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人] 종합 물류 플랫폼 도약 나서는 스파이더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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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人] 종합 물류 플랫폼 도약 나서는 스파이더크래프트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8.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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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 스파이더크래프트 유현철 대표
거액 사기당했던 청년... 맨주먹으로 재기
번뜩거리는 아이디어 밑천삼아 '승승장구'
종합물류플랫폼 목표로 경영전략 '박차'
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 사진=스파이더크래프트
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 사진=스파이더크래프트

스파이더크래프트는 배달대행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 업계에서 선두권을 다투는 업체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회사를 창업한 유현철 대표는 한 때 모든 것을 잃고 방황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배달대행 업계에서 파란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재기하는데 성공한 인물이다. 

유 대표는 남자답고 우직한 인상을 가진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말수가 적어 표현이 서툴지만, 남모를 아픔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럼에도 오직 ‘뚝심’ 하나로 버티며 오늘날 자신이 창업한 ‘스파이더크래프트’를 반석 위에 올렸다.  

경상남도 진주 출신인 유 대표가 서울에 상경한 것은 2004년의 일이었다. ‘먹고 살려면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야하지 않겠냐’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자극받아 무작정 기차에 몸을 실었다. 결심한 바가 있으면 행동으로 옮기고 보는 성격이 그의 인생을 뒤바꾸는 계기가 됐다. 

정든 고향을 떠나 서울에 터를 잡은 유 대표는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했다. 보험업계 전국 상위 5%에 들 정도로 상당한 실적을 쌓았다. 근무하던 지점에서 항상 1, 2등을 놓고 경쟁을 벌일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6년 연속 백만불 실적을 달성해 우수한 보험 설계사임을 증명하는 지표인 MDRT(백만달러원탁회의)에 등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보험업에 적성이 맞았던 것은 아니었다. 워낙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탓에 고객들이 오히려 답답해할 정도의 ‘쑥맥’이었다. 첫 근무를 시작하고 몇 달간은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작정 지하철에 가서 명함도 돌려봤지만 실적은 도무지 오를 줄을 몰랐다. 

유 대표는 남들과 똑같은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법론을 찾기 시작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를 구체화시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 중의 하나가 ‘세미나 마케팅’이다. 서울에 지인이 한 명도 없었던 그는 여러 모임을 다니면서 ‘인맥’ 형성에 주력했다. 이러한 ‘인맥’을 밑천삼아 회의실에서 수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 컨설팅을 하는 모델을 고안했다. 주식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유대표는 장점을 살려 부동산과 주식 등 고객의 재무적 특성에 맞는 포트폴리오로 유명세를 탔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유 대표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가까운 지인에게 수십억이라는 거액을 사기당한 것. 그가 어렵사리 이뤄놓은 전 재산이었다. 나이도 30대가 넘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도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구직을 위해 찾아간 회사는 문전박대하기 일쑤였다. 

끝 모를 내리막길을 벗어나려 안간힘 쓰던 그는 우연히 군대 동기의 권유에 따라 ‘배달 기사’로 일하게 된다. ‘오토바이’를 타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고향인 진주에서도 오토바이 깨나 타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였다. 바로 이 ‘오토바이’와의 인연이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스파이더크래프트 사옥. 사진=스파이더크래프트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스파이더크래프트 사옥. 사진=스파이더크래프트

 

라이더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동네 배달업체를 전국 1위 브랜드로

유대표가 처음 배달기사로 일하던 식당은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자장면이나 치킨을 시키면 배달은 당연하던 시절, 배달하지 않는 유명 맛집은 “별도의 배달비를 주문한 고객이 부담한다”는 말을 듣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냈다. 지금의 ‘배달대행 서비스’가 번뜩 떠오른 것이다. 그렇게 유 대표는 2010년 당시에는 생소했던 배달대행 기업을 창업했다. 

영업과 배달을 동시에 하는 1인 기업에 가까운 형태였지만, 영업에 자신 있던 그였기에 사업은 순항했다. 이후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같은 배달 앱이 등장했고 배달시장이 급성장하게 되자, 유 대표는 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넘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공급자, 즉 라이더가 핵심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거침없이 청사진을 써내려 갔다. 배달대행업을 기업화, 브랜화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라이더들에게 소속감과 로열티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동네 배달업체를 배달지사로 영입, 이들에 대한 지원과 교육도 체계화하기로 했다. 배달 서비스 퀄리티를 전국 단위로 일관되게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유 대표는 또 다시 시련을 맛보게 된다. 조직이 커져가면서 같은 꿈을 꿀 아군이 필요해 뛰어든 스타트업 인수합병 시장은 복마전을 방불케 했다. 끼니를 챙겨먹기 힘들 정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유 대표는 냉혹한 자본시장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인 기업으로 창업한 회사를 업계 1위로 올려놓고도, 사실상 빈손으로 회사를 넘겨주고 만다.

충격에서 벗어날 시간이 필요했지만, 라이더와 배달지사가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뜨거운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절치부심하던 유 대표는 다시 일어날 기회를 잡는다. 더 큰 꿈을 향해 달려갈 ‘동지’ 문지영 대표를 만난 것이다.

두 사람 인연은 2013년 초 고용인과 고용주 관계로 엮여졌다. 당시 문 대표는 배달 앱 스타트업을 운영했었다. 유 대표는 이 스타트업에서 라이더로 일하며 일당백 활약, 서비스를 키워나가는 데 힘을 보탰다. 

문 대표는 “전쟁 상황 못지않은 배달시장에서, 유 대표는 고비를 함께 넘어왔던 동지”라면서 “배달업계 정점을 찍어본 경험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전우애를 불태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디자이너이자, 브랜드 전문가인 문 대표는 배달 현장에 빠삭한 유 대표의 부족한 면을 메워주기에 충분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지금의 스파이더크래프트를 세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답게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빠르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스파이더라는 브랜드도 문 대표가 만든 작품이다. 물류망을 뜻하는 거미줄에서 영감을 얻었다. 배달업계 차세대 브랜드라는 의미도 담았다.

유 대표는 경영의 첫 방향타를 ‘사람 중심 경영’으로 잡았다. 배달업계 정점을 찍고 내려와야만 했던 아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경영철학이다. 그는 “누구나 플랫폼을 만들 수 있지만, 거기에 가치를 더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들의 마인드에 달려있다”며 “비싼 수험료를 치루고 사람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 철학이 회사 곳곳에 녹아들면서, 내부 조직력은 빠르게 단단해지고 있다. 유 대표는 스파이더크래프트의 ‘인프라팀’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적은 인원이지만, 전국 영업망에서 필수적인 각 지역별 지사의 지사장들을 발굴하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전국에서 스파이더 플랫폼이 확장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인력도 급속도로 불었다. 1년 전 10명이 채 안 되던 직원 수가 이달 기준 70명 넘게 늘었다. 마케팅과 신사업,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인재를 계속 끌어 모을 계획이다.
 

사진=스파이더크래프트
사진=스파이더크래프트

 

라이더들에게 친근한 '배달하는 형'

배달업계 다크호스로 연일 새 이정표

유 대표는 배달업계 새 이정표를 연일 써내려가고 있다. 현재 스파이더크래프트 소속 배달기사 수는 등록기준 7만여명에 이른다. 지사도 1000여개소를 넘어섰다. 창업 후 지난해부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짧은 기간 안에 달성한 수치다.

향후 전망도 밝다. 올해 2월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퍼스트펭귄형 창업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퍼스트펭귄은 업력이 5년 이내이면서 창조적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보유한 유망 기업 가운데,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발굴, 지원하는 제도다.

이 같은 양적, 질적 성장은 유 대표의 라이더 시절 경험을 경영 전반에 스며들게 한 것이, 배달 현장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낸 결과다. 배달대행 업계에서 배달기사로 시작해 경영인에 오른 것은 유 대표가 유일하다. 스파이더크래프트에만 현장 맞춤형 차별화 전략이 유독 많은 이유다.

평소 유 대표는 배달기사들과 형, 동생으로 격없이 지낸다. 대화도 많이 한다. 유 대표의 라이더 시절 경험은 라이더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그는 “과거 생업으로 10여년간 배달 일을 했었다. 그때는 정말 살기 위해 악착 같이 일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저처럼 생계가 어려운 배달기사가 많다는 것과,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회사 정책으로 지속 구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최근 한단계 더 크게 도약할 ‘빅피처’를 그리고 있다. 그는 스파이더크래프트를 종합 물류 플랫폼으로 ‘퀀텀점프’ 시킨다는 구상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 중 하나가 '스파이더GO'다. 전국 각지의 지사를 활용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바탕으로 전국 단위의 거점 물류망을 늘려가고 있다.

기업 맞춤형 배송서비스 ‘퀵커머스 큐레이션’라는 화두도 업계 최초로 던졌다. 유 대표는 이 서비스를 오랜 시간 준비해왔다. 라이더별 배송서비스 수준을 평가, 혜택을 부여하는 라이더 전용 멤버십 제도 ‘스파이더 팸버스’를 비롯, 배달지사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빌드업 컨설팅’ 사업이 대표적 예다. 이들 사업을 통해 퀵커머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완성했다. 여기에도 유 대표의 현장 경험이 적용됐다. 기업별 요구사항에 맞춰 본사를 중심으로 라이더, 배달지사가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낸 것이다. 

IT 기술과의 접점도 강화한다. 유 대표는 “배달기사와 가맹점이 IT 물류를 이용하기 편해져야 노하우 공유를 통한 생산성 증대를 노릴 수 있다”며 “배달대행 산업은 운영이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해 적재적소에 편의시설을 잘 갖춰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가까운 시일 내 음식배송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물량도 소화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단순히 자금만 투자받는 식의 의미 없는 일보다는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스파이더크래프트
사진=스파이더크래프트

 

종합 물류 플랫폼 퀀텀점프

"간절한 사람들 희망 되고파"

스파이더는 더 큰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음식배달에서 나아가 고부가가치의 물류배송 영역으로 사업범위를 확장키로 방향타를 잡은 것이다. 유 대표는 “홈쇼핑을 보다 30분 내 TV 속 상품을 받아보는 꿈과 같은 서비스는, 결코 기술과 자본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배달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배달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로의 진출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잘 설득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역량 측면에서 스파이더는 압도적 1위 사업자”라며 “음식배달을 넘어 사람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공급하는 비욘드 푸드(Beyond food)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고도화도 추진한다. 우선 라이더 맴버십 제도를 개선, 배송 퀄리티를 높이고 전국 단위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라이더별 월 배달건수와 근속일수, 주행거리, 음식점주 평가 등 다양한 지표를 관리하는 라이더 멤버십 제도를 통해, 상위권 라이더에게는 리워드를 주는 보상 체계를 구축했다. 

앞으로는 월렛과 같은 소득, 자산 관리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라이더 자산관리는 물론, 보험과 세무 이슈 전반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라이더에게 필요한 모든 기능을 집약한 맞춤형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했다.

신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낸다. 스파이더는 최근 자체 개발한 '풀스택 포스(POS) 플릭'을 선보였다. 매장운영에서 배달, 정산까지 오프라인 매장에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을, 풀스택 포스 플릭으로 손쉽게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음식점뿐 아니라 유통과 마트, 애견 등 다양한 오프라인 채널로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유현철 대표의 꿈은 이제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용기를 잃을 정도의 처절한 실패를 사업기회로 만들었다”며 “간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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