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문배술 '23도 저도수'로 무장... 전통주 계승 앞장 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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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문배술 '23도 저도수'로 무장... 전통주 계승 앞장 설 것"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12.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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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문배술 이승용 전수자 인터뷰
‘문배술’에서 ‘전통주’의 미래를 만나다

지난 6일 방문한 문배술 양조원의 첫 이미지는 현대식 창고의 모습이었다. 고풍적이며 기품 넘치는 한옥 건물과 수 백 개의 항아리가 뒷마당에 펼쳐져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편견으로 돌아왔다.

문배술 5대 계승자인 이승용 전수자는 “건물이 한옥이면 멋있고 엄청 좋죠. 하지만 엄청 비싸고, 관리 하기가 힘들어요. 일일이 다 수작업을 하면 인건비 감당이 안돼요. 술을 만드는데에는 무조건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없죠. 저희는 오로지 좋은 술을 만들고, 지키고, 계승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승용 문배술 전수자는 양조장의 목표에 대해 "좋은 술을 만들고, 지키고, 계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배술은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무형문화재(중요무형문화재 제 86-가호)다. 고려시대의 진상주이며 평안도 지방의 전통주다.

1대 故 ‘박씨할머니’부터 2대 故 이병일, 3대 故 이경찬(무형문화재 첫 등재), 4대 이기춘 대표(무형문화재), 5대 이승용 전수자로 제조 비법이 계승되고 있다.

문배술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남북정상회담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술이든 역사와 전통이 그 술의 본질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은 음식이며 음식의 본질은 `맛`이라는 점이다.

문배술은 배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야생 돌배 ‘문배’의 맛이 난다고 해서 ‘문배’라는 주명(酒名)이 붙었다. 돌배는 평안 일대에서 많이 자라던 과일이다.

문배술은 찰수수와 메조를 누룩과 발효 한 후 증류해 얻은 순수 증류주다. 일체의 첨가물(발효 혼합물에 첨가된 곡류 이외의 전분 또는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다. 가향 과정도 거치지 않아 맑고 깨끗하면서도 입 안 가득 긴 여운이 남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통주 산업은 전통과 산업화의 경계선에 서 있다. 전통 계승만 고집하면 대중화에 실패해 양조장의 문은 닫게 된다. 그에 반해 대중화만 따라가면 전통을 잃게 된다.

이 전수자는 이렇게 훌륭한 역사와 기술을 가진 문배술을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과거에는 좋은 술, 전통 술만 잘 만들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 운영자로서도 다 잘해야만 상품이 팔리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전통주라는 희소성이 있지만 안 팔리면 퇴출되는 것은 시장 논리와 똑같습니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무겁습니다”

이 전수자의 말대로 현재 우리나라의 전통주 산업은 전통과 산업화의 경계선에 서 있다. 전통 계승만 고집하면 대중화에 실패해 양조장의 문은 닫게 된다. 그에 반해 대중화만 따라가면 전통을 잃게 된다.

최근에는 식품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관련 제도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영세한 양조원들은 관련 제도를 따라가기에도 벅찬 상태다. 전통주 보존과 계승, 신기술 개발에 둔감해 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재의 전통주 계승자들은 보전과 대중화라는 크나큰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진 상황이다.

이 전수자는 이 숙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최근 40도의 문배술 맛과 향을 지키면서 23도, 25도로 상품화시키는데에 성공시켰다. 주류업계 트랜드 중 하나인 저도수 유행을 수용한 것이다.

“‘전통주는 어른들만 마시는 술’ 같은 전통주의 올드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전통주의 지키면서 더 많은 사람이 전통주를 즐길 수 있게 할까라는 고민 속에서 23도 25도 문배술이 탄생됐습니다”

이 전수자는 디자인도 기존 호리병 라인업에서 과감히 세련미 넘치는 투명 유리병으로 교체했고, 병에 담긴 글자도 영어를 추가했다. 유통채널도 각종 대형유통마트부터 온라인, 자체 ‘문배주몰’ 등으로 다각화시켰다.

이 전수자의 선택은 옳았다. 기존 40도짜리 선물 매출 비중 만큼 23도, 25도 문배술이 많이 팔리고 있고, 소비층도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수자는 문배술과 가장 어울리는 ‘안주’로 의외의 음식을 소개하면서 기자의 상상은 다시 한 번 편견이 됐다.

“40도 문배술을 언더락으로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먹으면 정말 제격입니다. 양고기와 양갈비도 정말 잘 어울립니다. 향신료를 주로 쓰는 중국 음식, 특히 냉채류와 합이 잘 맞습니다. 23도, 25도 문배술은 어울리는 안주의 폭이 더 넓습니다. 현재 겨울이니 ‘방어’와 ‘참치’를 추천합니다”

40도의 문배술은 향이 강한 안주, 20도대의 문배술은 어류 안주와 합이 잘 맞는다.

이 전수자는 앞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에 대해 “문배술 계승”이라고 답했다. 단호하고, 철옹성 같은 어투였다.

이 전수자는 인터뷰 내내 전통 계승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지만 전통만이 최고라고 고집하지는 않았다.

전통과 산업화라는 큰 짐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꿋꿋이 양조원을 운영해가는 전수자들이 있기에 대한민국 전통주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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