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상속세가 선진한국 발목... 폐지 공감대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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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상속세가 선진한국 발목... 폐지 공감대 만들것"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06.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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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종 상속세폐지범국민운동본부 대표

<편집자註>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며 시민 세상의 이슈를 건져내는 것이 NGO저널 기자의 일입니다.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시민단체 속 각양각색 사연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부의 대물림’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상속세폐지는 대단히 논쟁적인 주제다. 특히 재벌세습에 부정적인 한국적 정서에서는 상속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돈키호테 취급도 각오해야 한다. 서채종 상속세폐지범국민운동본부 대표가 어쩌면 그런 경우일지 모른다.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모두가 바라는 이상 사회를 한때 꿈꾸기도 했던 그가 “부자에게 상속의 자유를 달라”며 자유주의자로 변화하는데 상속세폐지 이슈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31년 금융계에 몸담아 직장생활을 하던 중 주식을 통해 상속세 문제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20여년 전 ‘21세기경제학연구소’에서 경제에 관한 기본 지식을 익혔다는 그는 특히 2002~2003년 자유기업원에서 개설한 열린사회아카데미에 참여,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 등을 읽으며 자유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 NGO저널이 ‘무모한 이상주의자’ 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서 대표는 2020년 ‘21세기경제학연구소’ 부설로 상속세폐지범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운영하다 퇴직 후 본격 활동을 위해 올해 3월 초 ‘상속세독립’ 타이틀을 달고 ‘상속세폐지범국민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사회 개혁에 관심을 갖던 서채종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던 중 주식투자를 통해 상속세 문제에 본격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투자자였던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사회학을 전공하고 사회 개혁에 관심을 갖던 서채종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던 중 주식투자를 통해 상속세 문제에 본격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투자자였던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 대다수 국민이 과연 상속세 문제에 큰 관심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만, 어떻게 상속세 폐지 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상속세폐지범국민운동본부를 만들기 전,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고 회의도 하는 ‘21세기경제학연구소’라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국 경제가 나아질 수 있을지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차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이 큰 이슈로 떠올랐어요. 당시 삼성물산 주주로서 관심이 많았죠. 전 순진하게도 삼성물산이 가치가 더 높으니 합병 이슈 덕에 주가가 오를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반대로 삼성물산은 떨어지고 제일모직만 오르더군요. 깜짝 놀라서 소위 ‘손절’을 하고 왜 그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문제가 상속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더군요. 도대체 상속, 상속세라는 게 어떻게 돼 있길래 그런가 싶어서 관심 갖고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몇몇 사람들이 우리끼리 문제의식 공유에 그치지 말고 본격적인 시민운동을 해보자는 생각에 작년부터 구체화하여 올해 초 창립준비위원회를 거쳐 3월에 출범했습니다." 

- 상속세가 부조리하다는 말씀인데, 가장 큰 문제가 뭡니까?

"우리나라는 상속세를 대하는 세 가지 측면의 시각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경제적 측면의 접근이죠. 언론도 그렇고 대부분 이 측면에서 상속세를 바라봅니다. 쉽게 얘기하면 상장 기업들은 상속세 이슈가 있을 경우 기본적으로 주가가 올라가면 안 됩니다. 주가가 오르면 세금이 많아지니까요. 대주주 입장에서 그렇다는 거예요. 사정이 이러다 보니 자본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걸 보고 ‘아, 우리나라는 안 되는구나’ 하고 미국 등 외국 시장으로 떠나갑니다. 저는 이런 현상 근본적인 배경에 상속세 문제가 있다고 봐요. 대부분 기업은 주식 가치가 올라가는 것보다 갖고 있는 자산을 지키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넥슨의 경우를 보세요. 고 김정주 창업주 유족들이 지분의 30%를 상속세로 납부하는 바람에 정부가 2대 주주가 됐습니다. 한 번 더 상속하면 정부가 최대 주주가 되는 거예요. 무시무시하죠.

(※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게임업계는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남긴 유산을 약 10조 원 규모로 추산한다. 김정주 창업주 유족에게는 65%의 상속세율이 적용됐다. 상속 재산이 30억 원을 넘으면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부과되며 보유 지분이 과반 이상인 경우 최대주주 할증까지 적용된다.)

우리나라 자본시장 자체가 이 상속세 때문에 기업 가치 기준에서 보면 대만보다 훨씬 못하죠. 대만이(기업 가치) 1이라고 한다면 0.5%, 즉 50% 정도로밖에 가치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거예요. 실제 자산보다 현재 주가가 더 낮은 거죠. 대주주들은 상속세 때문에 그런 식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예요. 자본시장 발달을 막는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결정적 원인이 상속세입니다. 그리고 자본시장이 발전하지 못하면 그 나라의 역동성도 그만큼 떨어지는 거죠.

또 한 측면은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가 성장하면 그때부터 사업 확장이 아니라 상속 문제에만 훨씬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겁니다. 삼성도 이병철 창업주에서 이건희 회장, 이재용 회장까지 3대로 이어지면서 뛰어난 브레인들이 한 일은 어떻게 하면 상속을 잘 할 것인가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구조조정이니 경쟁력이니 하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은 상속 문제가 본질이었죠. 저는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보다 이 부분에 더 신경을 쓰고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봅니다. 상속세를 회피하는데 쓰는 비용이 훨씬 더 많다는 거예요.

또 한 측면으로 국가와 국민 개인 간의 관계라는 차원에서 심각성을 느낍니다. 세금 중 소득세나 법인세, 양도세 등 모든 세금은 일회성이에요. 개인이 소득이 있을 때만 국가와 관련이 되죠. 예를 들어 양도세의 경우 양도 차익이 났을 때라는 시점이 딱 정해져 있어 국가가 징수하고 납부하면 되는 거예요. 하지만 상속증여세는 그렇지 않아요. 일생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이어집니다.

1997년 1월 1일자 상속세및증여세법 제정·개정 이유 중에 ‘인별 재산과세자료의 전산관리체계를 구축하여 고액재산가의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함’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민 개개인 재산을 통제, 감시할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다는 거예요. 이건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정부에서 나를 감시 통제할 수 있다는 뜻도 되잖아요. 큰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사람은 그게 무슨 큰 문제냐고 하는데, 외국은 다릅니다. 제가 알기로 미국의 경우 상속세가 신고제에요. 개인들이 각자 알아서 상속세 신고를 하고 정부는 그중 샘플로 몇을 뽑아 점검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형식상 신고제라도 이미 정부에서 개인별 과세자료를 다 갖고 있어요. 다시 말하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국가 감시 체계 안에서 살고 있다는 뜻 아닙니까?"

서 대표와 활동가들은 얼마 전 국회 앞 두달 간의 시위를 끝냈다고. 그는 상속세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상속세폐지범국민운동본부
서 대표와 활동가들은 얼마 전 국회 앞 두달 간의 시위를 끝냈다고. 그는 상속세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상속세폐지범국민운동본부

 

“상속세는 국가의 약탈…조폭 삥뜯기보다 무자비한 세금”

- 하지만 세금 납부는 국가 공동체를 이룬 국민의 의무이고 상속세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의 재산을 갖고 있으니 더 내는 것인데 정부가 그런 세금을 매긴다는 것 자체를 잘못됐다고 볼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따져 보자고요. 우리나라 상속세는 원래 소득세와 보완 관계에 있었습니다. 법제정 당시 징세 시스템이 미비해 소득세 보완 세제로 타당성이 있었지만 군데군데 허점이 많고 누락 가능성이 있었던 소득세 징세 시스템이 완비되고 누진세율이 도입되면서 더이상 보완 세제로 존재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지금 제도가 미비해 걷어 들여야 할 소득세를 못 걷고 있습니까? 월급쟁이들이 내야 할 세금이 누락되고 있나요? 아니잖아요. 정상적으로 기업 하는 분들 다 세금 꼬박꼬박 내고 있어요. 물론 마약이나 도박 등 불법자금에 대한 누락은 있습니다만,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고요.

2020년도에 과표 10억 원 초과 구간에서는 45%로 인상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으로 소득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게 됐습니다. 거기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최고 60%에요. 이 두 가지 세금을 다 낸다고 가정하면 소득의 거의 5분의 1토막만 남아요. 저는 이걸 세금이 아니라 약탈이라고 봅니다. 조폭들도 이렇게 무자비하게 뜯어가진 않을 겁니다."

- 듣고 보니 상속세가 과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말씀듣다 보니 상속세 문제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혹시 자녀 상속 문제 때문은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드네요.

"하하. 가끔 그런 오해를 받습니다. 뭔가 상속해 줄 게 있어서 제가 이런 일을 하면 아이들도 별 불만이 없을 텐데, 별로 상속해 줄 게 없어요. 저도 제 아버지에게 상속을 받긴 받았습니다만 상속세가 신경 쓰일 만큼은 아니라서 삼성 승계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까지는 상속세 문제를 잘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아버지 저희에게 상속해 줄 것도 없으면서 무슨 단체까지 만들어 운동하십니까”라고 해요.

첫 아이가 서른 한살인데 자기 친구한테 아버지가 상속세폐지 운동한다고 했더니 친구가 “야, 너희 아버지는 재산이 한 백억 정도 있나 보다?” 그러더래요. 그래서 제가 “너희가 100억 원을 벌 수 있게 해주기 위해 내가 상속세폐지 운동을 하는 거야”라고 얘기해줬지요. 하하." 

- 자녀 입장에선 씁쓸한, ‘웃고픈’ 답변 같군요. 음...농담입니다. 소신있고 당당한 아버지 모습에 자녀들도 응원 많이 해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상속세폐지운동은 직업적으로 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주업이 있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하는 겁니까?

"하하. 기왕 많은 재산을 상속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살만한 세상 물려주는 게 진짜 상속 아닙니까? 저는 농협중앙회에서 31년 일하고 은퇴한 퇴직자예요. 직장 생활하면서 말씀드린 대로 주식 투자하다 상속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로도 먹고사느라 실행하지 못한 채 관심만 갖고 있다 퇴직 후에서야 이 문제를 좀 이슈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된 것이죠."

- 지금 상속세폐지범국민운동본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는 몇 분이나 됩니까?

"회원들은 있지만 꾸준히 나와 활동하는 분들은 몇 분 안 됩니다."

- 후원해 주는 분들은 좀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저는 그게 요원하다고 봐요. 작년 퇴직하고 이 운동을 시작할 때 저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단체 하나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남들이 도와줄 거라는 건 기대도 안 했지요. 이런 운동에 선뜻 후원하겠다는 사람들이나 기업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 지금 사무실도 그렇고, 어느 정도 운영비는 필요할 텐데요.

"운영비는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거둬 씁니다. 저로선 자존심도 있고요. 이 정도 규모의 운영도 못할 정도면 자존심이 많이 상하죠. 하하.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를, 우리나라 기업이나 부자들은 함부로 돈을 안 쓴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하는 사람들이 전심전력을 다해 운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혹시 후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요. 그것도 아니면 깡패같은 시민단체가 된다면 억지로라도 후원할 기업이나 부자가 있겠지만 말이죠. 하하. 어쨌든 저는 애초 가능성을 생각해보질 않았어요."

- 상속세폐지를 목표로 한다면 운동방식이나 형태는 어떻게 됩니까?

"시작한지 얼마 안 됐지만 일단 저희는 캠페인부터 시작했습니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거나 유인물을 돌리는 방식으로 두 달 정도 진행했습니다. 넥슨 상속 문제가 이슈가 되었을 때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고요. 우선 국민에게 상속세 문제를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랬지만 우리나라 대부분 사람은 자신에게 닥친 일이 아니면 관심이 없으니 많이 알려야 하는데, 그 작업을 하려면 사람들이 필요하고 사람이 움직이려면 돈이 필요하니 그런 면에서 어려움이 좀 있습니다. 아무튼, 사람들에게 알리는 홍보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서 대표는 정치권이 상속세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문제야 말로 기업 발전과 국가, 국민 개인의 자유에 대한 본질을 담고 있다고. 내년 총선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슈화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서 대표는 정치권이 상속세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문제야 말로 기업 발전과 국가, 국민 개인의 자유에 대한 본질을 담고 있다고. 내년 총선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슈화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기업발전, 개인의 자유를 위해 상속세는 폐지해야

- 재벌, 대기업의 사례로 인해 보통은 부자들에 대한 상속세는 당연하다는 시각이 퍼져있는데, 이런 통념이 운동에 장애가 되지 않겠습니까? 상속세폐지 운동이란 게 국민들에게 굉장히 파격적으로 비춰질 수 있겠는데요.

"저는 그런 파격이 없으면 사람들이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상속세에 대해 조금만 알게 되면 폐지 주장에 많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 문제가 공론화되어 텔레비전 토론회라도 열려 제가 출연한다면 이길 자신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제도’와 같이 실현되지 않은 프리미엄에 더 높게 매기는 세금은 실질과세 원칙에도 안 맞습니다.

다만 실제 수익 실현이 됐을 때 그만큼 세율을 더 높여 받으면 되거든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세수상 문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당신 돈 많이 벌었으니) 상속세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지나치게 이념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상속세를 쉽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실질 내용을 따져 본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없애는 게 훨씬 좋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저평가 된 우리나라 기업들 주가도 배 이상 오르겠지요."

- 앞서 우리나라가 상속세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경제적 측면, 국가와 개인 간 문제 차원의 측면을 말씀해 주셨는데, 나머지 한 가지 측면은 뭡니까?

"또 한 측면은 가족이라는 공동체 가치에 대한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상속은 가족 공동체 내의 이동 아닙니까? 자식에게 부를 이어주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데 상속세를 물리는 것은 아버지와 자식이 전혀 별개의 사람으로 취급하는 겁니다. 가족공동체란 없다는 생각이죠. 부모들이 열심히 일한 이유의 대부분은 자식을 위한 것 아닐까요? 나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전부인 사람이 열심히 피땀 흘려 일할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 논리가 이해될 듯 하다가도 잘 안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요지는 내가 번 돈 자녀에게 주는데 왜 국가가 가져가느냐 하는 논리로 이해했습니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이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그보다 더 큰 공동체인 국가의 지속가능한 영위를 위한 것 아닙니까? 결국 개인이 이룬 부(富)도 국가 공동체 구성원들의 역할이 있었던 덕분이니까요. 상속세를 더 높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국부론>을 보면 ‘인간의 이기심이 문명을 발전시킨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저녁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이나 빵집 주인이 나에게 잘 해주려는 선의 때문이 아니라 돈을 벌려는 그들의 이기심 덕분이고 그로 인해 내가 이익을 본다는 것이죠. 부를 이루는데 공동체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없지 않지만 본질은 이겁니다. 개인의 이기심, 특히 자식을 위해 자기의 이익에 최선을 다하는 개인들의 행동이 지금의 문명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상속세를 폐지하면 기업이 후계 구도에 신경쓰지 않아도 돼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고 생산성 향상 등에 쓰게 되어 기업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고 재벌, 대기업들이 그 에너지를 기업발전에 쓸 거라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더 탐욕을 부릴 수 있지 않을까요?

"기업이 탐욕을 부린다면 어떻게 부리겠어요? 기업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방향으로 발현되겠죠. 그 기업의 이익은 누가 만들어줍니까? 소비자들이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기업이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기업이 탐욕을 부리는데 도움이 되겠습니까? 기업인들이 부자가 된다는 건, 소비자들이 만족하는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때 실현가능하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요. 기업이 만약 이런 방향으로 탐욕을 부리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탐욕을 부린다면 망하죠."

서 대표는 상속세 폐지가 기업의 일탈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기업 사주 일가의 탐욕으로 간다면 결국 외면당해 기업의 소멸로 가게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픽사베이
서 대표는 상속세 폐지가 기업의 일탈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기업 사주 일가의 탐욕으로 간다면 결국 외면당해 기업의 소멸로 가게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픽사베이

 

-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십니까?

"어려운 점이 왜 없겠습니까. 가장 어려운 점은 힘을 합쳐 이 운동을 해나갈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에요.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적인 문제가 닥치면 열심히 하는데 상속세는 먼 미래의 일이니까요. 상속세 문제가 걸려 있는 사람들도 당장 일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설령 상속세 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자기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아 큰 관심이 없어요."

- 그러면 상속세폐지는 과격한 주장이니 고율의 세금을 조금 낮추자는 방향으로 양보하는 건 어떻습니까?

"세율을 낮춘다는 것은 없애는 것과 결과가 사실상 똑같습니다. 현재 우리는 양도세라는 것도 있기 때문에 그 두 개 세율을 낮추면 양도세를 걷거나 상속세를 걷거나 마찬가지인데 왜 굳이 상속세를 놔둡니까? 그럴거면 국민들을 평생 감시할 수 있는 상속세 체제를 그대로 놔둘 필요가 없지요."

- 이 운동이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십니까? 물론 있으니까 하시겠지만요.

"하하. 없어도 하려고 합니다. 상속세를 낸다는 것은 그동안 충실히 세금을 납부한 사람들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열심히 일해 자산을 모았는데, 그간 세금을 안 낸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감시와 압박을 받는다는 건 부당해요. 열심히 일하고 착실하게 세금을 냈기 때문에 잠재적인 탈세범으로 취급받는다는 것,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민주주의 발전 역사, 즉 참정권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먼저 참정권을 부여받은 계층은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이었습니다. 그만큼 국가에 대한 기여가 크다는 증거겠죠. 그런 납세자들이 왜 잠재적 탈세범으로 취급받아야 하나요? 민주주의 발전은 곧 세금에 대한 납세자들의 저항의 역사 아닙니까?"

- 올해 특별한 활동 목표가 있으신가요?

"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4년 안에 소위 쇼부를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특히 내년 4월이 총선이니 어떤 방식으로든 상속세 문제를 정치권에 화두로 던져 논란거리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그 후 대선에서 확실한 목표, 상속세폐지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상속세폐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규합해보고 싶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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