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 '옛말', 촬영업체 5월 대목 사라져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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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앨범 '옛말', 촬영업체 5월 대목 사라져 '울상'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6.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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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졸업사진 촬영 업체가 울상이다. 취업난 때문에 졸업을 미루거나 졸업앨범을 신청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대목이라 불리는 5월 졸업시즌은 '옛말'이 됐다.

대학교 졸업사진 촬영 업체인 *스튜디오 관계자는 "매년 졸업 사진을 찍는 학생수가 감소하는 게 체감상 느껴진다"며 "작년에 비해 수요가 10~20%는 준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출장 다니며 졸업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한 사진사도 "2년 전부터 졸업사진을 찍는 학생 수가 20~30% 정도 감소했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졸업앨범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상명대학교는 지난 2015년부터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고 있다. 홍보실 관계자는 "신청하는 학생이 워낙 적다보니 앨범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졸업생이 100명이면 신청하는 학생 수는 10~2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신 학과가 주도해서 졸업사진을 담은 CD(Compact Disc)를 제작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수요가 없는 상태다. 이 대학 경영학과의 경우 신청자가 한 명도 없어서 디스크를 제작한 적이 없다.

숭실대도 같은 이유로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않고 있다. 학생이 졸업준비위원회를 결성해 개별적으로 졸업사진을 찍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학 홍보팀(한승희 팀원)에 따르면 매년 여름 졸업생이 1000여 명 수준이지만 5월 졸업사진 촬영에 응한 학생 수는 5%인 50여 명에 그쳤다. 서울여자대학교 역시 졸업사진 촬영 대상자인 4학년 재학생이 1600여 명이지만 이 중 14%인 230명만 졸업사진을 찍었다.

다른 대학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체 졸업자 수 대비 졸업사진을 찍은 학생 수 비중’은 △한국외대는 2%(4000/70) △성균관대는 8%(7246/600) △서울시립대는 12%(2111/250) △중앙대는 16%(3577/580) △국민대는 29%(3411/1000) 등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 관계자들은 "졸업 사진을 신청했지만 당일에 불참하는 경우도 있고, 2학기 촬영기간에 신청하는 학생도 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매년 학생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고 말했다.

올해 8월과 내년 2월 '졸업 예정자'가 현재(6월8일) 집계가 되지 않아 작년 자료로 대체했다. '졸업사진을 찍은 학생 수'(졸업앨범 신청 별개)는 올해 5월을 기준으로 졸업준비위원회 발표를 바탕으로 계산했다. 이 달에는 올해 졸업생과 내년 졸업생이 함께 찍었다. 다만 2학기에도 내년 졸업생을 대상으로 졸업 사진을 찍기 때문에 이 수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카톨릭대 국제관계학과에 재학 중인 김기정(25·4학년) 씨는 "졸업하고 바로 취직이 되던 과거와 달리 유학이나 어학연수, 일반기업과 공무원 준비로 졸업시기가 상이하다 보니 졸업앨범 신청하는 수가 저조한 것 같다"며 "단합이 잘되는 운동 관련 동아리나 스포츠학과를 제외하면 졸업사진 촬영 현장이 썰렁한 편"이라고 말했다.

한남대 역사학과에 다니는 홍순기(25·4학년) 씨는 “재학생 신분으로 남아 있으면 취업에 유리하다는 생각에 졸업앨범을 신청하지 않았다”면서 “동기들이랑 졸업 시기도 맞지 않아 내년에도 아마 안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친한 친구 6명끼리 스튜디오에서 교복 콘셉트로 ‘우정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말했다.

촬영업체들은 줄어든 졸업사진과 앨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우정사진’을 내걸고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검색한 결과 ‘우정사진’을 검색어로 지정한 촬영업체 사이트가 92건으로 나타났다. 

‘커플&우정촬영전문 샤베트룸’ 홈페이지에는 ‘우정사진 샤베트룸’이라는 설명과 함께 큰 사진(1100×400)이 걸려있었다. ‘BM스튜디오 우정사진’ 홈페이지에는 카테고리에 따로 ‘우정’ 칸을 개설해 놓고 있었다. 드레스·비키니·스포츠·누드· 등 다양한 콘셉트의 샘플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풍선·악기·장난감·머리띠·농구공 등 소품도 각양각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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