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오류·파산... 정부 개입 자초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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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오류·파산... 정부 개입 자초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12.2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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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챙기는데 혈안, 서비스 개선에는 ‘뒷짐’
경쟁 붙은 거래소들 ‘예고 상장’으로 투기 조장
파산 전 보험 가입한 ‘유빗’의 수상한 파산
사진=픽사베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 개입이 구체화 될 조짐이다. 최근 해킹에 의해 파산한 유빗을 비롯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걸핏하면 서버 과부하로 거래가 중단되고 이상 결제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거래소들이 서비스 개선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서 수수료를 챙기는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 11월13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된 바 있다. 서버 다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현재 빗썸과 소송 중이다.

19일에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서버 마비로 거래소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종류가 가장 많은 거래소 ‘업비트’는 렉 현상이 가장 심하기로 소문이 났다. 현재 거래소들에서는 이런 현상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거래소들은 명쾌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신규 거래소들이 계속 오픈하면서 한 명의 투자자라도 더 모시기 위해 코인을 예고 상장하고 있다. 코인을 예고 상장하면 상장 직후 극초반에 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여기서 중간 차익을 보려는 투기꾼들이 대거 유입된다.

예고 상장은 회원 수를 늘리는 효과는 있으나 투기를 유발하고 서버 마비로 기존 투자자들의 거래를 제한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내년 1월에 오픈하는 ‘지닉스’ 거래소는 신규 코인 3종을 예고 상장하겠다고 밝혔고, 빗썸도 ‘이오스(EOS)’을 예고 상장하면서 예고 상장 거래소 트랜드에 합류했다.

여기에 거래 서비스도 원활지도 않다. 고객상담 전화는 거의 매일 통화 중이고, 상담문의를 하면 답변이 오지 않기도 한다.

지난 19일에는 ‘유빗’ 거래소가 해킹 공격에 의해 고객자산 17%가 탈취돼 파산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피해규모는 17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빗이 고의로 파산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유빗이 사고가 나기 18일 전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빗은 이달 1일 DB손해보험의 사이버종합보험에 30억 규모로 가입했다.

사이버종합보험은 정보유지 위반 배상책임, 개인정보 침해 피해, 네트워크 보안 배상책임 등 사이버 관련 위험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보험 가입 기간은 1년이다.

전날 유빗은 해킹으로 전체 자산의 17%가량 손실을 보고 파산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빗은 지난 4월 해킹으로 55억원 상당(시세)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해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던 ‘야피존’이 이름을 바꾼 곳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유빗이 보험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돼 해킹 피해를 보고 바로 파산절차에 들어가 ‘보험 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해킹은 유빗만의 문제가 아니다. 빗썸도 지난 6월 해킹으로 회원정보 3만건과 고객계정 4981개가 유출됐다. 업비트도 12월 들어 회원 계좌에서 돈이 수시로 사라지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거래소들은 하나같이 이용자가 급증해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올 6월만해도 하루 거래액은 수천만원이던 암호화폐 거래규모는 6개월만에 7조원으로 증가했다. 운영시스템은 수 백 배 증가한 시장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거래규모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는 2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비트는 개장 첫 달인 10월에 이용자가 1만명이었다가 12월에 100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서버를 계속 증설해도 이용자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는 더이상 늘어나는 이용자를 감당하지 못해 당분간 신규 회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거래소 직원은 100여명 안팎이다. 이 운영인력이 하루 수백만명에 이르는 이용자들의 거래를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빗썸 등 거래소 14곳은 최근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고객자산을 은행에 예치하고, 시중은행 수준의 보안시스템 유지, 서버 증설, 민원센터 설치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 회원사들이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블록체인협회 차원에서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자율규제안을 발표한 후 파산, 서버 마비, 이상 결제 등이 발생한 만큼 보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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