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공동 구매·물류로 원가 30% 절감... 이게 바로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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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공동 구매·물류로 원가 30% 절감... 이게 바로 협동조합"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09.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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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연합회 김부승 회장
소분센터 설립, 구멍가게·동네식당 비용 부담↓
12개 협동조합 가입, 회원수 1천여명
"'동업자'로 힘 합치니, 대형마트와도 경쟁"
"전통시장, 마트 규제 요구만... 스스로 변해야"
"마트만 규제하면 된다? 소비자 권리 침해"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연합회 김부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연합회 김부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첨예한 가운데 골목상권 수퍼마켓을 규합, 대형마트와의 경쟁을 선포한 자영업 단체가 있다.

공동구매·공동물류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 대형마트나 온라인플랫폼과의 경쟁 틈바구니속에서도 고객 만족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하고 있는 단체이다. 청과물 도심형 소분센터를 이끌고 있는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연합회 김부승 회장을 만나 중소 자영업자들의 공존과 상생을 위한 해법을 들었다. 

- 연합회 명칭이 거창하게 길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사업능력을 향상시키고 잉여금의 일정 부분은 회원들에게 배당하지 않고 유보금으로 적립한 후, 지역사회에 공헌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정식 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도심형 청과물 소분센터는 지난 5월에 경과보고 및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지난 7월 26일 센터를 개장했다.

연합회에는 12개 협동조합이 참여 중이며, 회원수는 1000명에 달한다. 소분센터를 개장한지 두 달여가 지났는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소분센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대형마트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어 보였다. 소상공인들 스스로가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협동조합이라는 틀안에 묶어 경쟁자가 아닌 동업자로 바꿔주면 구멍가게 개개인이 가진 힘이 하나로 뭉쳐져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골목상권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소득과 연관된 사업은 거의 없었다. 예컨대 전통시장을 보자. 지붕 덮어 주고 바닥 포장해 준다고 상인들의 실질적 소득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다 보니 가장 시급한 것이 청과 소분작업이었다. 동네 수퍼 사장님들이 청과물 경매시장에서 청과물을 대량으로 구입해다가 점포에서 일일이 작은 단위로 소분작업을 하다보니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대형마트와 가격경쟁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동으로 구매하고 공동으로 소분작업을 하면 회원들의 수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 회원들의 실질 소득이 증가했나?

“지난 7월 소분센터를 처음 시작할 때 회원점포가 15곳에 불과했다. 지금은 입소문이 나 회원 점포수가 98곳으로 늘었다. 공동으로 구매·물류·소분작업 등을 하다보니 구매원가가 30% 정도 낮아졌다. 자연스레 회원들의 수익성이 개선됐고 입소문이 빠르게 났다. 

양질의 재료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외식업에서도 호응이 좋다. 회원 점포가 늘면 공동구매하는 원가를 더 절감할 수 있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회원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회원들이 그런 점을 알기 때문에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회원 모집을 하고 있다.

사업이 번창할수록 회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지는 구조이다. 협동조합의 장점이기도 하다.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해 물류에서 많은 부침을 겪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차량이나 인력 등 물류지원을 해 주면 소상공 자영업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데 그런 점이 많이 아쉽다.”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연합회 김부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연합회 김부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 자영업자들이 소분작업에 부담을 갖는 구체적 이유를 설명해 달라 

“ 회원 점포 사장님(회원)들이 매일 새벽 경매시장에 나간다. 경매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작은 단위로 상품포장을 하는 소분이 큰 일거리이다. 소분작업을 위한 인력과 인건비 부담이 상당하다. 이런 문제를 소분센터에서 해결해줬다. 소분작업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 가장 큰 비결이라고 본다.

회원들 대부분이 소분작업 때문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는데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의 여유시간이 생기게 됐다. 여유시간 생기고 비용도 절감되니 회원이 급속히 늘어나는 것 같다.”

- 이 곳만의 특별한 경쟁력이 있다면

“회원들 대부분이 동네수퍼나 외식업을 운영하는 분들이다. 나이든 회원들이 많아 IT이용율이 저조하다. 그런 회원을 배려하기 위해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이용하는 회원들은 실물을 보지 않고 구매를 하면 상품 품질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30년 이상 중개인 경력을 보유한 분과 대형유통업체에서 40년 이상 MD로 일한 분들이 우리 센터 MD로 있다. 

그런 분들이 은퇴후 봉사 차원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검품해서 회원들에게 공급한다. 회원들의 눈보다 훨씬 높은 안목으로 상품을 구입하고 공급하기 때문에 품질은 물론이고 가격면에서도 월등하다.”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연합회 김부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중소상공인상생협동조합연합회 김부승 회장. 사진=시장경제DB

- 요즘 대형마트의 의무휴업과 관련된 논란이 뜨겁다.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 견해지만 대형마트 규제는 소비자 권리 침해라고 본다. 시장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자연적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지하철역 인근이나 버스정류장 인근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상가임대료는 고가에 형성된다. 전통시장 또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연적으로 형성·발전한 형태이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동네 구멍가게 소비자를 흡수한 곳이 전통시장이다. 그렇다고 구멍가게 사장님들이 전통시장 문 닫게 해 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했고, 그런 과정을 거쳐 성장한 분들이 지금 식자재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점포를 개설했다. 소비자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거대 자본이 그렇게 움직이는 동안 전통시장은 무슨 일을 했는가? 대형마트 규제해 달라거나 정부 지원금 더 많이 내 놓으라고 떼쓴 것 말고는 없다.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법안을 만들고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지 17년이 지났지만 전통시장은 제자리걸음 혹은 퇴보만 했다. 그뿐인가? 걸핏하면 나랏돈인지 쌈짓돈인지 분간 못하는 상인회장들이 공금 횡령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러면서 대형마트를 규제하라고 외치며 소비자의 발목을 잡는다. 상인이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 노력은 게을리하면서 소비자의 발목만 잡으며 먹고 살려니 대형마트를 규제해 달라고 요구한다. 분열증적 사고방식이다.”

- 전통시장을 포함한 골목상권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나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소비자 트렌드는 시대를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상인이라면 소비자의 욕구를 맞춰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고,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런 노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다.

수업시간에는 책상머리에 코박고 졸고 있다가 정작 대학교 갈 때는 서울대 입학시켜 달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죽이는 것이다. 소비자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했기에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이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아 경쟁에서 뒤쳐져 놓고 왜 대형마트 탓을 하나?”

- 소분센터의 향후 계획은

“지금은 청과와 채소만 취급하고 있지만 여건과 조건이 갖춰지면 수산물과 축산물도 취급할 계획이다. 회원들의 요구가 있으니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 지역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 서남부와 경기도 서부 지역 일부에서만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곳 김포를 토대로 사업이 확장되면 경기도와 서울, 나아가서는 전국적으로 확장·증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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