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롯데 창업스쿨, '베끼기 황제' 이미지 쇄신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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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롯데 창업스쿨, '베끼기 황제' 이미지 쇄신 기회로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10.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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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코엑스에서 개최한 청년 창업 프로젝트 품평회 모습. 사진=롯데그룹

롯데그룹이 14개 유통 계열사들을 묶은 유통 사업부문으로 오는 19일 ‘롯데 창업 벤처 스쿨’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롯데 창업 벤처 스쿨’은 롯데마트가 2015년부터 진행해 오던 청년 창업 지원 프로젝트를 롯데백화점, 롯데슈퍼,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 등 롯데 유통BU 차원으로 확대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이다.

신규 창업가들은 8월24일부터 9월15일까지 약 3주간의 모집기간 동안 각 계열사 상품기획자(MD)들의 꼼꼼한 서류 평가를 통해 선정됐다.

기자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동반성장’ 보다 “청년 창업자들의 사업 아이템이 베끼기를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롯데는 창업들을 위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했겠지만 ‘베끼기 황제’라는 오명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롯데는 최근 A중소외식업체에서 만든 제품을 베껴 논란된 사례가 있다.

A중소외식업체가 공들여 개발한 ‘오짱’을 롯데마트가 브라질 월드컵을 하루 앞둔 지난 6월12일부터 '오징어통마리튀김'으로 상품명을 바꿔 판매했다. 가격은 3800원으로 판매했다. 6000원 초반인 원조 ‘오짱’보다 2200원가량 저렴했다. ‘오짱’과 ‘오징어통마리튀김’은 오징어 한마리를 통째로 튀긴 이색 콘셉트다.

베끼기 논란이 제기됐지만 차후 양 기업은 긴밀한 협력관계로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마무리되면서 일단락됐다.

롯데주류는 올해 중순 3년여만에 내놓는 맥주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 표절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지난 2014년에도 '클라우드' 광고를 하면서 구찌의 향수 CF를 표절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월25일 한 종합일간지에 브랜드 세일 광고를 전면 게재했다가 독일 유명 브랜드 '에스까다'의 광고와 똑같은 콘셉트로 게재한 것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소송으로 이어진 베끼기 논란도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2008년 크라운제과의 '못말리는 신짱'과 비슷한 '크레용 신짱'을 출시했고, 법원에서 패소해 해당 제품명을 '크레용 울트라짱'으로 바꿔 출시했다.

이 외에도 오리온이 지난 1974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초코파이'는 5년 뒤 롯데제과가 '쵸코파이'로 내놨고 '오징어땅콩'도 얼마 뒤 똑같은 이름으로 만들어 출시했다.

'오리온 포카칩'과 '롯데 통큰 감자칩', 'CJ제일제당 햇반'과 '롯데 햇쌀한공기 즉석밥' 등 미투상품 출시로 업계에서 '베끼기‧카피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른 회사 제품이 히트하면 얼마 안 돼 비슷한 상품을 만든 뒤 막강한 유통망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는 방식을 써 왔다.

제품 베끼기와 벤치마킹의 명확한 기준은 없다. 때문에 롯데를 무조건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잘못했다고 손가락질을 할 수는 없다. 롯데 나름대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내놓은 좋은 제품들일 수 있다.

롯데의 유통 계열사들은 여러 베끼기 논란들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최강의 유통기업이기도 하다. 최강 계열사들이 모였으니 어벤져스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어벤져스에서 개최한 창업 스쿨에서 베끼기 논란 보다 동반성장과 관련한 이슈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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