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사장 이종호-황주호 2파전... '文정부때 행적'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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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사장 이종호-황주호 2파전... '文정부때 행적'이 변수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7.2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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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운영委, 내달 중 후보자 정할 듯
황 '핵연료 전문가' vs 이 '원전 설계 전문가'
업계 일부 "황주호, 탈원전 정책 입장 모호"
황 후보 지지 교수 "탈핵 반대 성명도 참여"
이종호, 前정부 탈원전 정책 반발 '보직 해임'
신임 사장 업무 개시, 9월에나 가능 전망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 새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후보자의 지난 정부 행적이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범 정부 차원에서 강도 높은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지난 5년 사이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는 사실상 절멸수준에 내몰렸다. 원전 산업을 뒷받침할 학계도 고사 위기를 맞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은 붕괴된 ‘원전 산업 생태계 복원’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밑바닥에서부터 산업 생태계를 되살려야 하는 한수원 신임 사장의 책무를 고려할 때, 원전에 대한 후보자의 가치관 내지 기본 인식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사안이다. 사장 후보자의 지난 5년간 행적이 중요한 이유이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황주호, '사용후 핵연료' 권위자... "탈원전 정책 입장 모호" 비판도   

한수원 신임 사장 유력 후보는 이종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등 2명이다. 앞서 이달 1일,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는 2차 면접을 거쳐 이 전 본부장, 황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조병옥 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 유연백 민간발전협회 부회장 등 5명을 후보로 압축해 기획재정부에 명단을 제출했다.

원자력 학계와 업계에 대한 교차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5명 중 이 전 본부장과 황 교수에 대한 인사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황 교수는 국내 최고의 ‘사용후 핵연료’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 경기고, 서울대 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원자핵을 연구, 공학박사를 받았다. 귀국 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거쳐 1991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위 국가주도기술전문위원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한국원자력학회장 ▲한수원 혁신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 ▲원전안전자문위원장 등을 지냈다. 학계 활동 이력 등에서 준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나 지난 정부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주도한 정재훈 현 한수원 사장의 자문역할을 맡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원전 죽이기’에 앞장선 한수원 사장을 자문했다는 점에서, 정체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전 한국수력원자력 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한국형 원전 설계' 전문가... 탈원전 정책 반발, 보직 해임

황 교수와 경쟁을 벌이는 이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다가 정 사장 눈 밖에 나 보직해임을 당했다. 이 전 본부장 역시 서울대 핵공학과를 나왔다. 1984년 한국전력에 입사, 한전과 한수원에서만 근무했다. ▲한수원 경영혁신팀장 ▲한수원 중앙연구원 EU-APR 개발팀장 ▲한수원 기술전략처장 등을 거쳐 2013년 2월 한수원 중앙연구원장에 임명됐다. 이력에서 알 수 있듯 한국형 원전 개발을 주도한 ‘원전 설계’ 전문계이다.

황 교수가 이론에서 앞선다면 이 전 본부장은 원전의 설계와 운용 노하우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2015년 1월 한수원 기술본부장을 맡아 한국형 원전 원천 기술 확보에 공을 들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탈원전 정책이 가시화되자 직을 걸고 반대하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李 '한수원 직원·업계 지지' 우위... "현장 잘 알아야"

두 사람 모두 원전 정책 및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임상 경험이 풍부해 누가 낙점을 받든 한수원 적임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그룹의 공통된 반응이다. 황 교수는 학계, 이 전 본부장은 한수원 내부 직원과 원전 산업 종사자들로부터 각각 더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황 교수를 지지하는 이들은 탈원전 정책 관련 입장이 모호하다는 일부의 비판에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취재 중 만난 원자력공학 전공 교수 A는 “황 교수가 마치 탈원전에 앞장선 인물인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는데 탈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공직이라는 자리가 상명하복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부 기조를 따라 움직여야 하지 않느냐"며 "황 교수가 원자력계의 현실과 문제점 등을 잘 아는 전문가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황 교수는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전국 29개 대학 교수 230명과 함께 탈핵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원자력 전공 교수들은 ”원전이 퇴출되면 신재생에너지 추진 동력도 몰락할 수 있다”며 원전 폐기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원자력 업계 관계자 B는 "두 후보 모두 경험이나 전문성은 뛰어나기 때문에, 어떤 자리에서든 훌륭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현장을 잘 아는 분이 한수원 원장을 맡아야 관련 산업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두 후보를 지지하는 부류가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침체기에 빠진 원전업계를 위해 어떤 성향을 가진 인물이 사장이 돼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공모 마감 42일째... 내달 최종 후보 나올 듯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궤도를 이탈한 한수원을 제자리로 되돌릴 신임 사장 선임 절차는 공모 마감 42일이 지난 28일까지 끝나지 않고 있다. 한수원 신임 사장 선임 안은 당초 이날 공공기관운영위에서 처리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음 달 최종후보가 정해질 경우 신임 사장 업무 개시는 빨라야 9월에나 가능하다. 공공기관운영위가 후보를 확정하면 한수원은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한다. 이후 산업부 장관 승인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정식 사장이 임명된다. 정재훈 사장은 지난 4월 임기가 끝났으나 후임 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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