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주년 신한라이프... 'HR 통합안 의결'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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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주년 신한라이프... 'HR 통합안 의결' 난항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7.0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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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이후 마련한 HR통합안 8차 교섭 결렬
신한생명 노조 집회 개최... "강력투쟁" 선언
사측 "완전 결렬까지는 아냐... 성실하게 협의 중"
신한생명보험지부 전조합원 총회가 1일 신한금융지주 앞에서 개최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신한생명보험지부 전조합원 총회가 1일 신한금융지주 앞에서 개최했다. 사진=시장경제DB

신한라이프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1주년을 맞이했지만 HR(인사직급체계) 합의 관련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신한라이프 통합 1주년을 맞는 1일 신한생명 노동조합은 남대문 신한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전(全) 조합원 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총회는 신한생명노조 창립 33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신한생명 노조는 지난 5월 통합해 제11대 집행부를 새로 꾸렸다.

이날 노조 측에선 450명이 참여했다. 피켓시위를 시작으로 오전 8시30분부터 성명서 발표 등을 진행했다. 발표자로 나선 강기천 신한생명노조 지부장은 “2022년 절반이 지나고 있으나 신한생명 조합원들은 2020년의 임금을 받고 승진, 승급의 기회도 갖지 못했다”며 “4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내고 성과급 한푼 받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지부장은 이어 “HR 통합 관련 성대규 대표는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말만 내세울 뿐 실제로 교섭 진행 과정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았다”며 “(성대규 대표는) 총회 참석에 앞서 조합원에서 보낸 공문조차 무시한 채 미국으로 출장을 갔다”고 비판했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는 지난주 주말쯤 MDRT(Milion Dollar Round Table, 백만달러 원탁회의)가 주최하는 행사 참석을 위해 미국 보스턴으로 떠났다. MDRT는 보험 재정전문가 협회의 연차총회다. 지난해 기준 500여개 생명보험업계 소속 전문가들이 소속돼 있다. 

앞서 지난 30일 노사는 출범 1주년을 앞두고 HR 통합안과 관련한 8차 교섭을 밤 12시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부결됐다. 추가로 합의된 사항은 연차휴급제도다. 오렌지라이프 휴가 체계와 맞추기 의해 협상이 진행됐다. 하지만 신한생명 노조 측은 "결론적으론 (협상안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그간 신한생명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때 근로기준법에서 한도로 정하는 25일을 쓰되 미사용 시에는 비용으로 지급했다. 여직원의 경우는 법정 유급휴가가 10일이지만 최대 12일까지 쓰도록 했다.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여직원 유급휴가는 일절 없었고, 25일 연차 미사용 시에는 비용으로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휴가에 대한 합의사항은 연차휴가 한도 내에서 15일은 의무적으로 쓰되, 나머지 10일은 '미사용시에만 비용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와 통합하면서 기존에 적용됐던 신한생명의 여직원 유급휴가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신한생명 노조는 "당장 합의만 놓고 보면 휴가일수는 늘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성직원의 경우 유급보상은 없어졌다는 면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신한라이프 측은 "(사측은) HR 통합안 노력을 위해 기울이고 있다"며 "성대규 대표가 참여했던 MDRT는 세계적인 설계사 협회의 공식적인 행사로 영업설계사 독려 차원에서 4일 동안만 다녀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성대규 대표는 (국내에) 돌아와 있는 상황이고 누구보다 HR 통합안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한생명이 집행부를 구성한 이후 서로 교섭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 충돌은 있었지만 성실히 협의는 진행되고 있으며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한생명 노조는 1부 성명서 발표 등을 마치고 동양생명 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겨 2부 집회 행사를 진행했다. 2부에는 1부에서의 참여인원보다 늘어난 65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CEO에게 바란다’라는 주제로 요구사항을 직접 펜으로 작성해 성대규 대표에게 전달했다. 만약 이 요구사항마저 거절된다면 ‘전면투쟁’에 돌입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신한생명 노조는 사무금융노조를 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단체 총회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열려 파급력이 클 전망이다.

신한라이프 노사는 출범 이후 2주마다 교섭을 진행해 오고 있다. 현재 신한생명노조는 사측에게 제시한 안건으로 ▲2021년 임금소급분 지급 ▲새로운 HR통합안 마련 ▲승진적체 해소와 직무승진 확대 ▲불합리한 제도·노동조건 개선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전부터 인사·복지 통합 관련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면서 의견차를 보여 왔다. 양사의 업무 처리 절차나 방식 등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신한생명은 전형적인 한국의 보수적, 수직적인 기업문화로 운영됐지만 오렌지라이프의 경우 외국계로 복장 자율화, 휴가 자율화 등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유지해왔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2월 첫 HR 통합 잠정 협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신한라이프는 4단계(주니어1, 주니어2, 시니어, 매니저) 직급 체계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나 직원들은 임금 손실 문제로 반대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성과급 산정 기준을 두고도 여전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신한생명에만 도입됐다. 오렌지라이프 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한생명 노조는 사측의 통합안에 대해 “PI·PS(Profit sharing·생산성과급), 여성승진 면에서도 합리적이 않아 부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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