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서다 정 맞을라"... 손보사 차보험료 인상 '눈치작전'

메리츠, 보험개발원에 기본보험료율 검증 의뢰 정비요금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손해율 악화 "인건비 상승분, 경영 효율화로 극복할 수 있어"

2018-11-12     배소라 기자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위해 손해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료 인상 폭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선을 그은 만큼 누가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설지,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보험료를 '먼저' 올리거나, 혹은 '많이' 올리는 회사가 금융당국에게 정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업계 6위인 메리츠화재는 최근 보험개발원에 인상률을 약 3%로 잡고 자동차보험 기본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빅4' 손보사들도 조만간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의뢰할 계획이다. 손보업계는 향후 요율을 검증하는 손보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요율 검증 받는데 2~3주 정도 걸린다. 검증을 받는다고 해서 바로 보험료 인상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확한 인상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는 정비요금에 최저임금 인상, 2~3인 병실 건보료 적용 등으로 손해율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보험료 원가에 해당하는 차량 정비요금이 지난 6월말 8년 만에 20% 가까이 오른데다 지난 여름 폭염과 집중호우로 사고가 늘어난 탓에 손해율이 급등했다. 

자동차보혐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탓에 보험사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선뜻 인상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보험료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통상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8% 안팎이다. 그러나 지난 8월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를 웃돌았다. 업계에서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영업 적자가 올해 연간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상폭은 3% 안팎이 유력하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하면서 2% 정도의 보험료 인상을 예상했으나, 주요 손보사들이 정비 업체 2000여곳과 정비요금을 재산정해 계약할 때 3.4%의 인상 압박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7~8% 정도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많아야 3%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손보사들이 경쟁적으로 보험료 할인 특약을 도입하는 등 '출혈 경쟁'도 적자 누적에 영향을 미친 만큼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자동차보험 인상 요인에 인건비 요소가 많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회사에 따라서 경영 효율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정확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