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예산 주고 관리감독 관심도 없는 구리시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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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예산 주고 관리감독 관심도 없는 구리시 공무원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11.2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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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줬지만 관리감독은 안한다”

구리시의 택시 관련 사업에서 발생한 비리 의혹과 관련해 담당 공무원과 인터뷰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구리시 산하의 브랜드 콜택시 사업자인 (주)지엘콜은 시로부터 ‘택시 노후 장비(네비게이션) 교체 사업’을 위탁받아 입찰을 진행했다. 결과는 A사가 낙찰됐다.

그런데 택시업계는 지엘콜이 A사에게 공고문을 만들게 한 방식으로 이 사업을 밀어줬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엘콜 대표가 IT와 전자기기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 ▲과거에 A사로 흘러들어갔던 과거 공고문이 현재 공고문과 똑같다는 점 ▲입찰 공고 사실을 하루 남기고 관련업계에 알린 점 ▲택시 업계가 한결같이 ‘A사 밀어주기 스펙’이라고 주장하는 점 등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예산을 내려준 구리시 담당 공무원과 이같은 사안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담당 공무원은 “예산은 우리가 집행한 것이 맞지만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는다. 우린 공고문을 홈피에 게재했을 뿐이다. 입찰에 따로 개입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지엘콜로부터 스펙 설명을 따로 듣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찰 공고가 올라갔을 때 지적을 하지 이제 와서 이렇게 지적을 하면 어쩌라는 것이냐. 이미 낙찰되고, 평가까지 다 받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담당 공무원은 인터뷰 내내 ‘우리와 상관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인터뷰는 비리 의혹을 제보하는 성격도 있어 ‘그런 일이 있었어요?’, ‘한번 알아봐야 겠네요’라는 답변이 나올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구리시의 공무원은 제보를 내치고, 비리 의혹을 두둔하는 태도를 고수했다. 굳이 편을 따지자면 입찰 비리 의혹과 구리시 공무원이 한편이고, 제보는 상대편으로 느껴졌다.

공무원들은 IT전문가, 입찰 전문가가 아니다. 따라서 사업자가 가지고 온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세금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이 스펙은 뭐예요?’, ‘저 사양을 스펙으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등 정도는 사업자에게 묻고, 따질 수 있다.

이번 입찰 과정을 들여다 본 한 기업의 대표는 “나랏돈은 역시 눈먼 돈”이라며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라고 말했고, 네비게이션 교체를 앞둔 택시기사는 “역시 공무원은 철밥통”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업의 예산은 1억7200만원이다. 이 돈에는 중앙정부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았다. 순수하게 구리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구리시가 보조금 지급 체계를 바로잡고, 정정당당하게 낙찰된 제품을 택시기사들과 시민들에게 장착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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