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원형 배터리 공략 가속... BMW '中기업 계약' 藥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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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원형 배터리 공략 가속... BMW '中기업 계약' 藥 됐다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2.07.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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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 기업가치 하향... "주식 팔아라"
외국인 매수 되레 증가... 국내 증시도 "BUY" 권고
씨티 보고서 신뢰도 의문... 원통형 제품군 성장 간과
전동공구 배터리 세계 시장... 점유율 40% 이상 선점
삼성SDI 원통형 제품, 소형 가전 시장서도 경쟁 우위
지난해 R&D 투자 8776억... 국내 이차전지 3사 중 최다
원통형 배터리, 출력량 개선... 시장 급성장 전망
전문가 "중대형 원통형으로 시장 재편될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11시 45분경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유경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7일 오전 11시 45분경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유경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럽 출장 이후 자회사인 삼성SDI의 투자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교차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특히 시장 선점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원통형 이차전지 부문에서 삼성SDI의 공세적 투자가 예상된다. 회사는 22일,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원통형 배터리(규격 21700) 2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세렘반 2공장 건설 소요비용은 한화 약 1조7000억원. 헝가리 괴드에 배터리 3공장을 신설할 것이란 소식도 들리고 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BMW 본사 방문이 삼성의 이차전지 사업 확장 의지를 투영하고 있다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BMW는 삼성SDI가 생산하는 전기차용 이차전지 최대 수요처 중 한 곳으로 5년 이상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으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새로운 배터리 파트너로 중국 CATL을 추가하는 등 공급 채널 다변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CATL은 각형은 물론이고 원형 배터리 부문에서도 삼성SDI가 넘어서야 할 시장 선두기업이다. CATL의 BMW 배터리 공급망 진입이 삼성SDI 포트폴리오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미 주력 모델 탑재 배터리가 선정된 이후이고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지도 얼마 안 돼, 단시일 내에 급격한 관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BMW 관계자는 "어떤 기업도 한 업체 부품만 사용하지는 않는다"며 "CATL과의 계약이 삼성SDI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랜 파트너 관계를 고려할 때 BMW의 변화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주요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완제품과 핵심 소재에 대한 내재화를 서두르고 있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주요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앞다퉈 국내외 배터리 기업과 합작법인을 신설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SDI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공개 보고서를 통해 삼성SDI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매도(Sell)로 2단계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93만원에서 48만원으로 절반가량 낮췄다. 목표주가를 반토막 낸 이유로는 ▲각형 배터리 점유율 축소 ▲생산능력 확장에 대한 보수적 경영 기조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의 배터리 내재화 추진 등을 꼽았다.

이 부회장의 BMW 방문은 이런 측면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이 부회장 유럽 출장은 삼성SDI의 투자 방향성에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지난달 7일 이 부회장은 최윤호 삼성SDI 사장 등 경영진과 함께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찾았다. 일행은 3박4일 일정 동안 헝가리 배터리 공장과 하만카돈 생산라인을 방문했으며, 독일에서 BMW 경영진과 미팅도 가졌다.
 

투자기조 보수적이란 삼성SDI
R&D 투자금액, 배터리 3사 중 최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이 삼성SDI 관련 설명을 할 때 자주 언급하는 수사(修辭)가 하나 있다. 투자 기조 내지 행태가 '보수적'이란 표현이 그것이다. 씨티그룹 보고서에서도 같은 단어가 등장했다. 시장에서 삼성SDI는 투자 기조가 보수적이란 평가를 듣곤 한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설비 증설 내지 확장 못지 않게 당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성향을 유심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의 R&D 내역을 살피면 그 기업의 중장기 포트폴리오 변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사업 전략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R&D 정보 분석은 대단히 중요하다.  

삼성SDI는 매년 매출 대비 6.5~7%의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R&D 투자액은 사업보고서 기준 약 8776억원으로 매출의 6.5% 규모였다. 국내 3대 이차전지 제조사 가운데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이 가장 높다. 투자 기조가 보수적이란 해외 금융기관 판단과 상충되는 대목이다. 국내 경쟁사들의 R&D 비용은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 6540억원, SK이노베이션 3641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3.7%, 0.78% 수준으로 집계됐다.

삼성SDI 관계자는 "경쟁사 대비 투자 기조가 보수적이라는 분석이 있는 것 같다"며 "적자를 내지 않는 수준에서 꾸준히 연구개발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원통형 포트폴리오 시장 전망 '맑음'

씨티그룹 보고서 공개 직후 삼성SDI 주가는 크게 하락했지만, 외국인 투자는 되레 증가했다. 회사 포트폴리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가가 여전히 우호적이란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동 보고서의 신뢰도에 의문을 던지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각형 배터리 시장에선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브랜드의 저가 공세에 고전하고 있으나 원통형으로 시각을 돌리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삼성SDI의 주력 포트폴리오는 각형과 원통형으로 파우치 제품군 중심의 경쟁사와 차별화된다. 특히 원통형 제품군에서는 가성비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관측이다.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소형 가전, 전동공구 시장에서도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점유율은 다른 경쟁사를 압도한다. 올해 4월 기준 ‘중국 전동공구산업 발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동공구용 리튬이온 원통형 배터리 전 세계 판매량은 25억5000만개로 전년 대비 26.2% 늘었다. 금액으로는 636억9000만 달러(한화 약 78조9310억원) 규모이다. 같은 기간 삼성SDI가 판매한 원통형 전지는 10억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텐파워, EVE에너지, LG에너지솔루션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동공구뿐만 아니라 청소기 등 중소형 가전제품 상당수가 유선에서 무선으로 폼팩터를 변경하면서 원통형 전지 시장은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각형과 파우치형이 전기차나 ESS 등 중대형 제품군 탑재용으로 쓰이는 것과 달리 원통형은 전기차는 물론이고 소형 전동공구, 무선 청소기 등으로 용처를 넓히고 있다. 전기차 출력원으로 원통형 전지를 선택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는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수요가 지난해 83억6000만 셀에서 올해는 106억6000만 셀, 2030년에는 285억8000만 셀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I, 소형가전·전동공구 시장 선점 
원통형 시장 커질수록 영업익 확대 전망 

원통형 전지의 장점은 저렴한 제조원가와 표준화된 규격이다. 반면 짧은 수명, 제한적 공간 효율성, 낮은 에너지 출력량 등 단점도 뚜렷하다. 주요 전기차 기업은 높은 제조원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밀도가 우수한 각형과 파우치형을 주로 썼다.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 상용화가 본 궤도에 오른 2010년대 중반 이후 각형과 파우치형에 밀려났으나 설계기술 발전과 소재 개발이 맞물리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원통형 전지의 물리적 몸집도 두 배 이상 커졌다. 기존 원통형 전지 규격은 21700(지름 21mm, 길이 70mm)과 18650(지름 18mm, 길이 65mm) 두 가지였다. 크기 자체가 소형이었으나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46800(지름 46mm, 길이 80mm) 규격의 중대형 배터리를 개발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46800배터리는 21700배터리와 비교할 때 출력량이 6배 가량 높다. 각형을 고집하던 BMW도 원통형 배터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원통형 전지 시장이 커질수록 삼성SDI의 포트폴리오는 더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19일 삼성SDI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유지'를 권고하면서 목표가 81만원을 제시했다. 원통형 전지는 제조원가가 낮아 각형이나 파우치형에 비해 영업익이 배 이상 높다. 

삼성SDI는 현재 21700, 18650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나 조만간 46800과 동급의 중대형 배터리 양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업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은 충남 천안에 있는 원통형 배터리 파일럿 라인에서 46800 시제품을 생산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은 중대형 각형과 중대형 원통형 제품군에 비전이 있다"며 "당장은 각형이 우세하지만 제품 성능이 확인된다면 중대형 원통형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설계면이나 기술 개발 히스토리, 문제해결 능력 등을 비교할 때 삼성SDI 기술력이 더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사진=최유진 기자
사진=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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