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최저임금, 생색은 정부가 고통분담은 자영업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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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최저임금, 생색은 정부가 고통분담은 자영업자가?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1.0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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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고려사항은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라고 말하는 문성혀 노사정위원장.

“이제 올리려고 하니까 단속한다네요. 우리더러 죽으라는 얘기 아닌가요?” 어느 식당 주인의 하소연이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7,530원이 되면서 각종 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이미 대기업 위주의 생필품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대폭으로 가격인상이 됐고 외식업계 또한 프랜차이즈 업계 위주로 대대적인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최저임금의 역습으로 각종 부작용을 다루는데 이 중 빼놓지 않고 다루는 것이 외식가격 인상이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음식값이 인상되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자영업자들인 소규모 식당들은 아직 음식값을 올리지 못했다. 대기업에서 생산·공급하는 각종 식자재값이 올라 인상요인은 충분하지만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다보니 함부로 음식값을 올리기 쉽지 않은 탓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이 감내할 수 있는 최대한 견디다가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그 때서야 가격인상을 검토한다. 인구 78명당 한 개꼴로 치열한 경쟁시장에 내몰려 있는 외식업계는 음식값 올렸다가 자칫 손님이라도 줄어 들게 되면 안 올린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의 관계자는 “식당에서 밥값 올리는 것은 가장 마지막이다”라며 “각종 식자재값이나 연료값 등 다른 모든 것들이 올라 식당주인이 도저히 감내하기 어렵다고 생각될 때 음식값을 올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모든 물가 다 올라가고 음식값 올릴 차례가 되니까 정부가 물가단속에 나선 셈으로 영세 자영업자들만 죽게 생겼다는 하소연이다.

국민의당의 이언주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렵다고 종업원을 해고해서도 안 되고 물가를 올려서도 안 된다고 한다”며 정부를 향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라는 비아냥을 토해 냈다.

이뿐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의 어수봉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나누는 방편으로 사업주가 물가에 반영하면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를 감내하는 것도 바람직한 해결방안”이라고 말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해소를 위해 물가인상을 통한 국민적 고통분담을 제시한 셈이다.

게다가 ‘노동운동계의 투사’로 불리우던 문성현 노사정위원장도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이를 감당해야 할 중소기업의 지불 능력”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은 적극적인 구조조정(해고) 혹은 상품값 인상 등을 통해 향상된다.

그런데 정부는 애꿎은 자영업자들 탓이나 하면서 물가를 올리지 말라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이 떠 안으라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정책은 결국 ‘없는 사람들(영세 자영업자)’것 빼앗아 ‘더 없는 사람들(최저임금 대상자)’에게 주자는 말 밖에는 안 된다”고 하소연 하는 식당주인의 말을 되새겨봐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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