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를 잊지 말아요’ 김하늘 “정우성, 알고보니 되게 꼼꼼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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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를 잊지 말아요’ 김하늘 “정우성, 알고보니 되게 꼼꼼하더라”
  • 조광형 기자
  • 승인 2016.06.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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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인터뷰 하는 거예요.”

배우 김하늘이 영화로는 5년 만에 관객들 앞에 섰다. 데뷔 때부터 줄곧 ‘사랑’을 외쳐온 그녀답게 이번 복귀작에서도 정통 멜로를 이야기하며 정공법을 썼다.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에서 김하늘은 사랑 앞에서 적극적인 여자 ‘진영’으로 분했다. 짙은 감정을 쏟아낸 김하늘과 다소 떨리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배우라면 늘 멜로에 애착이 있을 거예요. 저 또한 아무리 많은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했어도 정통 멜로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죠. 일단 시나리오 자체의 분위기가 저를 엄습했어요. 정우성 선배님과의 출연도 기대됐고요. 여자 관객으로서도 우성 선배님에 대한 기대가 항상 있었거든요. 2011년에 ‘블라인드’(감독 안상훈)로 상을 받고서 만족하고 안주하기보다 빨리 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기대치가 있을 때 오히려 다른 작품으로 새롭게 찾아뵙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을 고르기까지 꽤 많이 심사숙고하긴 했지만요.(웃음)”

사실 정통 멜로 영화는 ‘동감’(감독 김정권)이후로 두 번째라는 김하늘.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청춘만화’ ‘7급 공무원’ ‘너는 펫’으로 대부분의 영화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여 왔던 바다. 활동 초기 드라마 ‘해피투게더’ ‘햇빛 속으로’ ‘피아노’ ‘로망스’에서의 청순가련형 캐릭터 이미지가 컸기 때문일 터. 드라마로 풀어왔던 멜로 감성을 영화를 통해 압축적으로 전하는 데에는 색다른 소감이 따랐다.

“일단 촬영 전에 감독님, 우성 선배님과 얘기를 많이 나눠봤어요. 감정 연기는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것보다 서로의 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감독님이 여자 분이다 보니 저와 함께 여자로서 느끼는 부분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남자인 우성 선배님이 보는 설정은 또 달랐고요. 남자의 시선은 어떤지에 대한 얘기도 많이 주고받았죠. 석원은 초반에 기억을 잃고서 한 톤으로 감정이 진행되는데, 진영은 다양한 감정 톤을 보여줘야 했어요. 영화 말미에서 사연이 다 밝혀지고서는 앞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야기라 전후 과정을 모두 염두하며 연기하느라 까다로웠어요. 다양한 촬영으로 톤을 많이 따 놓기도 했고요. 성장한 느낌이 들었죠.”

“처음 석원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신이 첫 촬영 신이었는데 너무 부담스러운 거예요. 처음부터 격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좀 더 몰입된 감정을 드러내는 것과는 아무래도 달랐죠. 이 장면을 3일 동안이나 촬영하면서 계속 울다보니 얼굴이 많이 부어있더라고요. 제가 너무 많이 우니까 우성 선배님께서 다독여 주면서 함께 감정을 잡고 눈물을 그렁거려 주시기도 했어요. 처음 힘들게 촬영하고 나니 감독님 말대로 이후 장면들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지긴 하더라고요.(웃음)”

아무리 ‘멜로 퀸’이라도 ‘나를 잊지 말아요’ 속 주인공 남녀의 강렬한 첫 만남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앞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우성이 밝힌 대로 이 영화는 톤 앤 매너가 확실히 다르다. 포스터가 전달한 희미한 그레이와 퍼플의 감성을 김하늘과 정우성은 심도 있는 연기로 그려냈다. 두 배우의 호흡은 이 영화가 첫 만남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완벽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전반에 깔린 분위기가 다른 영화들과는 또 달랐기 때문에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안에서 저나 우성 선배님의 호흡이 어떻게 맞춰질 지도 궁금했고요. 정우성 선배님과는 전혀 친분도, 만난 적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궁금했어요. 여배우는 어떤 남자 배우가 옆에 있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우성 선배님이 옆에 있으니 제가 한층 더 여자로 돋보이게 나타났던 것 같아요.”

“제작자 정우성은 되게 꼼꼼했어요. 스태프 분들이 ‘우성 선배님, 집에 안 가세요?’라고 할 정도로 열정적이셨어요. 매 촬영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 계시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신기했죠. 제가 하는 모든 연기도 다 모니터 하시고. 제작자로서 역할도 컸지만, 아무래도 같은 배우다 보니 촬영하면서 배우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시더라고요. 여주인공이 예뻐 보여야 하는 신에서는 ‘하늘아, 이쪽으로 좀 더 돌아봐’ ‘바람을 좀 더 날려줄까?’라며 도움을 주셨어요.(웃음)”

감정신을 찍을 때 유독 긴장을 많이 한다는 김하늘. 그의 옆에서 정우성은 제작자로서도, 상대 배우로서도 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실제 그의 따뜻한 배려가 영화 속 석원과 진영의 현실감 있고도 애틋한 관계로 충분히 녹아났다. 그 덕에 김하늘의 이번 스크린 복귀작은 호평의 순풍을 타고 있다. 기분 좋은 설레임이 적중하는 중이다.

“물론 지금까지 잘 안됐던 작품도 있었고, 박수를 받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지만 ‘내가 외면당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딱히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저 스스로를 응원하는 편이에요. 원래 낙천적이거든요. ‘그녀를 믿지 마세요’(감독 배형준) 영주처럼 장난치고 놀리는 것도 좋아하고요. 원래는 장난기도 있고 밝은 편인데 첫 작품부터 차분한 이미지로 알려졌던 거죠. 예전엔 주변 환경에 잘 흔들렸다면, 지금은 그러지 않으려 해요. 지금은 그런 영향을 받았을 때 해소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아요.”

1998년 ‘바이 준’(감독 최호)부터 연기 인생을 펼쳐오며 김하늘은 청순했었고 발랄했다. 하지만 카메라 뒤에서는 좀체 긴장이 풀리지 않아 얼음이었다. 3월 19일 결혼을 앞두고 뜨거워진 그녀는 물이 되려 한다. 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 대규모 영화에도 출연해보고 싶단다. 심지어는 초능력자 캐릭터도 해보고 싶을 만큼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후의 제 모습이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10년 전에는 이렇게 되어 있을지 몰랐거든요. 그 당시에도 영화를 굉장히 사랑해서 제가 원하는 영화를 하면서 살 것 같다는 믿음이 있긴 했어요. 아마 1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2016.01.10 06: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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