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금중개서비스' 십자가 진 신한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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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예금중개서비스' 십자가 진 신한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3.06.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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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십자가를 졌다"

지난 21일 ‘금융상품 비교서비스’가 출시되자 은행권에서 나온 얘기다.

신한은행이 당초 준비한 서비스는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서비스’였다. 핵심 서비스인 ‘중개’와 ‘가입’이 빠지면서 어쩔 수 없이 서비스 명칭을 바꾼 것이다. 51개 금융사가 신한은행에 입점했지만 ‘가입’은 불가한 상태다. 은행권에선 예견된 상황이었다며 은행권을 대표해 신한은행이 희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서비스’는 당초 금융위원회가 제안한 정책이었다. 금융위는 이 서비스를 실현할 9개의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를 지정했고, 은행권에선 유일하게 ‘신한은행’만 신규사업자로 선정됐다. 금융위는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타 은행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고, 약 60조원의 머니무브 시장을 거머쥘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했다.

금융위 관계자 2022년 7월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서비스’를 공식 공개하면서 "연간 1000조원에 달하는 수시입출금 예금상품을 뺀 총예금 잔액에서 5%만 움직인다고 가정해도 약 50조~60조원의 예·적금이 중개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오히려 은행권에선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서비스'를 반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중규제 ▲중개수수료 ▲빅테크사 주도권 경쟁 ▲고객 정보 유출문제까지 실(失)이 득(得)을 압도했다.

실제로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서비스’를 위해 상당한 규제와 복잡한 책임소재를 떠안아야 한다.

예컨대 신한은행 플랫폼에서 우리은행 예금상품을 가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판매주체, 민원해결 주체, 부당광고시 배상책임 주체 등 모호한 경계가 상당하다. 여기에 플랫폼사(신한은행)의 판매위탁 금융사(51개 금융사) 관리감독, 플랫폼사의 영업행위 기준이 모호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파리바게트에서 뚜레쥬르 빵을 파는 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위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다.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서비스’를 공개하고 첫 의견수렴을 진행했던 지난해 7월22일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김주현 위원장은 “빅테크, 핀테크 등 플랫폼기업은 영업방식, 상품범위 등에 제한없이 중개서비스를 할 수 있길 희망하지만 금융사들은 기존 영업채널에 미치는 영향과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 요구 등 불공정행위를 우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서비스’는 시범운영중이다. 정식 출시는 2024년이다. 보완해야 할 점은 명확하다. 금융위는 더 많은 시장 참여자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수시입출식 예금상품 판매'라는 추가 '당근'도 제시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사업의 성공은 최종 소비자 선택에 달려 있다. 그렇다고 공급자의 상황을 배제해선 안된다. 서비스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는지 다시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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