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구태 답습하는 농협... 은행장 인선도 '도마위'
상태바
[현장수첩] 구태 답습하는 농협... 은행장 인선도 '도마위'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12.26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 선거법 위반 '벌금 300만원' 선고
경기도 출신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 농협은행장 내정설 급부상
"김병원 당선무효형 '후폭풍 잠재우기' 위한 파격인사" 소문도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공공단체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김회장은 지난 해 1월 치뤄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 최덕규 후보,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출신 이성희 후보 등과 맞붙었다. 1차 투표에서 91표를 얻어 104표를 얻은 이 후보에 이어 2위를 한 김 회장은 최후보의 지지에 힘입어 결선 투표에서 이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15년 12월 최 후보 측과 "결선에 가면 3등이 2등을 밀어준다"는 연대 합의를 했다. 검찰은 1차 투표에서 3위를 해 결선에 오르지 못한 최 후보 측이 결선 투표 당일 대포폰을 이용해 대의원 107명에게 최 후보의 명의로 김회장을 지지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결선투표 과정에서도 김회장은 최후보와 손을 맞잡고 선거장을 돌며 최후보 지지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다 선관위에 의해 제지를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김회장은 불법사전 선거운동 혐의도 유죄로 인정받았다. 검찰은 김 회장이 측근 인사를 동원해 작년 5∼12월 대의원 105명을 접촉하면서 지지를 호소한 부분도 법위반행위라며 공소사실에 포함했고 재판부는 이 가운데 87명에 대한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 해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최원병 전회장 대 반 최원병의 구도가 형성되며 김회장과 최후보 중 누가 결선투표에 나가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최원병 전 회장이 지원하는 이후보에 맞서 김회장과 최후보의 연합하는 구도가 짜여졌다. 누구도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김회장과 최후보 중 결선에 오른 인물이 회장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으로 정관상 아무런 권한도 책임도 없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회사의 지분을 농협중앙회가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거의 모든 인사권을 회장이 행사하고 있다. 조합원 235만여명, 자산 약 400조원, 31개 계열사, 중앙회 소속 임직원만 1만4천여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대표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관에 없는 권한을 휘두르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모두 회피할 수 있는 오묘한 자리이다.

전국농민회의 한 관계자는 “농협 조직은 줄세우기 문화에 익숙한 구조이기 때문에 농협회장이 검찰조사를 받거나 구속이 되면 조직전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해마다 인사철이 되면 서대문 농협중앙회 인근 도로에는 축하난과 화분 등을 배달하는 차량이 줄을 잇는다. 지하주차장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화분이 빼곡하게 쌓인다. 농협조직의 특성을 말해주는 풍경이다.

지난 달 20일 김회장의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는 전국한우협회 회원들이 농협적폐의 중심이 김회장이라며 당선무효형을 촉구한 바 있다. 그들은 순수해야 할 농협중앙회장이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회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달 말이면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후임자로는 경기도 출신의 이대훈 전 농협상호금융 대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김회장의 당선무효형에 따른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파격인사를 단행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낙선한 이성희 전 감사가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자신의 조직을 앞세워 김회장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국한우협회 회원들이 ‘농협중앙회장의 순수성’을 강조한 이유를 김회장은 곱씹어봐야 할 것 같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