 플렉스 힌지'

‘물방울 힌지’ 개념을 스마트폰에 처음 적용한 곳은 복수의 중국 브랜드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시장과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기술 완성도가 떨어져 '프리스톱'(폴더블폰 상하 혹은 좌우 각도를 사용자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물론 방수도 안되는 열악한 제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물방을 힌지는 스마트폰 전체 구조에 영향을 줘 폴딩(접기) 내구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모토로라가 2019년 선보인 클램쉘 형태의 레이저 폴더블폰 1세대가 대표적이다. 모회사인 중국 레노버 노트북의 힌지구조를 채택한 이 제품은 미국 IT 매체 CNET의 내구성 테스트에서 불과 2만7000회만에 폴딩기능이 고장나며 망신을 당했다. 동일한 테스트에서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 1세대가 버틴 횟수는 12만회였다.   

지난해 초 화웨이가 내놓은 폴더블폰 P50 포켓도 ‘물방울 힌지’를 채택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그대로 노출했다. 동 제품은 방수·방진등급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내구성 부족 비판에 시달렸다. 사용자들은 해당 기기의 화면이 검게 깨지는 현상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기도 했다. 

중국 브랜드들은 프리스톱 기능을 구현한다고 홍보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해외 인플루언서가 물방울 힌지 적용 중국 브랜드 폴더블폰의 프리스탑 기능을 검증하는 동영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동영상을 보면 중국 브랜드 제품은 각도 조절이 불가능해 폴더블 양면이 주저앉듯 펴졌다.

이같은 사실은 물방울 힌지 기술의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Z폴드5·플립5에 적용한 ‘플렉스 힌지’는 프리스톱과 방수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면서, '연속 접었다 펴기' 30만회에 달하는 내구성을 갖췄다.  

무엇보다 폴딩 내구성과 방수기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사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갤럭시Z폴드5·플립5의 방수등급은 전작과 동일한 IPX8이다. 이 등급의 제품은 수심 1.5 m 깊이에서 최대 30분 동안 방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물방울 힌지 구조를 적용하면서 IPX8 수준의 방수기능을 확보한 제품은 갤럭시Z폴드5·플립5이 '유이'하다.  

구글의 폴더블 스마트폰 특허 도면. 사진=WIPO
구글의 폴더블 스마트폰 특허 도면. 삼성과는 다른 구조의 물방울 힌지가 적용돼 있다. 사진=WIPO

 

경쟁사도 삼성製 디스플레이 탑재... 변수는 '힌지' 기술력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이 개척했지만 후발 주자들의 도전이 매섭다. 구글과 애플 등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폴더블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다, 화웨이와 오포, 비보 등 중국 기업도 '싼 가격'을 앞세워 고삐를 죄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화웨이 메이트X3 ▲모토로라 레이저40 울트라 ▲비보 비보X 폴드2·플립 등 중국업체들이 대거 출사표를 냈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는 이달 12일 '매직 V2'를 출시했고, 샤오미도 '믹스 폴드 3'를 다음달 중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구글도 첫 폴더블폰 ‘픽셀 폴드’를 지난달 출시했다. 

다만, 폴더블폰 경쟁이 확대될수록 삼성디스플레이 수익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폴더블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량은 경쟁사를 압도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폴더블 OLED 출하량은 1390만개로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 폴더블 OLED 매출은 2조7000억원.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85.8%에 달한다. 중국 BOE(매출 기준 점유율 13.3%)와 CSOT(1.0%) 등이 뒤를 따르고 있지만, 대부분 자국 내수 제품 공급에 그치고 있다.  

경쟁사들의 폴더블폰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폴더블폰 완성도와 제품 만족도는 결국 힌지 기술력에서 나뉠 것이란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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