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T 윤경림도 중도 사퇴... 이사회 책임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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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T 윤경림도 중도 사퇴... 이사회 책임은 없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3.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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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CEO 교체기 반복되는 '외풍' 논란
이사회, 후보 검증 사실상 실패... 책임론 불가피
멈춰버린 '디지코'... 경영정상화 시급
후보자 검증 시스템 보완 필요... 사법리스크 배제해야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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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대표의 연임 의사 철회 후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됐던 윤경림 사장(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이달 27일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난데 이어, 후임자로 지목됐던 윤 사장까지 연달아 낙마하고 만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윤 사장 이후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가 선정된다고 해도, KT 대표직을 둘러싼 '잔혹사'가 막을 내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데 있다. 

KT 내부는 '멘붕'에 빠졌다. 이달 31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의 가장 큰 이벤트였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폐기됨에 따라,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꼽아보자면, 첫째는 미흡한 KT이사회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정치적 '외풍'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구 대표의 연임 포기 이후, KT이사회는 새 대표이사 후보를 찾는다며 공개모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33명의 사내·외 후보자가 지원했고, 이 중에서 윤 사장을 비롯해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 사장 등 전현직 KT 인사 4명이 물망에 올랐다. 

하마평이 나돌았던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배제된 것은 전문성과 경영능력 측면에서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만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윤 사장의 최종 후보 낙점은 애초부터 우려스러운 측면이 적잖았다. 구 대표의 '오른팔'로 분류되는 윤 사장은 이른바 '이권 카르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였다.  

구 대표가 재직한 기간 동안, KT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KT를 디지털 네트워크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디지코 경영 '바통'을 넘겨받기에 적합한 인사로 윤 사장을 낙점했다. 성과를 낸 전임자의 경영전략을 승계·발전시키려는 회사의 결정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KT라는 국민기업의 대표라면 적어도 '사법리스크'라는 흠결은 없어야 했다. 

KT는 후보자 공개모집을 통해 접수를 받은 총 33명의 후보 지원자들을 선별·압축하기 위해, 경제·경영·리더십·미래산업·법률 분야 외부 전문가 5인으로 인선자문단을 꾸렸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자문단의 규모가 너무 작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자문 결과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서라도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자문단 인원과 촉박한 일정을 감안하면, 과연 심도있는 검증이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추려진 4명의 후보자에 대해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최종 면접을 진행, 최종후보를 확정하는 구조였다. 이마저도 구현모 대표와 윤경림 사장 등 사내이사 2명을 제외한 사외이사 6명이 결정했다.  

KT가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되면서, 올해 투자 및 신사업 계획은 '올스톱' 될 위기에 처했다. 궁여지책으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한다고 하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주주들 속은 타들어가는데 책임을 질 사람도, 신속히 수습에 나설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사회의 안일한 태도가 일을 키웠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해법은 하나다. 신속히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정해 위기를 수습하는 길 밖에는 선택지가 없다. 소위 '이권 카르텔' 의혹이 없어야 함은 물론,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는 지배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KT의 기업가치를 높일 안목과 전문성, 경영 마인드도 갖춰야할 덕목이다. 

부당한 정치적 '외풍'도 이제는 그쳐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편향적 인사를 앉히려는 시도가 있다면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 CEO 교체기마다 불거져 온 정치권 입김은 KT의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독(毒)과 같다. 

공기업이었던 KT가 2002년 민영화된 이후, 20여년이 흘렀다. 과거 전화 사업에서 인터넷, 무선통신사업 등을 거쳐 현재는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첨단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KT의 성장을 응원해주지는 못할 망정, 정치권이 정파적 논리 등으로 발목을 잡아선 안될 일이다. KT 지분 절반에 달하는 소액주주와 국민이 매서운 눈으로 주시하고 있음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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