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칼럼] 백제 금동대향로와 살충제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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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칼럼] 백제 금동대향로와 살충제 계란
  • 이선근 칼럼
  • 승인 2017.09.2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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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근 편집위원] 1993년 부여 능산리 고분 곁 능사터에서 발견돼서 백제의 혼을 재현했다는 금동대향로는 정말로 놀라운 장인의 예술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새는 보통 봉황이라고 하는데 필자가 보기엔 아니다. 봉황이 태양과 연관이 있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턱밑에 태양을 상징하는 구슬을 달고 있고 벼슬을 우람하게 머리에 달고 발에는 날카로운 가시모양의 발가락이 뒤로 강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반면 수탉은 수십 마리의 암탉을 거느리고 새벽에 해가 뜬다는 걸 우렁차게 알린다. 그리고 대향로에 우뚝 선 그 모습은 닭의 상징인 벼슬과 가시모양의 발가락이 어둠(陰)을 뚫고 밝음(陽)을 갖다 주는 영물인 것이다. 대향로의 맨 꼭대기를 차지할 만 하지 않은가?

이런 영물이 주는 만나가 요즈음 살충제로 인해 먹을 수 없는 식품이 되고 있다. 대향로 꼭대기에서 인간에게 존엄의 대상이 되었던 이 닭이 이윤을 위한 생산의 대상물이 되어 조그만 케이지 속에서 속절없이 진드기에 물어뜯기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사진=이선근 편집위원

그러자 인간들은 기계에 윤활유를 치듯이 닭에게 살충제를 뿌려댔다. 가장 효과적인 곤충제거는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그래서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케이지 즉 동물학대 공장식 사육을 중단해야 한다고 한다. 이미 일부 농민들은 방목형 사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방목형은 축사 외에 넓은 초지와 모래밭이 필요하다. 즉 넓은 토지가 필요한 것이다.

요즈음 한국 농촌의 토지가격은 정말 눈이 튀어 나올 정도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생산수단의 가격을 낮추려는 자본의 노력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높은 토지가격은 소농으로 하여금 극단의 토지절약을 시도하게 한다. 그래서 케이지사육은 줄어들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토지가격을 낮추어 방목형 사육을 넓혀나갈 것인가가 과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방직후 농지개혁을 통해 소농중심농업을 구축했고 당연히 아직도 경자유전이 원칙이다.

그러나 매번 고위공직자청문회 때마다 드러나듯이 이 원칙은 현실성을 잃고 있다. 토지에 대한 소유욕이 만연해 제대로 이 원칙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없다는 것이다.

농촌의 풍요로움을 즐기러 가보면 그냥 심어만 놓고 말려 죽이는 토지가 을씨년스럽다. 토지투기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 투기를 막아 토지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서 토지에 대한 수요를 줄여 토지의 가격을 낮추어야 한다. 실수요자 중심 산업은 토지 사용의 적정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한때 우리 민족의 성스러운 상징인 닭을 학대하지 않고 인간에게 나쁜 약품을 쓰지 않고 원래 초식동물인 닭들이 곡물중심 식사가 아니라 풀을 먹고 고소한 계란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이 고소한 계란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게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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