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CES도 반했다, 현대중공업 '친환경 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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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CES도 반했다, 현대중공업 '친환경 선박'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12.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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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3' 혁신상 9개 수상... 기술력 입증
스마트 전기 추진 선박... 독자기술 건조 성공
LNG 추진 유조선·컨네이너선... 세계 최초 인도
바나듐 이온 배터리 접목... 선박용 에너지솔루션 개발
현대중공업이 2020년 인도한 17만 입방미터급 LNG FSRU.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이 2020년 인도한 17만 입방미터급 LNG FSRU.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하나의 변수가 아닌 안팎의 악재가 겹치는 복합위기가 현실화됐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도약하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실력을 갖춘 기업이다."

올해 7월 사장단 전체회의에서 현대중공업그룹 권오갑 회장이 한 말이다. 글로벌 경기하방 압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위기를 도약의 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 화두는 '탄소중립과 조선산업의 친환경 전환'이라는 문구로 요약할 수 있다. 육상 모빌리티 분야에서 미래 에너지원으로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는 '수소-전기 하이브리드' 기술을 과감하게 적용, 조선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그룹의 한 박자 빠른 행보는 현지시간으로 내년 1월 5일부터 열리는 미국 라스베가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이하 CES) 혁신상 수상으로 이미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회사는 'CES 2023 혁신상' 부문에서 총 9개의 상을 수상했다. 매년 CES 본 행사가 열리기 전,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혁신성을 검증받은 제품 혹은 기술에 대해 위 상을 수여한다. 

CTA가 혁신성을 인정한 현대중공업 제품 혹은 관련 기술은 ▲선박 AI자율운항 기반 LNG(액화천연가스) 연료공급 관리시스템(Hi-GAS+) ▲차세대 선박 전기추진시스템(Hi-EPS) ▲산업단지 에너지관리시스템(CEMS) ▲친환경 고압차단기(GREENTRIC ECO 170kV GIS) ▲건설현장 안전관리 플랫폼(XiteSafety) ▲모빌리티 솔라 에너지솔루션(HYUNDAI Mobility Solar) ▲레저보트 자율운항 솔루션(NeuBoat) 등이다.
 

전통적 조선업에 '탄소중립' 개념 도입  

최근까지 재래식 공법으로 건조된 선박의 주요 동력원은 '벙커C유'였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이 기름은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선박 동력시장의 주역으로 자리잡았으나 연소 시 발생되는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 유해물질 때문에 대기오염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을 받았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벙커C유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흐름을 먼저 읽고 벙커C유 기반 에너지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2018년 7월에는 세계 최초로 LNG 추진 대형 유조선을, 2020년 9월에는 세계 최초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하는 등 친환경 선박 건조에 회사의 R&D 역량을 집중했다. 실제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216척의 선박을 수주했는데 이 중 절반 가량이 이중연료엔진이 탑재된 친환경 선박이다. 

현대중공업이 2020년 인도한 17만4천 입방미터급 LNG 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이 2020년 인도한 17만4천 입방미터급 LNG 운반선.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 기술인증 획득 

회사의 탈탄소 정책은 메탄올과 암모니아를 동력원으로 하는 선박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암모니아선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향후 LNG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업계 최초로 한국선급(KR)으로부터 암모니아 연료공급시스템 개발 관련 개념설계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항해 중 자연 발생하는 암모니아 증발 가스를 활용해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고, 잔여 증발 가스는 엔진 연료로 사용하는 고효율 친환경 설비다. 이 설비가 보편화되면 질소산화물 저감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9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가스텍2022(Gastech 2022)에서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과 암모니아추진·운반선, LNG-수소 혼소 엔진, 디지털트윈(HiDTS), 자율운항솔루션(HiNAS 2.0) 등 친환경 선행 기술을 대거 공개하고 총 10건의 기술인증을 받았다. 
 

스마트 전기 추진 선박 상용화 박차... 핵심기술 독자 개발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하는 전기 추진선은 그룹의 개발 역량이 농축된 결정체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차세대 전기 추진선 개발을 위해 올해 1월 국내 스타트업 스탠다드에너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KAIST와 미국 MIT 연구진이 2013년 설립한 배터리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개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물 기반' 전해액을 사용해 발화 위험성을 원천 차단했다. 현재 시장의 주력 제품인 리튬이온 계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밀도와 고출력에도 불구하고 고온·고압환경에서의 배터리셀 팽창, 가연성 액상 전해질 유출(누액) 및 이로 인한 화재·폭발 리스크를 안고 있다. 물성상의 한계 때문에 대용량 전기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전기차충전소나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성 요소로는 적합도가 낮다.

반면 바나듐 이온 배터리는 가연성 소재 대신 물을 기반으로 한 수계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나 폭발 위험이 거의 없다. 에너지효율과 수명도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2~4배 정도 우수하다. 

한국조선해양은 스탠다드에너지와 협력해 내년 상반기까지 바나듐 이온 배터리 기반 선박용 MW급 ESS 솔루션을 개발, 해상 실증 및 선급 승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독자기술을 이용한 전기 추진 선박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2020년 7월 울산정보산업진흥원(UIPA)과 건조계약을 체결한 ICT융합 전기 추진 스마트 선박은 이달 중 인도돼, 향후 울산 장생포에서 고래바다여행선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선박에는 직류 그리드(DC Grid) 기반 전기추진시스템, 이중연료 엔진, 지능형 통합제어시스템, 원격관제 스마트 솔루션 등 4가지 핵심 ICT융합 기술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스마트 전기추진 선박(고래바다 여행선) 조감도. 사진=현대중공업그룹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스마트 전기 추진 선박(고래바다 여행선) 조감도. 사진=현대중공업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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