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망국병 걸린 카드사의 재벌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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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망국병 걸린 카드사의 재벌 마케팅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11.1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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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미국의 한 카드사 임원은 우리나라 카드회사들이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주유 및 통신비 할인, 포인트 제공 등)를 보고 “한국의 카드회사들은 땅 파서 장사하나?”라며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카드회사는 상상도 못 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 카드사의 전직 CEO는 “가맹점 수수료가 비싸다고 카드사를 비난하지만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대부분 주유할인이나 포인트 등으로 회원들에게 제공되고 카드사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토로한다. 역설적으로 해석하면 카드사가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재원이 모두 가맹점으로부터 나온다는 얘기다.

지난 9일 카드사가 2016년 한 해 동안 지출한 마케팅 비용이 무려 5조 3,408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문제는 그 중 1조 2,316억원이 재벌계열사에 지원된 금액이고 카드사는 재벌과의 거래에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많은 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중소가맹점에서 수취한 수수료로 재벌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고 있었으며 비씨카드처럼 영세가맹점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를 떼 먹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그러면서 카드사는 오늘도 재벌계열사를 이용하는 회원들에게 자기의 살을 깎아 소비자혜택을 제공한다. 엄밀히 말해 자기의 살이 아닌 영세가맹점주의 피눈물을 걷어 재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카드사는 카드수수료 인하론이 불거지면 소비자혜택 축소를 강조하지만 축소는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이 원해서 퍼줬던 혜택이 아니고 카드사들끼리 과당경쟁을 펼치며 퍼 줬던 혜택이기 때문이다.

의도여부를 막론하고 카드사는 재벌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빨대’의 기능을 수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2004년 발생했던 신용대란이 수그러들며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자 ‘모’교수는 “아메바보다 못 한 단세포생물”이라며 카드사를 맹비난했다. 카드사간 과당경쟁으로 신용대란을 불렀으면서 또 다시 과당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여신협회의 전직임원을 지냈던 한 인사는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은 권력으로 꺾지 않으면 절대 수그러들 수 없다고 강조한다. 치킨게임은 누군가 나서서 말리지 않으면 멈출 수 없다는 논리이다.

카드사의 치킨게임이 강도를 더할수록 재벌과 골목상권 간의 공생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굳이 카드사 관계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곳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것은 기업경영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금융자본은 태생적으로 숙주 없이는 부가가치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불임자본이다. 즉, 한 쪽의 이익은 반드시 한 쪽의 손해로 나타나는 제로섬 게임인 것이 금융시장이다.

카드사는 재벌에게 마케팅을 집중하면 골목상권의 영세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진다는 시장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영리가 목적인 기업이라는 명분으로 이를 합리화 시킨다. 그리고 오늘도 재벌에게 퍼 줄 마케팅 비용을 골목상권에서 조달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전월실적에 비례한 서비스 제공’이라는 마케팅을 펼친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경쟁에서 뒤쳐지면 복지에 기대게 되어 국민세금으로 감당할수 밖에 없다. 복지부담 증가에 따라 수십배 부풀려져 되돌아올 납세청구서는 부메랑이 되어 결국 소비자를 다시 옥죄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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