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 위해 갈등 상황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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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 위해 갈등 상황 극복해야
  • 이기식 UPF 부산울산상임고문
  • 승인 2023.03.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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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명시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노력 필요
공산주의... 한계와 위기에 봉착
'통합', '유기체적 세계관' 입각한 사상 구축 중요
이기식 UPF 부산울산상임고문
이기식 UPF 부산울산상임고문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항구적 평화’는 어떻게 성취되는 것일까?

인류가 그리는 ‘항구적 평화’는 큰 대가를 치러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항구적 평화체제’는 평화체제가 구축된 후 다시 반(反)평화체제 혹은 폭력적 체제로 회귀하지 않는 비가역적 체제를 뜻한다. 이러한 ‘항구적 평화체제’를 한반도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남북한 체제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우리는 중세시대 이후 유럽에서 형성된 근대성(近代性 modernity)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한반도에서의 근대성의 시작은 조선시대 500년의 역사적 결과인 일제강점기이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한반도는 서구 근대성을 강제 이식(移植)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는 현재까지도 논쟁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 근대화를 타의에 의해 받아들였다. 이는  ‘식민지 근대성’이다. 또한 해방이 자주적이 아닌 외세에 의해 실현되면서 미국과 소련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인이 됐다. 한반도 이북은 소련, 한반도 이남은 미군에 의해서 우리에게 근대성이 이식된다. 바로 ‘신탁적(信託的) 근대성’이다.

한반도에 강제 이식된 근대성은 4대 근대혁명으로 형성된 유산이다. 첫 번째 근대혁명은 '예수의 십자가 사랑’이 사라진 중세 기독교의 종교, 사상, 제도, 문화를 전면 부정하는 가운데 출발한 인간중심적 인본주의이다. 그 시작은 사상혁명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개인주의, 자유주의, 합리주의를 확립했다.

두 번째는 과학혁명이다. 탈주술화(脫呪術化)를 성취하고, 모든 현상을 경험과 수(數)로 설명하는 시대를 열어나가면서 백과사전파(百科事典派)와 같이 지식을 보편화한다.

세 번째는 산업혁명이다. 공업화, 도시화, 상품경제를 통해 인류가 지금까지 극복하지 못한 물질적 ‘양(量quantity)'의 문제를 해결해 물질적 빈곤으로부터 해방시켰다.

마지막으로 정치혁명이다. 1787년 미국이 최초의 성문법을 제정함으로서 인류역사 최초로 ‘왕이 없는 시대’를 열었다. 이 혁명은 국민주권, 삼권분립, 입헌주의를 기초로 한 대중 ‘민주주의 시대’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유럽에서 구축된 근대성은 20세기 초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세계적 조류를 타고 한반도에 상륙하고 강제 이식됐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성을 완성시킨 일본제국주의는 한반도에 ‘식민지체제’를 구축해 입법, 사법, 행정, 교육, 의료 등 사회 전반에 자신들이 구축한 근대성을 강제했다. 이렇게 형성된 근대성은 해방 후 두 줄기로 갈라져 한반도에 보다 구체적으로 뿌리를 내리게 됐다.

그 한줄기는 르네상스와 계몽주의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변증법, 유물론, 무신론, 평등의 가치를 중심한 '사회주의, 인민민주주의'가 한반도 이북에 이식됐으며, 또 하나는 한반도 이남에 종교혁명, 종교적 부흥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유신론, 유심론, 자유의 가치를 중심한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가 이식됐다.

한반도에 강제이식된 근대성은 ‘대서양 문명’의 또다른 이름이다. 이러한 대서양문명은 인류문명을 한차원 발전시킨 것은 분명하며 제2의 기축시대(基軸時代 Axial Age)라 할만하다.

하지만, 빛과 어둠이 공존하듯 근대성, 즉 대서양 문명은 ‘힘의 문명’으로 ‘팽창’, ‘침탈’, ‘헤게모니’로 규정되며 남성, 무력, 약육강식, 힘의 질서, 서양중심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또 근대성의 기초가 되는 개인주의, 자유주의, 합리주의는 태생적으로 ‘분리’적 지향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분리지향은 신과 인간의 분리, 인간과 인간의 분리, 자연과 인간의 분리, 개인과 공동체의 분리로 이어지면서 인종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전체주의를 낳았다.

21세기 사회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찰스 틸리(Charles Tilly)는 “전쟁은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전쟁을 한다(War made the state and the state made war)”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명제처럼 근대국가는 전쟁을 통해 민족국가를 창건했고, 반평화 위에 지은 불안정한 공동체를 형성하게 했다.

특히, 중세 기독교 신의 자리를 인간과 법이 차지하면서 스탈린, 모택동 등이 신성화되는 폐단을 야기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한계에 기대어 인간 해방을 외치며 공산주의가 탄생하면서 70년 동안 계급투쟁, 폭력혁명으로 전세계를 피로 물들이게 됐다.

이와 함께 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사상과 프로이드의 심리학이 만나 ‘성을 통한 인간해방’의 사상이 등장하고 확산되면서 현대에는 가족 해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인간에 의해 지질의 구조가 바뀌는 인류세(Anthropocene)로 접어들면서 인간에 의한 자연적 재해도 확산되고 있다.  

중세시대에 기독교 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인간 해방과 인간만을 중심한 멋진 신세계를 추구하던 근대성, 대서양 문명은 ‘빼앗아 오는 문명’으로 인류 역사에 자리매김했다. 현재에는 공산주의 쇄락과 함께 한계와 위기에 봉착한 실정이다. 다시말해 인간만을 중심한 인본주의를 통한 진정한 ‘인간해방’에 대한 도전의 역사는 실패했으며 문명의 위기만 남겼다. 

서양의 근대성, 대서양문명의 골수를 강제이식 받은 한반도의 두 국가는 한국전쟁 이후 자유와 평등의 가치적 대립, 정치와 경제체제의 대치, 종교와 반종교의 대치 속에서 반목과 갈등의 70년의 역사를 처연하게 보내고 있다.

이러한 역사를 종결하기 위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바람직한 미래상’을 합의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헌법에 명시된 ‘항구적 평화체제’가 바로 바람직한 미래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반도에 강제 이식된 근대성, 대서양문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먼저 인류보편적 관점에서 ‘분리’ 지향적 세계관이 아닌 ‘통합’, ‘유기체적 세계관’에 입각한 사상과 가치관이 사회적으로 합의돼야 한다. 

이어 산업혁명을 통해 해결된 물질적 양(量quantity)의 문제를 넘어,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경제적 ‘분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근대성이 파생시킨 인종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종교와 과학의 갈등을 극복하고, 글로벌화된 21세기에 걸맞는 초종교·초국가·초민족·초인종적 민주주의가 요청된다.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갈 때 인류문명을 선도할 수 있는 ‘문명표준’이 되고, 세계평화의 모델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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