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경차 '캐스퍼'의 변신... 오프로드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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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경차 '캐스퍼'의 변신... 오프로드를 달리다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4.20 0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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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5cm 상승, 16인치 휠·M/T 타이어 장착
심한 타이어 소음과 길어진 제동거리 단점
과속방지턱·자갈길에도 부드러운 승차감
급경사 험로서 1.0L 엔진, 전륜구동 한계 드러내

'캐스퍼인듯, 아닌듯…' 오프로더로 변신한 현대차 '캐스퍼'의 첫 느낌이었다. 차체를 높이고 타이어를 오프로드용으로 바꿨을 뿐인데 경차의 귀여움보다는 다부진 인상이 강했다.

40대 중반인 캐스퍼 차주는 튜닝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지 캠핑을 다니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말에 가끔 혼자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는데 굳이 큰 차가 필요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험한 길을 다니는 경우가 많아 조금 손을 봤다"고 설명했다. 노지 캠핑을 위해 험로를 다니기에는 일반 승용차나 경차로는 무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해당 차량은 캐스퍼 트림 중 최상위인 '인스퍼레이션' 모델이다. 옵션인 '캐스퍼 액티브I' 선택으로 카파 1.0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그 외 스마트센스I, 멀티미디어 내비 플러스 등 추가 옵션을 선택했다.

차주는 스페이서를 이용해 차고를 5cm 높였다. 구조변경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한계치다. 휠은 중국산 16인치, 타이어는 대만산 M/T 타이어를 장착했다. 순정 캐스퍼 휠은 15인치와 17인치 두 가지다.

험로 주행에 맞춰 튜닝된 캐스퍼의 성능 확인을 위해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파평산으로 향했다. 파평산은 오프로드 마니아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떠나 파평산까지 편도 75km, 왕복 150km 구간을 주행했다.

강변북로에 올라 속도를 내자 '드드드'하는 타이어 소음이 크게 올라왔다. 평택파주고속도로에 올라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자 오프로드용 타이어가 내는 소음은 되레 줄었다. 풍절음과 섞여 귀에 거슬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급가속, 급제동이었다. 급가속 초반에는 동승자가 느낄 정도의 심한 진동이 느껴졌다. 급가속 초반 진동은 캐스퍼의 고질병으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타이어를 교체하면서 더 심각해졌다.

급제동시에는 차가 밀렸다. 브레이크는 제대로 작동하는데 차가 예상보다 10cm는 더 나아갔다. 오프로드용 타이어를 낀 채 오랜 시간 고속주행을 하기에는 무리일듯 했다. 고속주행시 연비는 13.5km/L를 기록했다. 캐스퍼의 정부공인 표준연비(고속도로)는 15인치 타이어 15.2km/L, 17인치 타이어 14.2km/L다.

튜닝된 캐스퍼의 장점은 국도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캐스퍼에 대해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경차치고는 부드럽다'는 평가와 '충격이 강하다'는 엇갈린 평가가 있다. 차체가 높은데도 가끔 바닥을 긁히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시승한 캐스퍼는 시속 30km로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 배를 탄 듯 부드럽게 넘어간 후에는 한 번에 자세를 잡았다. 이후에도 몇 번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과속방지턱을 넘었지만 허리에 충격이 오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일은 없었다.

파평산 입구에 도달해 잠시 숨을 고른 뒤 본격적인 험로 주행에 들어갔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자 오프로드용 타이어의 진가가 발휘됐다. 흙과 돌, 잔가지 등을 밟으며 달려도 도로 상태를 느낄 수 없었고, 차체가 긁히는 일도 없었다.

일반 비포장 도로 주행성능의 훌륭함을 확인했으니 한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차주의 허락을 받고 약 30도 경사의 돌길로 향했다. 경사 초입에서 캐스퍼는 무리없이 올라가는듯 했으나 돌구덩이에 바퀴가 빠지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캐스퍼가 돌구덩이를 치고 올라가지 못한 것이다.

전륜구동과 1.0L 터보 엔진의 한계가 드러났다. 트랙션을 머드(MUD)와 샌드(SAND)로 바꿔가며 엑셀레이터를 밟아대자 캐스퍼는 굉음을 내며 돌들을 뒤로 튀겼다. 수차례 시도를 했지만 결국 캐스퍼는 구덩이라는 걸림돌을 만나 언덕길 공략에 실패했다.

차량을 평지로 옮기고 상태를 살펴보니 앞타이어 사이드월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등 손상이 있었다. 차체도 튕긴 돌에 맞아 곳곳에 흠집이 났다. 험로를 오르겠다며 엔진을 혹사시킨 탓에 연비는 3.1km/L를 기록했다.

다시 성수동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한계를 테스트하겠다며 과하게 밀어붙인 것 같은 미안함에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차주는 "캐스퍼가 이렇게까지 잘 달려줄지는 몰랐다"며 "새로운 설레임"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형 SUV를 표방하는 캐스퍼는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0(최고출력 76PS, 최대토크 9.7kgf·m), 카파 1.0 터보(최고출력 100PS, 최대토크 17.5kgf·m) 두 가지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배기량은 모두 998cc, 연료탱크용량은 35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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